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반장인가 허는 짭새는 아까 봤었고..."
"깡마른 남자는?"
"정교순가 하는 양반말요?"
"정교수?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아."
"나도 고 양반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겄소. 어디 미대교수였다고 허던디... 한 때는 그림 값도 호당 제법 나가고 그랬답디다."
"단골이야?"
"가끔 와요. 상봉형님허고는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 같습디다."
"그래...?"
"그 양반이 왜요?"
"카드 하는 거 보니까..."
"왜? 선수 같습디까?"
"일부러 티 안내려 애를 쓰는데 내 눈에는 보여. 그 사람도 내가 자신의 실력을 알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고."
"뭔 야그가 쪼께 복잡허요 잉? 종원형 알다시피 난 몸으로 땜빵하라먼 얼매든지 허것지만 대그빡굴리는 디는 잼뱅이라..."
봉주는 과장되게 고개를 내저으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저기..."
"또 뭐가 그리 궁금헌거이 많소?"
"마반장인가 하는 짭새말야."
"왜라?"
"자주 와?"
"일주일에 한두 번 오나...?"
"오래 해?"
"새벽까지 헐 때도 있고... 어떤 땐 비상걸렸다먼서 도중에 헐레벌떡 가버릴 때도 있고 그럽디다."
"따는 편이야?"
"글씨 돈은 디게 밝히는디도 돈복은 벨로 없는 것 같습디다. 큰 게임은 항상 당허는 거 갔든디요."
"짭새놈이 어디서 돈이 나서 이런 델 기웃거려?"
"개자식들 어디 껀수치는 데가 한둘이요? 다 공돈이다 싶응게 소중헌지도 모르고 저 지랄이제..."
"여기 작은 판도 아니던데..."
"어디 큰 건수 하나 물었는갑제라."
"무슨...?
"나가 그걸 어찌 알겄소?"
종원은 봉주가 마동식에 대해서는 그의 말대로 잘 모르고 있다는 것과 더욱이 규태형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종원은 과장스레 고개를 끄덕여 보이다가
"마반장 항상 현금 가지고 들어와?"
하고 다시 물었다.
"돈은 벨로 안 들고 오는 거 갔습디다."
"그럼...?"
"우리구좌로 쏴주먼 그만큼 칩을 주지라."
"계좌이체?"
"예."  
"그럼 마반장 통장번호 알 수 있겠네?"
"확인해보먼 알겄지라. 근디 그 자식 통장번호는 알아서 뭐 할라고라?"
종원은 대답대신 특유의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봉주도 다시 어께를 으쓱 해보이고
"알어 보께라. 근디 성격 참 묘해져부렀소? 옛날 같지 않게... 참말로 뭔 궁금헌 거이 그리도 많소?"
하며 종원에게 고개를 갸웃해보였고 종원은 다시 어색한미소를 지어보이며 봉주의 어깨를 툭 쳤다.
"들어가 있으쇼. 간식 들어갈팅께 드시고 허시오. 그라고 필요한 것들 있으면 아그들헌티 시키시오."
하고 봉주는 앞쪽 방으로 들어갔다. 종원은 잠시 복도를 서성이다가 방안으로 되돌아갔다. 다른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도 휴식시간을 갖기로 했는지 제각기의 테이블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하며 움츠렸던 몸을 펴거나 서성이며 지나간 게임들에 대해 떠들어대느라고 방안은 어수선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록 오늘은 서로 다른 테이블로 나뉘어서 게임을 하지만 함께 게임을 했던 적이 있었던 까닭에 서로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다시 게임이 계속되었다. 게임이 계속 될수록 판세는 정교수라는 깡마른 남자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뭐야? 또 집을 잡은 거야?"
허사장이라는 키 작은 남자가 짜증 섞인 소리를 지르며 손에 쥐고 있던 카드를 내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