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원은 그런 지숙의 얼굴에 바싹 얼굴을 들이밀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유학 못 갈까봐 걱정되니?"
했다. 지숙이 다시 
"그래! 이런 기회가 쉽게 오는 줄 아니? 4년을 기다려온 기회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종원은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그럼 더 기다리면 되잖아? 4년도 기다렸다며? 그리고 그따위 음흉한 자식 도움 받아서 유학 가서 뭐해? 네 힘으로 가! 또 유학 안가면 어때?"
했다. 지숙이 코웃음을 치며 
"난 이곳이 싫어! 유학 갈 거야. 다시는 안 돌아올 거라구. 그리구 이건 내 인생이야.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참견이야?"
하는데 종원이
"네 인생이 내 인생이야!"
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지숙의 팔을 잡아끌고 주차장 한곳에 세워 진 자동차 쪽으로 가서 차문을 열어 지숙을 밀어 넣고 운전석 쪽으로 들어가 차 문을 닫았다. 자동차는 이내 요란스런 굉음을 내며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종원은 무작정 차를 몰았다. 지숙은 조수석에 앉아 애써 종원의 시선을 피한 채 차창 밖으로만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차가 온통 네온불빛 천지이던 곳을 막 벗어날 무렵에 경광등을 번쩍이며 경찰 두 사람이 탄 순찰차가 종원의 차를 바싹 뒤쫓아 왔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경찰이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손가락을 까닥이며 차를 세우라는 신호를 보냈다. 운전하던 종원이 흘낏 백미러를 보고는
"어쭈! 한번 해보자 이거야?"
하더니 차의 속력을 올렸다. 종원의 차가 밤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하자 경찰차도 속도를 올리고 싸이렌을 울려대며 그 뒤를 쫓았다.
"왜 이래?"
지숙이 불안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종원이 신호를 무시한 채 다른 차량들을 제치며 한참을 질주하다가 한 순간 급회전을 했다. 경찰차도 뒤따라 급회전을 했다. 겁에 질린 지숙이 다시
"왜이래?"
하고 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종원은 지금의 스릴을 만끽이라도 하는 듯
"재밌잖아?"
하고 히죽 웃어보였다. 지숙이 
"난 하나도 재미없어."
하며 여전히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종원은 
"곧 재미를 느낄 거야."
하며 다시 급히 핸들을 꺾었다. 종원의 차가 다른 블록으로 회전해 질주했다. 뒤따라 급회전을 하며 뒤쫓던 경찰들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는 듯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도대체 저놈들 뭐 하는 놈들이야?
"운전석의 경찰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옆에 탄 건 여자 같은데?"
조수석의 경찰이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고 연신 손가락으로 차를 세우라는 신호를 보내며 대답했다.
"저 자식들이 지금 놀자는 거야 뭐야?"
운전을 하던 경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틀림없이 수배된 놈들일 거야. 지레 겁먹고 내빼는 거라구."
하며 조수석의 경찰이 마이크를 꺼내 쥐고 마이크의 볼륨을 올리고는 
"2463! 2463! 정지! 정지!"
하고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를 냈다.
"그런다고 저놈들이 세울 것 같아?"
하고는 운전석의 경찰이 잔뜩 화가 치민 표정으로 더욱 속도를 높여 종원의 차를 뒤쫓았다. 두 차는 몇 블록을 사이에 두고 빙글빙글 맴을 돌며 쫓고 쫓기는 술래놀이를 벌였다. 종원의 차가 건물 모퉁이를 돌아 나오자 경찰차가 그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한 순간에 종원의 차는 다른 건물을 돌아 저만큼 달아나버렸다.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있던 지숙이 흘낏흘낏 사이드미러를 훔쳐보고 뒤를 돌아보다가 순찰차가 다시 뒤쫓는 모습을 보이면
"어머! 뒤 쫓아왔어. 어떡해?"
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종원이 그런 지숙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일부러 속도를 낮추어 순찰차와의 사이를 좁히면 더욱 당황해하며
"바로 뒤에 있어. 붙잡히겠어!"
하며 비명을 질렀다. 종원이 히죽 웃으며 
"일부러 늦춰주는 거야. 어때 아슬아슬 하잖아?"
하고는 일부러 경찰차 바싹 곁으로 붙어 나란히 질주를 했다. 경찰들이 잔뜩 골이 난 표정들로 차창 밖으로 소리를 질러대며 세우라는 손짓을 하는데 종원은 경찰들을 빤히 바라보며 손가락 하나를 고추 세워 보이고는 히죽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다시 속력을 내어 모퉁이를 돌아 달아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