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새 손님이 들어오니까 판돈이 커져버리네."
하며 키 작은 남자는 카드들을 셋으로 분할해서 순서를 바꾸어 놓았다. 반백의 남자는 다시 카드를 집어 들어 자신의 앞에 놓고 각자의 앞으로 카드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한참동안 카드가 돌고 베팅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종원이 K 풀하우스를 잡을 때 처럼 큰 판은 없었다.
"좀 쉬었다가 하지."
마동식이 짜증 섞인 투로 카드를 내던지며 말했다. 종원이 끼어들어 게임을 한지 두 시간쯤이 지난 후였다.
"그러지. 볼일들도 좀 보고..."
반백의 남자가 앞에 놓인 카드를 밀어 넣으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겹게도 카드 안 들어오는구만."
키 작은 남자가 투덜대며 몸을 비틀어댔다. 깡마른 남자는 테이블 가운데 쌓인 칩들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 모았다. 깡마른 남자 앞으로 가장 많은 칩들이 쌓여있었다. 종원은 자리에 앉은 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종원 앞에 놓인 칩들은 그가 K 풀하우스를 잡았을 때 따낸 칩들에서 더 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은 양의 칩을 쌓아둔 채로였다. 사실 종원은 게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가 게임에 뛰어든 건 오직 마동식을 가까이에서 자연스럽게 살펴보고 실마리를 풀어낼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기 때문이었다.
"간식 쫌 드릴까라?"
게임하는 동안 종원의 뒤에서 팔짱을 낀 채 한동안을 지켜보다가 밖으로 나갔던 봉주가 들어서며 물었다.
"뭐 입맛 돋굴만한 거 좀 없어?"
키 작은 남자가 여전히 몸을 비틀어대며 말했다.
"생선초밥 시키까라우? 활어로만 허는 집 새로 생겼는디요."
"밤에 생선초밥 잘 못 먹고 괜히 탈나는 거 아냐? 생선초밥 말고 말야..."
종원은 키 작은 남자가 봉주를 상대로 까다로운 주문을 하는 것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왔다. 청년하나가 뒤따라 나오며
"시키실 일이라도 있습니까?"
하고 허리를 굽히며 물었다.
"아니. 허리도 펴고 좀 걸으려고."
하고 종원은 청년에게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예."
청년은 다시 허리를 굽히고 안으로 되돌아들어갔다. 종원은 느릿한 걸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어떠요? 게임 할만 허요?"
봉주가 어느새 종원의 뒤로 다가와 물었다. 종원이 뒤돌아보며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그렇지 뭐."
했다.
"아무튼 종원형은 잡기에는 타고 난 모양이요 잉? 앉자마자 타 잡고 시작하더니 계속 카드 들어오는 거이 죽입디다."
사실 그랬다. 종원의 카드는 다섯 사람 중에 가장 승률이 높게 잘 들어왔던 편이었다.
"근디 왜 레이스를 안 감소? 나 같었으먼 팍팍 내질러부렀을 틴디..."
봉주가 고개를 갸웃 해보이며 물었다.
"그냥. 뭐..."
종원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자 봉주는
"우리땜시 그라요?"       
하고는 과장되게 손을 내저으며
"우리덜은 기본적으로 받는 것 말고는 더 받는 것도 없고 누가 돈을 따든 아무상관 없소. 그랑께 우리 신경 쓰덜 말고 좋은 패 들어오먼 사정없이 질러버리쇼."
했다. 종원은
"그러지."
하며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데..."
"예?"
"뭐하는 사람들이야?"
"여그 드나드는 사람들은 다들 돈들은 있는 것 같습디다. 종원형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은 은행지점장으로 있다가 얼마 전에 퇴직한 양반이고..."
반백의 남자를 말하는 것 같았다.
"고 옆에 키 짝고 배 뽈록 튀어나온 사람은 요 앞에 삘딩 하나 가지고 임대 사업하는 부동산 사장이고..."
키 작은 남자를 말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