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구가 "어제 맴버들 오늘 또 모이기로 했어요?"하고 다시 묻자 허사장이 "장지점장하고는 통화했는데 손님하나 데리고 오겠다더라고? 좋다고 했지. 그리고 마반장은 요 앞에서 만났고..."
하는데 봉주가 "마반장을 만나셨어요?"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허사장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응."
하고는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하며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봉주가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며 "고양반이 국가일은 안 허고 왜 대낮부터 하우스를 드나든다요?"하자 허사장은 다시 "휴가 냈다고 허는 거 같든디?"하고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고는 "그러니까 서울 안 올라가고 여기 자기 방에서 잤겠지?"하며 봉주를 보았다.
"자기 방이라?"
봉주가 뜨악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몰랐어? 바로 이 건물 15층에 마반장 방 하나 있잖아?"
"여그 15층에라?"
하고 봉주가 다그치듯 되묻자
"그래. 15층!"
하고 허사장은 다시 고개를 끄덕해 보였다. 순간 종원과 봉주와 오상구는 서로 놀라는 표정으로 마주보았다.
"게임 끝나먼 맨 날 서울 올라가는 것 같이 허등만 은제 여그다가 방을 얻었다요?"
봉주가 다시 묻자 허사장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며칠 안 됐지?"하고는
"아마 13층부터는 복층이 아니고 거실 하나에 방 하나씩으로만 돼 있을 걸? 어쨌든 냉장고다 세탁기다 모든 게 풀옵션으로 되어 있으니까 몸만 들어와 살기 딱 좋지 뭐! 마반장말로는 이런저런 골치 아픈 기록이나 자료들 검토도 하고 조용히 쉬기도 할 겸 해서 하나 얻는다고 하더구만!"
했다. 봉주가 흘낏 종원과 오상구의 표정을 살피고는 다시
"허사장님이 얻어주신 거예요?"
하고 묻자 허사장은
"내가 어디 이런 짜잘한 거 취급 해?"
하고 짐짓 언짢은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부탁하길래 요 아래 부동산 애들한테 얘기해줬지."
하며 다시 담배연기를 길게 빨았다.
"그럼 호수도 아시겠네요?"
종원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허사장은
"호수? 바로 이 옆방 맨 꼭대기니까 1538홀 거야. 거기도 15층 복도 맨 끝 방이야. 사람들이 복도 지나다니는 소리 신경 거슬린다고 맨 끝 쪽으로 얻겠다고 한 모양이야. 근데 그건 왜?"
하더니 종원을 뜨악한 표정으로 보았다. 종원이 주춤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데
"아! 한 건물에 입주하신 걸 알았으면 뭐라도 성의표시는 해야지 않겠어요?"
하고 오상구가 나섰다. 허사장은
"딴은 그렇군."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안녕들 하신가?"
하는 인사를 던지며 장지점장이 다른 일행하나와 들어섰고 뒤이어 마반장이 방문 앞에 서서 마치 안의 동정이라도 살피는 듯한 눈빛으로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허사장과 장지점장 그리고 그의 일행은 곧바로 청년들에 의해 복도 끝 방으로 안내되어갔다.
"아! 놀면 뭐해! 와서 한번 붙어보자고!"
방문을 나서던 허사장이 종원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아뇨. 전 오늘 일이 있어서요."
종원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수가 안 맞잖아?"
장지점장도 거들었다.
"안에 정교수님 계실거구만이라! 그라먼 수가 딱 안되겄습니까?"
봉주가 그들을 뒤따라 문밖으로 나서며 비위를 맞췄다.
"정교수는 아무래도 선수 같아! 한 번도 잃는 걸 못 봤어?"
허사장의 푸념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