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형제가 만들어 가는 최고 목장의 꿈

- 사업은 망해도 목장은 남는다.
- 초지조성, 시설투자 등 완벽한 준비 마쳐
- 생산 경주마 본격 데뷔할 내년 이후 기대해 볼만

- 고향을 버리고 오로지 도시로만 향하는 요즘 세상에 고향에서 새로운 꿈을 키우는 삼형제가 있다. 그들의 꿈이 영그는 곳, 킹스필드 목장을 찾았다.

- 우리는 목장 경영의 ‘드림팀’
법대 졸업 후 고시 준비중에 몸이 안 좋아 고향으로 휴양을 왔다가 목장일에 빠져들어 아예 공부를 그만두고 목장 경영으로 나선 첫째 규동(44), 사슴, 염소 등 가축농사에선 가장 잔뼈가 굵은 둘째 병탁(37), 사업을 하다 형들과 함께 목장 사업에 뛰어든 셋째 병흥(33). 이 삼형제가 킹스필드를 이끌어가고 있다. 현재 규동씨는 고대 대학원에서 경영관리를 공부하며 목장의 전반적인 경영에 힘쓰고 있으며 병탁씨는 오랜 가축농사 경험을 바탕으로 가축 치료를 공부중이다. 막내 병흥씨는 제주도 육성목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육성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젊음의 혈기로 뛰어든 사업, 세 형제가 자신의 특기를 살리면서 끈끈한 팀웍을 무기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삼형제는 97년 제주도에서 다섯 두의 씨암말을 사오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다른 가축들을 키워왔지만, 말 육성은 이들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처음 구입한 말 중 ‘터프레슨’이라는 씨암말이 원인도 모르고 죽어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어야 했고 경주로에서 퇴역한 ‘햇빛바람’이 부종으로 고생하다 결국 자마를 생산해보지도 못하고 안락사 시켜야 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었다.

- 혈통중시...언젠간 성과 있을 것
현재 킹스필드 목장이 보유하고 있는 마필은 씨암말 23두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40여두 정도. 규동씨가 마필 구매에 있어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혈통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일반적으로 씨수말의 혈통을 중시하는데 반해 규동씨는 씨암말의 혈통을 중시한다. 아무리 좋은 혈통의 씨수말이라 하더라도 부마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선 결국 모마의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혈통이 좋으면 자마 때부터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작년에도 호주에서 7두의 씨암말을 수입했고, 올해도 직접 미국에 건너가 6두 정도를 구매할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경주마 생산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없지만 혈통을 중시하는 규동씨의 노력과 열정이 조금씩 열매를 맺고 있다. 뉴질랜드산 ‘머큐러스’(Mercurous)의 자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호주산 ‘프롬더노스’(From the North)도 우수자마를 생산해낼 기대주다. 또한 세계적인 명마 ‘댄지그’(Danzig)와 ‘디쉬대쉬’(Dish Dash)의 자마로 현역시절 13전 4승, 2위 5회의 성적을 자랑하는 ‘마루프’(Maroof)가 부마인 ‘터칭모먼트’(Touching Moment)의 자마는 내심 국산마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투자로 승부한다.
현재 삼형제가 목장경영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인력부족이다. 막내(병흥)를 전문적인 육성인으로 키우기 위해 일본으로 보내고 싶었으나 인력부족으로 꿈도 못 꾸고 있는 실정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뉴질랜드나 아일랜드에서 전문 관리사를 초빙할 계획이다.
목장 성패에 절대적인 요소가 초지의 확보다. 킹스필드 목장은 처음 정읍시 산외면 일대 1만 2천평 규모로 목장을 시작했으나 이후 안정적인 초지 확보를 위해 순창에 3만 5천평, 정읍시 칠보면에 6만 7천평의 부지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목장의 총 규모가 10만평이 넘는다. 순창 지역에는 이미 초지가 마련돼 있고 칠보지역의 초지는 곧 있으면 위용을 드러낼 전망이다. 한창 단장중인 초지 조성과 경주마 트레이닝 센터, 700∼1000m 규모의 경주마 트랙 등 계획하고 있는 청사진은 올 7∼9월이면 완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한 비용만 10억이 넘는다. 아직까지는 소를 키워 번 돈을 말 육성에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지만 생산해낸 경주마가 본격 데뷔할 내년이면 투자의 결실이 하나 둘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규동 킹스필드 목장 대표 인터뷰〉

-고시 준비를 그만두고 목장을 시작했는데...
어려서부터 말을 키우고 싶었다. 축우사업으로 크게 성공을 봤지만, 큰 보람을 느끼지는 못했다.

-젊은 삼형제가 뭉쳤는데 장·단점이 있다면?
역시 젊기 때문에 자본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하지만 추진력은 강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으면 국회나 농림부를 직접 발로 뛰면서 일을 처리하고 있다.

-목장을 경영하는데 있어 어려운 점이 있다면?
역시 인력부족이 문제다. 현재 5명이 목장을 운영하는데 절대적인 인력도 부족할뿐더러 전문적인 인력도 부족한 상태다. 전문 수의사가 없어서 인근의 개업 수의사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 교배시즌을 맞아 막내가 원당까지 가야할 일이 잦아졌는데, 밤 12시에 출발해 아침 7시가 돼서야 도착한다. 내륙(익산)에 제2 육성목장이 건설된다면 나아질 것으로 본다.

-말 사육에 있어 사양관리가 중요한데, 인력부족의 어려움 속에서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아직까지 내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정립돼지 않은 상태라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마사회에 자주 드나들면서 도움을 받고 있고, 해외의 사양관리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는 단계다.

-지금까지의 투자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결실은?
초창기 투자시에 자본회수가 느린 것이 이 사업의 특징이다. 지금까지 투자만 했지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없다. 하지만 한 번 시작하면 정리하기가 힘든 것이 말 목장사업이다. 일단 시작한 이상 끝을 본다는 각오로 열심히 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20두의 마필을 생산해 11두를 개별구매로 넘겼고, 9두를 마사회에 넘겼는데, 본격적으로 경주마들이 데뷔할 내년이나 후년쯤을 기대하고 싶다. 사업은 망해도 목장은 남는다고 생각했고 먹고살기만 하면 된다는 바램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요즘엔 하루에 두끼밖에 못 먹고 있다.(웃음)

-마주가 되고픈 생각은 없는지?
물론 있다. 생산자 마주가 된다면 우수한 경주마는 다른 마주에게 비싸게 팔고, 가능성이 떨어지는 말을 키워 성적을 내는 데 주력하고 싶다.

-동료 생산자나 마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생산자들은 단순한 농사꾼이 아니다. 확실한 경영마인드를 확립하고 경주마 생산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사회적 역할에도 충실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마주들에게는 좀 더 적극적으로 생산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냥 좋은 말을 사서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마주라는 사회적 위치와 경마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걸맞게 좋은 말을 생산해내는 데도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줬으면 한다. 실제로 내가 알기로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주저하는 마주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마주와 생산자간 신뢰가 구축돼 마주들의 자본이 생산에 투입된다면 양질의 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생산자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부의 축산진흥정책들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말과 소가 육성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는데도 말 한필과 소 한필에 똑같은 축산발전기금이 배분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농림부나 마사회 관계자들이 생산농가의 실정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앞에서 이끌어가야 할 주체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일선 생산농가는 의욕이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경마 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주체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하는데 현재 생산자의 위치가 많이 위축돼 있다고 생각한다. 생산이 전제되지 않은 경마는 의미가 없다.

【권현 기자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