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원은 잠시 오상구를 바라보고 눈만 껌벅거렸다.
"조금 전에..."
하고 오상구는 담배를 꺼내 물고는
"명석형한테 전화 왔었는데..."
하고는 잠시 뜸을 들였다. 오명석을 말하는 것 같았다. 종원은 긴장을 했다.
"명석형이 혹시 너한테서 전화가 걸려오거나 하우스에 들리기라도 하면 바로 연락을 하라고 했다."
오상구는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이며
"여기도 명석형 도움으로 다시 시작한 거다."
하고는 다시 흘낏 종원의 표정을 살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나한테는 얘기 해줄 수 있잖아?"
오상구가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자 종원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이 봉주가 종이컵에 커피 두 잔을 타와 두 사람 앞에 놓고 종원의 곁에 앉았다.
"얘기가 좀 복잡해요."
종원이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나한테는 못할 얘기 없잖아?"
오상구가 다시 다그치듯 물었다. 종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김규태 때문에 생겨난 그동안의 일에 대해 털어놓았다. 종원의 얘기를 듣고 난 오상구는 허탈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넌 정말 규태가 그런 일을 벌일지 짐작 못했었어?"
하고 종원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물었다.
"정말 몰랐어요."
종원이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오상구는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규태 그놈 정말 아까운 놈이었다. 나하고는 이 바닥 뛰어들 때부터 사연도 많았고..."
하고 숙연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곁에 앉았던 봉주가 과장스럽게 혀를 차 보이며
"규태형이 왜 그랬다요? 참말로 돈이 필요했었다믄 명석형님이나 큰형님한테 솔직히 돈이 필요하다고 털어놓았으면 그만한 돈쯤은 내놓으실 분들일틴디..."
하고 고개를 갸웃해보였다.
"여길 뜰 생각이었나봐요."
종원이 할 수 있는 말은 그뿐이었다.
"뜨다니? 어디를이라?"
봉주가 뜨악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외국으로 나가겠다고?"
오상구가 알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예. 그랬나봐요."
종원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자식... 항상 입버릇처럼 어딘지는 몰라도 뜰 거다고 하긴 했었지."
하며 오상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그런데 왜 못떠난 거야?"
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게..."
하고 종원이 잠시 망설이다가
"짭새 한 놈하고 밀약을 했던 모양이에요."
하자
"밀약?"
하고 오상구가 눈을 치켜떴다.
"예. 우리 거래현장을 덮치게 해주고 거래될 때 쓰려했던 돈을 빼돌려주면 전과신분을 말소해줄 뿐 아니라 새 신분을 만들어 외국으로 나가게 해주겠다는..."
종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친놈! 지금 세상에 그런 일이 가당하기나 한 일이야?"
하고 오상구가 언성을 높였다.
"워따! 우리덜이 뭘 알겄소? 이 바닥 깨끗이 손 씻고 새 인생 살아가게 해주겄다고 허는디 솔깃 안할 놈이 어딨겄소?"
하고 봉주가 규태를 동정하듯 한 표정으로 말하자 오상구는
"임마! 믿을 놈을 믿어야지 짭새놈 말을 믿어?"
하고 힐책이라도 하듯 다시 소리를 높이고는
"그놈이 누군지 알어?"
하고 손가락에 걸치고 있던 담배를 비벼 끄며 종원을 보았다. 종원은 잠시 망설이더니
"아뇨."
하고 오상구의 시선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