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반장은 그들이 방을 나서 자신을 지나쳐 복도 끝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문 앞에 서 있었다.
"휴가내셨다먼서라?"
봉주가 애써 친근한 말투로 물었다. 마반장은 대꾸도 않고 뭔가 골똘한 표정을 짓는 것 같이 고개를 숙이고 있더니 고개를 떨군 채 흘낏 종원을 올려다보았다. 종원도 그런 마반장을 은근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서로 눈빛이 마주치자 어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안 들어가십니까?"
봉주가 다시 마반장에게 친근한 말투로 손을 들어 복도 끝 방을 가리켰다. 마반장은 괜스레 혼자서 고개를 갸웃해보이고는 복도 끝 방 쪽으로 사라졌다. 봉주는 방 입구에 서서 마반장이 복도 끝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난 후
"개새끼! 꼭 짭새 티를 내요 티를 내!"
하고 툭 내뱉고는 돌아서서 어깨를 으쓱하더니 건달걸음으로 종원과 오상구 쪽으로 다가오며
"저 새끼가 아무래도 종원형헌티 뭔 냄새를 맡은 것 같은디..."
하더니
"저놈허고 마주친 적 없다고 했지라?"
하고 물었다. 종원은 고개를 갸웃해보였다. 봉주는 다시
"허기사 종원형은 아적 시선 쏠리는 일에 앞장서 본 적도 없고 기록도 깨끗허니께 저놈이 종원형을 어찌 알 것이요?"
하고는
"참말로 게임 안 헐 것이요? 우리 입장 생각허들 말고 한번 쫙 땡겨불시오? 질퍽나게 한잔 해불게!"
했다. 종원은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보다..."
하고 오상구와 봉주에게 눈짓을 해보이더니 앞장서서 위층의 계단으로 올라갔다. 오상구와 봉주는 서로 마주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종원을 뒤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1538호라고 했죠?"
위층의 소파에 먼저 앉은 종원이 그 앞에 뒤따라 앉는 오상구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오상구가 걱정되는 표정으로 종원을 보았다. 종원은 흐릿한 시선으로 오상구를 바라본 채 잠시 눈을 껌벅이더니 느릿한 말투로
"내 육감으론... 거기에 그 돈이 숨겨져 있을 것 같아요."
했다. 오상구는 흘낏 봉주를 보고는 다시 종원에게
"거기에 있을지 어떻게 알아? 들어가 확인해보지 않고서야."
하더니
"너 설마 거기에 들어가겠다는 거냐?"
하고 물었다. 종원은 아무 말 않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봉주는
"종원형이 뭐가 되얏든 문 따는 솜씨 끝내준다는 거 잘 아는디라..."
하고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고는
"근디 이 오피스텔 문들은 모다 현대식으로 되야갔고 쇠단추만한 것이 달려있는 키를 갖다 대거나 비밀번호를 안눌러주먼 문을 열 수가 없는디라?"
하며 입맛 쓴 표정을 지어보였다. 종원은
"알아. 복도 지나면서 방마다 안전 키들이 설치되어 있는 거 봤어."
하며 고개를 끄덕해 보였다. 봉주는 다시
"근디 키도 없고 비밀번호도 모르는디 어찌케 문을 따고 들어간다 말이요?"
하고 다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모든 방의 안전 키는 등록되지 않은 번호를 네 번 이상 눌렀을 때 경보음이 나고 회로기능이 정지되게 되어 있어. 밖에서 강제로 파손을 하려고 해도 경보음이 울리게 되어 있고."
하고 오상구도 딱하다는 표정으로 종원을 보았다. 종원이 혼잣말처럼
"안전키 하나정도는 휴대하고 다니겠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사용하지 않는 여분의 키는 다른 곳에 놔뒀을 거예요."
하자 오상구는 여전히 딱하다는 얼굴로
"글쎄. 그게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했다.
"이 오피스텔에 오려면 항상 차를 가지고 오겠죠?"
"그야 그렇겠지."
"그럼 차 안에 있을 겁니다."
"뭐? 차안에? 그걸 어떻게 알어? 설령 차 안에 있다하더라도 마반장놈 차가 어느 건지 어떻게 알어?"
오상구는 소파에 등을 기대며 맥 빠진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알아요. 어제 그놈 뒤따라 왔었잖아요. 그리고 실은 그놈 차도 다 뒤졌었어요."
하며 종원이 소파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