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태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난 간다."
했을 때 알았어야 했다. 종원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떠 보이며 
"가다니? 어딜?"
하고 물었을 때
"전부 다!"
하고 규태가 애써 힘주어 대답했었다. 종원이 놀리듯 피식 미소를 지어보이며 
"언제 갈 건데?"
하고 다시 물었을 때 규태는 잠시 침묵을 하더니
"한 건 하면."
하고 대답했었다.
"한 건 하면 나도 갈 수 있어!"
하고 종원이 소리를 높이고는 다시 놀리 듯
"그 많은 델 다 돌아보고 오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 지나 알아?"
하자 규태의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난 안 돌아와."
했었다. 종원이 뻥한 표정을 지으며 
"안 돌아오다니?"
하고 다시 물었을 때
"씨팔!"
하고 규태가 대답대신 표정이 굳어지며 앞을 노려보고는 어금니를 깨물었었다. 종원이 뻥한 표정으로 규태를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얼른 앞으로 돌렸을 때 검문 바리케이트가 보였고 억센 빗속에서 두어 대의 차가 정차해 검문을 받고 있는 모습이 보였었다. 규태가 천천히 속도를 낮추었고 종원도 긴장의 표정을 지었었다. 검문 중이던 경찰들이 차안의 사람들을 살피고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운전자의 신원을 조회하고 있었다. 규태의 승용차가 경찰들 앞에 이르자 우의를 걸친 경찰이 두 사람에게 경례를 해보였었고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하고는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규태와 종원을 살피는데 종원이 경찰을 향해 씩 미소를 지어보였었다. 경찰은 대충 차안을 살피는 척 하더니 이내 통과해도 좋다는 사인을 보냈었다. 규태가 다시 차를 출발시키고 승용차가 검문바리케이트를 벗어나가자 종원이 고개를 돌려 뒤 차창을 통해 검문모습을 바라보며
"우릴 왜 그냥 통과시켜준 줄 알아? 내 미소 때문이라구. 내 미소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온 크락크게이블의 미소처럼 백만불짜리 미소라구. 알아?"
하고는 다시 크락크게이블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넉살을 떨었었다. 그때 규태도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었다. 그러나 검문경찰들이 자신들을 검문도 하지 않고 그냥 통과시켜준 것은 자신의 미소 때문이 아니었으며 검문경찰들에게 사전에 내려진 누군가의 지시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규태와 마동식은 이미 모처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물건과 물건 값을 교환하기 위해 부두에 도착하여 서로가 준비해둔 차를 바꿔 탄 바로 직후였던가? 규태와 종원이 탄 차가 어둠 속으로 달아나기 시작하고 백태삼의 조직원들이 탄 차들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려는데 요란스런 사이렌소리를 울려대며 사방에서 경찰차들이 밀려들었다. 억센 빗줄기를 맞아내며 정적 속에서 흠뻑 젖어있던 부두는 한 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었다. 백태삼의 조직원들의 차는 예기치 않았던 경찰의 급습으로 당황하여 갈팡질팡하다가 이내 경찰차들에 에워싸이고 말았었다. 규태와 종원은 그런 아수라장을 뒤로하고 깊은 어둠 저편으로 달아났었다.
"어떻게 된 거야?"
달아나는 차안에서 종원이 몸을 돌려 차창 밖의 소동을 바라보며 당황하는 표정을 지어보일 때도 규태는 대답대신 여유로운 표정으로 차의 속력을 높였고 두 사람을 태운 차는 무서운 속도로 부두를 벗어났었다.
"이거 시나리오가 잘못된 거 아냐? 어떻게 짭새들이 냄샐 맡았지?"
종원이 여전히 흥분되어있는 표정으로 굳은 표정으로 운전하는 규태에게 묻고는
"쪼금만 늦게 출발했어도 우리도 걸려드는 거 아냐? 씨팔! 뭐가 잘못 되도..."
하며 핸드폰 폴더를 열려하자
"뭐하려고?"
하고 규태가 막았었다.
"전화 해 봐야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알아야 할 거 아냐?"
하고 종원이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을 때
"전화 할 필요 없어."
규태가 냉정한 어투로 짧게 말했었다.
"전화 할 필요 없다니?"
종원이 번호를 누르다 말고 규태를 보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