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 함께 한 사람들은 정교수가 큰판에 이기는 것을 단순히 운이 좋다고만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종원은 그가 작은 판에는 빠지고 큰판은 키워서 이기는 계산된 베팅을 하는 프로라는 것을 알았다. 정교수는 테이블 가운데에 가득 내던져져 있는 칩들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 모으며
"이거 번번이 미안합니다."
하고 들릴 듯 말 듯 한 말과 함께 애써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떻게 거기서 6집이 나와? 바닥에는 원페어도 없는데? 6원페어 숨겨놓고 4구에 6 떨어지고 5구에 2 떨어지고 마지막에 또 2를 떴네."
허사장은 황당한 표정으로 잔뜩 볼이 부어 연신 투덜댔다.
"마반장이 8타 떴으면 볼만한 레이스 됐겠네?"
장지점장이라는 반백의 남자가 아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8타 떴으면 제가 올인 되었겠죠."
정교수가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난 마반장이 계속 콜 하기에 마반장카드 바닥에 깔린 거 보고는 도대체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어서 왜 콜하나 했었는데 사연이 있었구만..."
장지점장이 다시 아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동식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턱을 끌어당긴 채 자신 앞에 놓여있는 카드와 칩을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이번 판에 스페이드플래시를 쥐고 레이스를 주도했던 허사장과 8트리플을 쥐고 콜로만 뒤따라갔던 마동식의 앞에 놓여있던 칩들은 거의 바닥이 났다.
"어이! 계좌번호 줘봐!"
마동식이 핸드폰을 꺼내며 입구 쪽의 청년하나에게 소리쳤다.
"예."
청년이 대답을 한 후 계좌번호를 적은 메모지를 마동식 앞에 놓자 마동식은 담배를 피워 문채 흘낏흘낏 메모지를 보며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귀에 대보고 담배연기를 뱉어냈다.
"확인해봐."
마동식이 핸드폰폴더를 닫고, 부동자세를 한 채 곁에 서있는 청년을 보지도 않고 메모지를 집은 손을 내밀어보이며 말했다. 잠시 후, 청년이 칩들을 담은 상자를 들고 다시 왔다. 천만원어치는 되어보였다.
"마반장 오늘 무리하는 거 아뇨?"
장지점장이 걱정된다는 투로 말하며 마동식의 표정을 살피는데도 마동식은 찌푸린 표정을 한 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하긴 판이 끝나봐야 아는 거지."
장지점장은 스스로 어색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혼잣말을 했고 게임은 계속되었다. 마동식은 판이 거듭될수록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리한 베팅을 해나갔고 결국 얼마 안 되어 다시 가져왔던 칩도 바닥이 났다.
"씨팔! 정말 안 되는 날이구만!"
마동식이 카드를 내던지며 ''끙!''하는 신음을 토해냈다.
"오늘 좀 심하게 했어!"
장지점장이 다시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동식은
"안되면 되는 날도 있는 거지. 뭐!"
하고 테이블 위의 담배를 집어 들다가 빈담배갑이라는 것을 알고 신경질적으로 담배껍질을 구겨 내던지고
"담배 줘라!"
하고 소리를 친후 청년이 포장을 뜯어낸 새 담배를 가지고 오자 담배 한가치를 꺼내 불을 붙여 훅-하고 내뱉고는 잠시 골똘하게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라이터와 핸드폰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만하시게?"
허사장이 안경을 밀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마동식을 보고 물었다.
"많이들 따쇼!"
마동식은 툭 내뱉고 방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청년들이 일제히 마동식을 뒤따랐다.
"왜? 벌써 가시게요?"
방으로 들어서던 봉주가 거친 걸음으로 방을 나서는 마동식을 보고 물었다. 마동식은 아무 대꾸 없이 방을 나갔다.
"오늘 잘 안된 모양이네요?"
하며 봉주가 그 뒤를 따라 방을 나갔고 청년들이 다시 그 뒤를 따랐다. 복도에서 들려오는 마동식의 신경질적인 발걸음소리가 멀어져가자
"마반장 오늘 열받았구만."
하고 장지점장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허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제법 잃었을 걸?"
하고는
"이제 우리 이제 넷이서 하는 거야?"
하며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저도..."
하고 종원이 두 손을 내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