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어느 놈인지 알았으먼 가만 놔뒀겄소? 큰형님한테 사실대로 얘기해서 그 개자식을 어디 묻었어도 벌써 묻어 버렸겄지라."
하고 봉주가 흥분을 했다. 순간 종원은 마동식에 대한 얘기를 꺼내려다가 그만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명석형한테는 사실대로 얘길 해야 했던 것 아냐? 네가 종적을 감춰버리니까 모두 너하고 짜고 한 일인 줄 알고 있는 거 아냐?"
오상구가 딱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봉주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는 종원형 이해허겄는디요? 규태형이 없는 마당에 종원형 말만 액면고개로 받아들이겄소? 종원형은 고거이 걱정되야서 이 궁리 저 궁리 허먼서 일단 시간을 벌어볼라다가 규태형이 그리 되불고 난께 더 이상 어쩌지도 못하고 있는 거이제라."
하고 봉주가 그렇지 않느냐는 듯이 종원을 보았다. 종원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라도 사실을 알았으니 내가 명석형한테 전화해주랴?"
오상구가 다시 딱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물었다.
"아뇨. 아직요."
종원은 고개를 저었다.
"우린 아적 종원형 못 본 걸로 허고 좀 더 두고 봅시다. 종원형도 뭔 생각이 있겄지라."
하고 봉주가 다시 그렇지 않느냐는 듯 종원의 표정을 살폈다. 종원은 나직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짭새헌티 당했다고 했었지?"
오상구가 다시 물었다.
"예."
"누군지는 모르고?"
"아직..."
"그런데 어떻게 풀어내?"
종원은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아적은 말 못헐 뭔가가 있는 것 같소. 그라요?"
봉주가 종원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종원은 다시 나직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봉주는 잠시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그 일 때문에 일산까지 들어 온 거제라?"
하고 다시 물었다.
"그래."
"알겄소."
봉주가 과장스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오상구가 뜨악한 표정을 짓는데
"종원형이 뭣 땜시 일산까지 들어왔겄소?"
하고 오상구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뒤쫓아 온 거제라."
하더니 다시 종원의 눈치를 살피며
"뒤쫓은 놈이 어디론가 쏙 들어가 버링께 고놈이 들어간 앞 편의점에 앉아 기다리면서 어떻게 허끄나 궁리허고 있다가 나를 딱 만났고라. 안 그러요?"
하고 물었다. 종원은 피식 웃어보였다.
"소설을 써라. 소설을 써!"
오상구가 들뜬 표정을 짓는 봉주를 보며 혀를 찼다. 봉주는 다시 과장스레 고개를 까딱이더니
"종원형이 뒤쫓아 온 놈이 누군 줄 알겄소!"
하고는 소리를 높였다. 순간 종원은 긴장을 했고 오상구는 눈 꼬리를 치켜  떴다.
"짭새라고 했지라?"
봉주가 확인하듯 다시 물었다. 종원이 눈을 깜박여 보이는데
"마반장놈이제라?"
하고 봉주가 단호하게 말했다. 순간 오상구의 미간이 움찔했고 종원의 얼굴은 굳어졌다.
"맞소? 안 맞소?"
봉주가 다그치듯 종원을 보고 다시 물었다. 종원은 그런 봉주를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잠시의 침묵동안에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오상구가
"봉주말이 맞아?"
하고 종원을 뚫어지게 보았다.
"종원형 만나고 얼마 안되야서 마반장놈이 들어왔거들랑이라."
봉주가 자신하듯 다시 소리를 높이자
"마동식이 맞어?"
하고 오상구가 다그치듯 되물었다.
"예."
종원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