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종원이 세형을 만나기 위해 록카페''팬트하우스''에 들어서는데 세형은 들어서는 종원을 보자마자 앉아있던 자리에 뛰쳐나오며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임마! 너 밤새 뭐하고 쏘다녔기에 연락도 안 해줘?"
종원은 그런 세형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힐끗 한번보고는 세형이 앉았던 자리로 어슬렁거리며 가서 주저앉듯 풀썩 앉았다.
"왜? 무슨 일 있었냐?"
세형이 다시 소리를 높였다. 
"이런 병신 같은 새끼! 너 계집애하고 있었지?"
"짜식 말버릇 뭣 같네... 그래. 깔쌈한 여자하고 있었다. 왜?"
"네놈이 뭔 짓을 하고 다니든 연락은 해줬어야지. 임마!"
"왜 임마...?"
"이 새끼야! 규태형이 당했잖아?"
순간 종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 언제?"
"네놈이 꼴깝치고 싸돌아다닐 때!"
세형이 다시 버럭 소리를 질렀고 종원은 맥이 풀렸다.
여인숙골목에는 ''수사중''이라는 팻말이 걸렸고 경찰들이 늘어서 있었다. 종원과 세형은 잔뜩 몰려들어 구경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 안의 동정을 살폈다. 순간 여인숙 안에서 마동식이 나오며 다른 형사들에게 뭔가 지시하는 모습이 보였다. 종원이 그런 마동식을 바라보며 분노의 눈빛으로 호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규태가 건네주었던 권총이 손에 잡혔다. 순간 마동식이 마치 구경하는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를 찾기라도 하는 듯 흘낏 주위를 돌아보았다. 종원과 세형이 재빨리 사람들 틈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마치 누군가를 찾기라도 하는 듯 구경하는 사람들을 훑어보던 마동식이 다시 시선을 돌려 형사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는 곧장 경찰찦에 올랐다. 경찰들이 다시 골목길과 여인숙 앞에 재배치되고 경찰찦은 여인숙골목을 떠났다. 종원은, 규태가 은신해있었던 방으로 짐작되는 이층의 한 방의 창문을 한참동안 올려다보고는 세형과 함께 천천히 걸음을 옮겨 여인숙골목을 빠져나왔다.
그 시간에, 백태삼의 사무실에서는 백태삼이 고압적인 자세로 김팔봉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내가 양해를 구하지 않았소? 이미 김회장 곁을 떠난 놈이라면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김팔봉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망연히 핸드폰만 들고 있었다. 백태삼의 소리가 이어졌다.
"김회장 말대로 규태란 놈이 김회장을 배신하고 일을 저질렀던 것으로 밝혀져서 김회장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되어 다행이요. 한두 번 거래 해온 게 아닌데... 서로의 조직 간에 문제가 생길 뻔 했잖소? 안 그렀소?"
김팔봉의 얼굴이 굴욕스런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자! 이제 이번 일은 규태란 아이를 응징한 것으로 매듭을 짓기로 하고..."
하는 백태삼의 소리가 잠시 끊기더니 이내
"그건 그렇고 물건 값은 되돌려주셔야지?"
하고 백태삼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김팔봉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내일까지 입금시켜드리겠습니다."
"오늘까지요. 그만한 예의는 지켜주셔야지."
김팔봉은 다시 어금니를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참! 또 한 놈이 있었다면서요?"
백태삼의 소리가 쇳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김팔봉이 다급해진 목소리로
"그 아인 이번 일에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백태삼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낮고 굵은 쇳소리로 
"그건... 좀 더 알아봅시다. 아직 놈의 소재가 밝혀지지 않았으니... 아무튼 물건 값은 오늘 중으로 해결해 주시오."
하고는 일방적으로 전화 끊었다. 김팔봉은 ''끙!''하고 신음 같은 한숨을 토해내고는 핸드폰폴더를 닫으며
"물건 값 오늘 중으로 입금시켜주고 종원이놈 서둘러 찾아내. 그놈까지 일 당하지 않게..."
하고 오명석에게 나직이 말했다. 오명석이
"예."
하며 허리를 굽혔다. 오명석의 얼굴표정에도 굴욕감이 묻어났다.
"규태놈... 사체 인수받는 대로 장례 잘 치러줘. 내 밑에서 고생 많이 해온 놈이야."
"예."
오명석이 다시 허리를 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