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정영식 마주, 은퇴식서 ‘인디밴드’ 명의 1억 원 기부
애마 이름으로 기부하는 마주문화 확산 중
“마주들은 애마와 처음 만나 이름을 지어주며 부모와 자식 같은 인연을 맺게 됩니다. 그래서 마주에게 경주마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은 무척 가치 있는 일입니다.”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연거푸 석권하며 2013년 연도대표마에 등극했던 괴물 경주마 ‘인디밴드’가 1억 원을 기부, 이번 성탄절 불우이웃을 위한 나눔의 기적을 선물하고 은퇴했다.
‘인디밴드’의 은퇴식은 성탄절 다음날인 26일 개최되어, 기부금 전달식과 한빛맹학교 브라스밴드의 축하연주 속에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인디밴드’는 은퇴식을 마치고 부마 ‘엑톤파크’와 모마 ‘플리에’가 있는 고향 제주 이시돌목장에서 씨수말로 데뷔해 가문의 영광을 이어간다.
2013년 혜성같이 나타나 강한 승부근성과 투지로 한국의 내로라하는 최강마들을 모두 제압했던 ‘인디밴드’는 3세의 어린 나이로 최고 권위의 대통령배와 그랑프리 우승컵을 동시에 거머쥐며 2013년 서울-부경 통합 연도대표마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2014년, 서울과 부경 경주마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인디밴드’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왼쪽 다리 근위종자골골절을 진단받고 수술과 줄기세포치료로 휴양을 1년여 반복한 것. ‘인디밴드’는 정영식 마주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화려한 부활을 꿈꿨으나 씨수말로서의 뛰어난 가능성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숙고 끝에 최종 은퇴가 결정됐다.
은퇴식에서 정영식 마주는 소외된 계층에게 ‘인디밴드’ 명의로 1억 원을 기부했다. 정 마주는 “성원해주신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인디밴드’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마주로서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인디밴드’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 했지만, 많은 분의 응원 덕분에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 씨수말로서 새롭게 도전하게 된 것처럼 이번 성탄절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나눔의 기적을 불우이웃들에게 선물하고 싶어 은퇴식에 1억 원을 기부하게 되었다”고 기부 소감을 밝혔다.
‘인디밴드’의 기부금은 성탄의 축복과도 같은 일곱 색깔 무지갯빛 희망을 선물했다. 그 중 하나인 한빛유아학교 시각장애어린이 점자도서관’은 2017년 봄 개교예정으로, ‘인디밴드’의 이름으로 문을 열게 된다.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 어린이 점자도서관인 이곳은 시각장애 아동들의 인지발달과 능력개발 등 장애와 편견을 이겨내도록 돕고,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성장하며 재능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시각장애 아동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데 공헌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인디밴드’의 기부금은 중도장애인들의 심리 및 재활치료, 위기가정 긴급지원금 등으로 쓰이게 된다. △20년간 뇌병변장애인으로 살아온 임형수 씨를 위한 전동침대 수리비 △임대료 체납으로 강제 퇴거 위기에 처한 최민지 할머니네 다섯 가족의 주거비 △홀로 살며 희귀 근육병을 앓고 있는 50대 여성 희영 씨의 의료비 후원 등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사용된다.
정영식 마주는 이번 기부금뿐만 아니라 지난 10여 년 동안 지속적인 나눔을 실천하며 올바른 마주상을 확립하는 데 이바지해왔다. 특히, 대통령배 3연패에 빛나는 ‘당대불패’ 이름으로 핸드사이클 국가대표 양정관 선수, 철인 3종 이준하 선수 등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의 도전을 후원하며 3년 연속 1억씩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에도 백혈병 어린이들을 위한 후원활동과 경남지역 메세나 지원사업은 물론 최근 마카오에서 글로벌 마주로 성공하며 자신의 이름을 건 자선경주까지 개최하는 등 마주로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왔다.
최근 우승 상금의 일부를 애마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마주들의 기부전통은 확산되는 추세다. 사랑의열매와 한국마주연합회의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내 최초 동물 명의 기부 제1호 ‘백광(마주 이수홍)’, 제2호 ‘당대불패(마주 정영식)’, 제3호 ‘지금이순간(마주 최성룡)’, 제4호 ‘강호대세(마주 길용우)’에 이어, 제5호 ‘인디밴드’가 탄생하는 등 기분 좋은 기부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