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오상구는 맥이 풀린 표정을 짓더니
"이 개자식을 그냥!"
하고는 소리 나게 어금니를 깨물었다.
"아따! 진정허시오. 성님이 그럴까봐 종원형이 고 놈 허고 카드까지 치먼서도 내색도 못허고 끙끙 허고 있었던 것 아뇨?"
하고 봉주가 오상구를 달래듯이 말했다. 오상구는 잠시 두 눈을 껌벅이더니 긴 신음 같은 한숨을 내쉬며 스스로를 진정시키고는
"규태가 마동식을 언제부터 안 거야?"
하고 물었다. 종원이
"좀 됐나 봐요..."
하고 미처 대답도 끝내기 전에
"하긴 나도 그놈 안지가 오래됐었지."
하고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규태가 마동식 놈 얘길 했었어?"
하고 확인하듯 다시 물었다.
"예."
하고 종원이 대답을 하고는 조심스레 상의 속주머니에서 규태가 죽기 전 여인숙옥상에서 건네주었던 권총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오상구와 봉주의 두 눈이 뚱그렇게 커지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을 살폈다. 아래층을 지키고 있던 청년들은 위층의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는 듯 모두 입구 쪽으로 나가있었다.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마동식을 찾아내서 꼭 복수를 해달라고 했어요."
종원이 나직이 말했다. 오상구와 봉주는 굳은 채로 있었다. 종원은 다시 권총을 집어 상의 속호주머니에 넣었다.
"마동식은 널 알아?"
오상구가 물었다.
"아뇨."
종원이 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봉주가 딱하다는 듯 오상구를 보고
"그놈이 종원형을 모릉께 함께 카드했지라."
하고 내뱉고는 다시 종원을 보고
"일부러 마동식허고 카드 헌거요?"
하고 물었다. 종원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할 생각인데?"
오상구가 스스로 긴장을 풀어내려는 듯 몸을 뒤로 재껴 앉으며 물었다.
"돈부터 찾아내려구요."
종원이 대답했다.
"규태가 건네줬다는 돈 말야?"
"예."
셋은 잠시 침묵을 했다.
"그 돈 찾아내면?"
오상구가 침묵을 깨고 물었다.
"큰형님 찾아뵙고 돈 돌려드리고 저도 떠나려구요."
종원이 대답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얼만지는 알아?"
"아뇨. 그냥 가방 안에 들어있었다는 것만 알아요."
종원이 대답했다.
"이억칠천이래."
오상구가 말했다.
"그럼 그렇겠죠."
종원은 쓴 미소를 지었다.
"그 놈헌티 그 돈이 아직 남았을까라?"
하고 봉주가 고개를 갸웃하자
"이억칠천이 작은 돈이야?"
하며 오상구가 힐책이라도 하듯 소리를 높였다.
"어딘가에 숨겨놨을 거예요."
하고 종원이 긴 숨을 내뱉는데 오상구가
"마동식이놈 집이 남가좌동인가 어딘가라고 했었는데..."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남가좌동요."
종원이 말했다.
"네가 어떻게 알아?"
오상구가 다시 되묻자
"여기 오기 전에 들렸었습니다."
종원이 대답했다.
"들어갔다 곧바로 나왔어요. 내 생각에는 집에다가 두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럼?"
"찾아야죠."
종원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