“경마하신지는 오래 되셨습니까?”
종원이 호주머니에서 담배 갑과 라이터를 꺼내들어 담배 갑을 내밀어보이며 물었다. 정교수는 종원이 내미는 담배 갑에서 한가치를 뽑아들며
“한 사오년 되었나요?”
하고는 쓴 미소를 지어보였다. 종원도 한가치를 뽑아 입에 물고는 다시 라이터 불을 붙여 정교수에게 내밀며
“제법 되셨네요?”
했다. 정교수는 고개를 숙여 종원이 붙여준 라이터 불에 담배를 갖다 대고 길게 빨아들이더니
“한 이삼년은 경마에 정신 놓고 왔다 갔다 했다가 경마로 여러 가지를 잃고 난 다음에는 한동안 경마를 멀리 했었습니다.”
하며 씁쓸한 얼굴로 길게 담배연기를 뿜어낸 후
“다시 경마 하게 된지는 얼마 안 됩니다.”
했다. 종원은 자신도 담뱃불을 붙인 후 담배 갑과 라이터를 다시 호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왜 다시 경마를 하셨습니까? 정교수님 정도의 프로게이머가 두 손을 들었다고 하시면 그만큼 경마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자인한 셈일 텐데요.”
했다. 정교수는 다시 쓴 미소를 지어보였다. 종원이 다시
“쏘스 때문이었겠네요?”
하자 정교수는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예. 쏘스 때문이지요.”
했다. 종원이 다시
“쏘스 경마하시고는 이기셨습니까?”
하자 정교수는 대답대신 여전히 쓴 미소만을 지어보였다. 종원은 잠시 두 눈을 깜박이며 머뭇하다가
“6경주만 하실 겁니까?”
하고 물었다.
“예.”
정교수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종원이 다시 머뭇하더니
“그럼 잠시 나갔다가 6경주 시작되기 전에 다시 오죠. 셋이서 돌면 오십 장 끊을 만큼의 시간은 충분할 텐데요.”
했다. 정교수는
“왜? 불편하십니까?”
하고 종원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실 그렇습니다. 전 이런 분위기 좋아하지 않아서요.”
종원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교수는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미안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하고는 손가락에 걸치고 있던 담배를 한곳의 물 가득 담긴 담배꽁초 통에 버리고는 종원에게 나가자는 눈빛을 해보였다. 종원도 담배꽁초를 내던지고 앞서 나가는 정교수의 뒤를 따랐다.
“여그들 기셨소?”
봉주가 흡연실을 나서는 둘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담배피우겠다더니? 흡연실에 있는 줄 알았지?”
종원이 대답했다. 봉주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인간들이 보통 많아야지라? 용변도 볼 겸 화장실 가서 한 대 뽈고 오는 중이요.”
했다.
“나가자.”
종원이 봉주를 지나쳐 앞서 나갔다.
“나가라우? 경마 안허고라우?”
봉주가 뜨악한 얼굴을 해보였다.
“잠시 나갔다가 6경주 전에 다시 올 겁니다.”
정교수가 대답을 했다.
“그랍시다. 잘되얐소. 나도 이런 분위기하고는 워낙에 체질적으로다 안 맞아갖고...”
봉주가 건달 걸음으로 뒤따르며 다시 어깨를 으쓱했다.
셋은 장외지점이 들어있는 건물에서 빠져나와 마두역을 한참 벗어난 곳의 한적한 식당으로 가서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을 먹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종원이 정교수에게 물었다. 정교수는 수저질을 하다 멈칫하고는 고개를 떨군 채 쓴 미소를 지어보였다. 쓴 미소를 지어보이는 정교수의 움푹 팬 얼굴이 유달리 어두워 보였다. 봉주는 흘낏 정교수의 눈치를 살피며
“대학교수님이셨당게라.”
하고 정교수를 대신하듯 종원에게 말해놓고는
“미대교수셨다믄서라우? 상구성님 말로는 한 때는 그림 값도 호당 제법 나가고 그러셨다든디?”
하고 다시 정교수를 보았다. 정교수는 대답대신 두어 번 수저질을 한 후 천천히 수저를 놓고는 물 잔을 들어 물을 마시고 입을 행구는 듯 했다. 그가 입을 행구고 물을 삼킬 때 다시 움푹 팬 얼굴에 어둠이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