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숙은 괜스레 어설픈 미소를 지어 보이다가 순간 입구 쪽을 보고 멈칫했다. 종원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지숙의 표정이 굳어지는데도 종원은 지숙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종업원들과 손님들은 종원의 요란스런 옷차림에 못마땅한 표정들인데 종원은 주위의 시선들에는 아랑곳도 않고 진열되어있는 소시지 하나를 집어 들더니 우악스레 씹어대며 지숙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중년사내가, 지숙이 입구 쪽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지숙의 시선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는데 종원이 성큼 다가와서 그 앞에 털썩 앉았다. 종원은 앉자마자 대뜸 
"여기 있는 줄 알았어."
하더니 중년사내를 보고
"아! 이분이 미국유학을 힘써 주시겠다는 그 교수님이시구나? 처음 뵙겠습니다. 박종원이라고 합니다. 누가 소개 시켜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성미가 못 돼서요."
하고 불쑥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중년사내는 영문을 몰라 동그래진 두 눈을 껌벅이며 마지못해 어정쩡하게 종원의 손을 잡았다. 종원은 그 손을 꽉 쥐고 마구 흔들어대며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숙이를 이렇게 끔찍하게 위해 주시는데 이런 형편없는 곳에서 식사대접을 해드려서 송구스럽습니다. 다음에는 단둘이 찐한데서 한잔하시죠. 잘빠진 애들만 있는 집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허허허..."
하고 과장된 너털웃음소리를 냈다. 중년사내는 꽉 잡힌 손을 빼내려 애를 쓰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지숙을 보았다. 지숙은 당혹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종원은 한순간 중년사내의 손을 뿌리치듯 놓아주고 지숙 앞의 접시에 담긴 음식을 자신 앞으로 가져다 놓고 한 웅큼 씹고는
"사실 난 이런 음식을 별로 좋아 안 합니다. 그냥 잘 씻어 담아낸 상추를 쫙쫙 펼쳐서 된장 듬뿍 바른 다음에 꽁보리밥 한 숟갈 푹 떠서 이렇게 잘 싼 다음에..."
하면서 테이블에 놓인 넵킨에 각종 음식들을 듬뿍 싸서 한입에 게걸스레 쑤셔 넣었다. 종원이 넵킨뭉치를 히죽거리며 게걸스레 씹어대자 중년사내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지숙은 차라리 눈을 감아버렸다. 순간 종원이 ''우엑-''하고 씹어대던 넵킨에 싸서 입 안 가득 쑤셔 넣은 음식들을 토해냈다. 입안에서 튀어나온 넵킨조각들과 음식찌꺼기들이 테이블과 중년사내의 옷에 어지러이 흐트러졌다. 종원이 다시
"어이구! 이거 실례했습니다."
하고 중년사내의 넵킨을 꺼내들어 쓱 자신의 입을 닦아내고 테이블 위의 음식들을 아무렇게나 툭툭 털어냈다. 지숙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무슨 짓이야 이게?"
하고 소리를 질렀다. 종원은 여전히 지숙의 외침에는 아랑곳 않고  
"아아! 괜찮아! 교수님은 워낙 교양이 풍부하셔서 이 정도의 실수는 다 이해를 해주신다구."
하고 넵킨조각들과 음식찌꺼기들로 잔뜩 더럽혀진 테이블을 내려다보더니
"이런... 테이블보를 갈아야겠네?"
하고는
"잠깐만요."
하며 일어나더니 마치 마술쇼에서 하듯 테이블보의 양쪽을 순간적인 동작으로 잡아당겼다. 테이블 위의 음식그릇들과 잔들은 움직이지 않고 테이블보만 쏙- 빠져나왔다. 중년사내의 두 눈이 더욱 휘동그래졌다. 종원이 멀뚱히 바라보고 서있는 종업원들을 바라보며 쫙쫙- 손뼉을 쳐대며
"웨더!"
하고 혀 꼬부린 소리로 그들을 불렀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종업원들은 차마 어쩌지도 못하고 예의를 갖추어 고개를 꾸벅했다.
"뭘 도와드릴까요?"
종원이 과장된 저음으로
"아! 이거 좀 갈아주쇼!"
하고 종업원에게 둘둘 만 테이블보를 건네주고는 종원이 지숙의 팔을 잡아끌었다.
"자! 이제 그만 가자. 유학준비는 교수님께서 알아서 준비해 주실 테니..."
지숙은 당혹스러우면서도 얼떨결에 백을 집어 들었다. 중년사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종원은 나꿔채듯 지숙을 끌고 뷔페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 뷔페레스토랑 안에서 그 해프닝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중년사내를 턱 끝들로 가리키며 쑤군댔고 중년사내는 잔뜩 겨자 씹은 표정을 짓고 있다가 쾅! 하고 테이블을 두 손으로 내리쳤다.
종원은 지숙의 팔을 끌듯 하며 호텔의 회전문을 밀치고 나섰다. 회전문을 빠져나온 지숙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종원의 팔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왜 모든 게 네 멋 대로니? 아무런 소식도 없이 어디서 뭘 하고 있다가 불쑥 나타나서는 또 아무런 얘기도 없이 사라졌다가 다시 불쑥 나타나구? 그리고 네가 뭔데 여기까지 나타나서 이러는 거야? 왜 날 귀찮게 하니? 모든 게 왜 그렇게 네 멋 대로냐구? 내말 듣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