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그래서 마동식이 계좌번호 알아내달라고 했었소?"
하며 봉주가 종원을 보았다. 종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봉주는 자리에서 후닥닥 일어나더니 소리 나는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 방을 나갔다. 봉주가 다시 들어올 때까지 오상구와 종원은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었다. 다시 돌아온 봉주의 손에는 마동식의 계좌번호가 적힌 메모지와 종원이 카드게임 때 사용했던 칩을 다시 환전해낸 게임머니가 쥐어져 있었다. 봉주는 그것들을 탁자에 놓았다. 종원은 메모지를 들고
"아까 저하고 함께 카드 쳤던 사람 중에 은행지점장이었던 사람 있었다고 했었지?"
하고 봉주에게 반백의 남자를 가리켜 물었다.
"장지점장이라?"
하고 봉주가 되묻자 종원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동식 그놈의 비밀계좌가 이것일수도 있어. 장지점장인가 하는 사람한테 이 계좌의 명의와 예금잔액을 알아내줘."
했다. 오상구와 봉주는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종원은 메모지를 봉주에게 건네주고 탁자에 놓인 게임머니 중에서 200여만이 조금 넘는 돈을 남겨둔 채 세형이 송금해 준 500만원만 집어 들며
"남은 돈은 애들 술값이나 줘."
했다.
"역시 종원형답게 시원시원허요."
봉주가 돈을 챙겨들고는 고개를 내밀어 방 입구 쪽의 청년들을 향해
"아야!"
하고 소리를 지르자 청년하나가 뛰어올라왔다. 봉주가 청년에게 돈을 내밀며
"여그 종원형님이 주시는 거다."
하자 청년은 두 손으로 곱게 돈을 받아들고 허리를 꺾으며
"잘 쓰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고는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카드실력 아직도 녹슬지 않은 모양이구나? 여기 드나드는 사람들 다 한카드씩은 하는 사람들인데..."
오상구가 종원을 보고 씩 웃었다.
"제법 판이 크던데요."
종원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자 오상구는
"꼭 그렇지만은 않아. 네가 앉은 테이블이 오늘 좀 쎘나보더라. 허사장이 좀 흥분을 하는 스타일이라 하이원페어만 들어도 판을 흔들어서 판이 잘 커져. 하지만 일이백 가지고도 충분히 노는 테이블도 있어."
했다.
"정교수라고 했지? 깡마르고..."
종원이 봉주를 보고 정교수에 대해 묻자
"정교수라? 왜라?"
하고 봉주가 뜨악한 표정을 짓는데
"정교수가 왜?"
하고 오상구가 되물었다.
"선수 같아서요. 알고계시나해서..."
종원이 오상구의 표정을 살피자 오상구는 잠시 머뭇하더니
"네놈,,,"
하고 종원을 한참동안 노려보듯 바라보고는 나직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맞아 선수야. 하우스 운영하려면 선수 한둘쯤은 있어야 해."
했다. 종원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어쩌다 서툰 장난 짓 하려는 놈들이 있거든? 일종의 방호장치라고 할까? 어쨌든 아직 어느 누구도 정교수가 선수라는 걸 눈치 못 챘었는데 역시 박종원이야."
하고 쓴 미소를 지어보였다.
"별거 아니에요. 내가 앉자마자 K트리플이 떨어지기에 카드 나누어 준 사람을 좀 살펴봤죠."
"상구가 널 데리고 가서 자리에 앉히는 걸 보고 한 식구라고 생각한 거지. 너한테 좋은 카드를 만들어주고 뒤에서 자신의 카드하고는 아무 상관없이 베팅으로 흔들고..."
오상구가 다시 쓴 미소를 지었다.
"근디 그 판 카타잡고도 얼마 못 먹었어라."
하고 봉주가 아쉬운 표정을 지어보이자 오상구는
"저 놈이 어디 돈 따려고 앉았겠냐? 제 놈 말처럼 마동식일 살피려고 그런 거지. 그런데 네가 보기에 어때?"
하고 물었다.
"정교수요?"
하고 종원은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솔직히 말해 나한테 캐치될 정도라면 진짜 선수들과는 어렵겠어요.''하고 말하려다가 그냥 씩-하고 쓴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상구는 종원의 쓴 미소의 의미를 알아채고는 나직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