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만 하시게?"
장지점장이 종원을 보았다. 종원은
"예. 첫날이니 인사 나눈 걸로 대신하죠."
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장지점장이 다시
"돈 안 잃었죠?"
하고 묻자
"본전 쯤 되겠네?"     
하고 허사장이 종원의 칩을 턱 끝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네요."
종원은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거 오늘 판이 우습게 되어버렸구만... 제대로 레이스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돈만 털리고..."
허사장이 투덜대며 자신 앞에 남아 있는 칩을 세어보기 시작했다.
"아! 잃는 날도 있으면 따는 날도 있겠지."
하며 장지점장이 몇 개 남지 않은 칩을 챙겨들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오늘은 운이 좋았네요"
하고 정교수가 자신 앞에 잔뜩 쌓여 있는 칩을 색깔별로 구분해내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어보이자
"어디 오늘 뿐이었나? 요즘 붙었다 하면 정교수판이었지 뭐."
하고 허사장이 볼멘소리를 했다. 종원은 세 사람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앞에 놓인 칩들을 내버려 둔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빈자리 없나?"
장지점장은 그냥 이렇게 끝내기는 못내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다른 테이블을 둘러보았다.
"나 금방 가봐야 하니 장지점장 일루 오쇼."
입구 쪽의 테이블에 있던 남자 하나가 장지점장을 흘낏 보며 소리치자
"왜? 오늘은 카드 안 뜨는 모양이네?"
하고 장지점장이 입구 쪽의 테이블로 걸음을 옮기며 남자에게 말했다.
"그런대로 카드는 들어왔는데 장지점장이 앉으면 어쩔지 장담 못하지. 딜러 마음이지 뭐."
"그놈의 딜러가 어딨는데? 어디 얼굴 한 번 봤으면 좋겠네?"
"왜? 딜러한테 쥐약 좀 먹이게?"
"카드만 잘 준다면 쥐약 얼마든지 먹이지."
장지점장은 남자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앞쪽의 테이블로 옮겨가고 있었다. 종원은 그들을 뒤로하고 방에서 나왔다. 복도 앞쪽의 방에 있던 청년들이 종원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방안에서 나와 복도 양옆으로 늘어섰다. 종원이 머쓱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봉주는...?"
하고 물었다. 청년하나가 빠른 동작으로 방안으로 되돌아가고 잠시 후 봉주가 나왔다.
"끝났소?"
"응."
"재미 좀 봤소?"
"그렇지 뭐."
종원은 특유의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봉주가
"칩은이라?"
하고 묻자 종원은
"그냥 두고 나왔어."
했다. 봉주는 턱을 내밀며
"아그들이 잘 챙겨놓을팅께 신경쓰덜마쇼."
하고는
"오늘 나랑 잡시다. 요뒤 대화역 쪽으로 가면 깨끗한 방 많소. 가이나들도 불르먼 얼매든지 오요."
했다. 종원이
"아냐. 오늘은 그만 올라가고..."
하며 손을 내저어 보이는데 앞쪽의 건너편 방에서 오상구가 나오다가 종원을 보고
"끝났냐?"
하고 물었다. 종원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잘 놀았어?"
하며 앞쪽 방으로 몸을 돌리고는
"나 좀 보자."
하고 앞서 들어갔다. 종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오상구를 뒤따라 방안으로 들어갔고 봉주가 그 뒤를 따랐다. 오상구는 종원을 위층으로 데리고 가 소파에 주저앉듯 앉으며 종원에게 앉으라고 손짓을 해보였다. 종원이 오상구 앞에 앉자 오상구는
"무슨 일 있었던 거냐?"
하고 종원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