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나갑시다. 내가 한잔 살께라. 한잔 허먼서 이런저런 야그헙시다."
봉주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그래라. 내일 다시 얘기하자."
오상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원은 오상구와 청년들의 배웅을 받으며 봉주와 함께 오피스텔 방을 나섰다.
다음날 종원이 봉주와 함께 하우스로 되돌아갔을 땐, 마동식이 사용했던 예금계좌내역이 상세히 조회되어있었다.
"차명계좌야. 남아있는 돈도 일천정도 뿐이고."
오상구가 조회된 종이를 내밀며 말했다.
"개자식이 아적 딴데다가 돈을 꼬불쳐놓고 있는갑소."
봉주가 어깨를 으쓱했다. 오상구가 다시
"마동식이 거래하고 있는 다른 은행통장들도 다 조회해보라고 할까?"
하자 종원은
"놈의 명의로 되어있는 계좌에는 그렇게 큰돈을 넣어두지 않았을 거예요."   하며 고개를 저었다.
"마누라 통장을 한번 뒤져볼까라?"
하고 봉주가 종원를 보고 눈을 껌뻑여보이자
"마찬가질 거야."
하고 종원은 고개를 젓고는
"아직 현금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 놈의 입장에서는 그게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을 테니까. 문제는..."
하며 잠시 말을 멈추고 눈을 깜박이다가
"어디다 숨겼는지를 알아내서 되찾는 건데... 놈을 뒤쫓다보면 언젠가는 알아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걸린다는 게..."
하며 말끝을 흐리자
"네가 그때까지 버텨내겠냐?"
하고 오상구가 미간을 찌푸렸다. 종원은 나직이 고개를 끄떡이며
"그게 문제죠. 나도 이번 일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요."
하고 잔뜩 움츠리고 있던 몸을 털어내고는 긴 숨을 내쉬었다. 마동식이 규태로부터 건네받은 돈을 숨겨두었던 장소를 찾아내게 된 실마리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데에서부터 풀려났다.
오상구와 봉주, 종원이 해장을 겸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하우스에 들어서자 입구 쪽의 소파에 앉아 신문을 뒤적이고 있던 허사장이 작은 키 때문에 소파등받이에 푹 파묻혀있던 고개를 길게 뽑아 돌려보며
"팔자들 좋네! 뭐 맛있는 것들 사먹고 오는 거여?"
하고 목쉰 소리를 했다.
"식사는 하셨어요?"
오상구가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자
"내가 밥맛 있겠어 지금?"
하고 잔뜩 부어오른 얼굴을 했다. 셋은 허사장 앞으로 앉았다. 허사장은 흘낏 종원을 보며
"오사장후배라고 했나?"
하고 손가락으로 안경을 밀어 올리자
"예. 전에 함께 일했었던 동생이에요."
하고 오상구가 대답을 했고 종원은 어색한미소를 지어보였다. 허사장은 고개를 끄떡여 보이고
"카드 잘하데?"
하고는
"아마 맘만 먹었으면 어제 이 친구가 다 쓸었을 거여. 선배가게라 절제했던 거겠지?"
했다. 종원은 다시 어색한미소를 지어보였다. 허사장은 입맛을 다시는 표정을 지으며
"절제만 되면 되는데 난 그 절제가 안 된다 말이야."
하더니
"오늘은 꾹 참아내면서 한번 제대로 해봐야지. 이거 맨 날 나만 호구가 돼서야..."
하는데 오상구가
"오늘도 게임하시게요?"
하고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허사장은 마치 발끈한 표정으로
"어제 쏟아 부은 거 다시 찾아야지."
했다. 오상구는 애써 억지웃음을 지어보이고
"제발 좀 그래보세요."
하며 애써 허사장의 비위를 맞추었다. 허사장은 헛기침을 내 뱉고는
"올 때가 됐는데?"
하며 팔을 치켜들고 손목에 찬 보석이 가득 박힌 금테시계를 보았다.
"누구 기다리셔요?"
오상구가 묻자 허사장은 치켜들고 있던 팔을 다시내리며
"어제 맴버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