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배 안겨 준 ‘통일천하’로 일간스포츠배 노크
―환경에 민감, 기복 심한 것 아쉬워…
경마공원에 연일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김동철(27)이 본지 8월 MVP에 선정됐다.
지난 한 달 간 김동철의 성적은 4승 준우승 3회. 특별경주 우승이 한 차례 있었다고는 해도 다승 부문 수위에 오른 박태종 기수나 김창옥 기수에 비해 떨어지는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네티즌의 투표에서는 보여준 압도적 표차는 그만큼 그의 활약이 인상적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린 심성 탓인지 자신도 모르게 주위의 영향을 많이 받아야 했던 그가 이제 마음을 다잡고 본격적인 승부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긴장 많이 했었죠. 부담중량도 평소보다 4∼5kg 정도 늘었고, 또 당일 보니까 마체중도 9kg이나 늘었더라구요. 게다가 한 번 져본 경험이 있는 ‘디스코’가 안쪽 게이트에 배정돼 있었으니…”
데뷔 6년 만에 처음 특별경주(네티즌배) 우승을 거머쥐고 난 후 그가 한 말이다.
49조로 소속조를 옮긴 후 인기마로 연거푸 입상에 실패했을 때의 상심이 한방에 사라지는 기분이었을 거다. 긴장과 부담이 컸던 만큼 우승의 기쁨은 크지 않겠는가…
그때의 우승을 계기로 김동철은 자신감을 100% 충전했다.
인기마는 물론 웬만한 복병의 고삐를 그가 잡는다면 한번쯤 눈여겨봐야 한다고 팬들은 이구동성이다.
김동철은 원래 심성이 곱고 여린 편이다. 게다가 대단한 외곬수기도 하다.
그냥저냥 마음 좋아 보여도 한번 아니라고 생각한 것에 대해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 게 그다. 정이 많아서 뜻하지 않게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승부사의 기질은 뒤지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49조와 김동철은 최고의 궁합이라고 입을 모은다. 평소 타고난 자질과 동물적인 감각보다는 후천적인 노력과 성실을 강조해 온 지용철 조교사에 비춰보면 김동철은 더 없이 훌륭한 파트너라는 것.
말이 많은 49조에 있다보니 김동철의 하루는 남들 반나절 보다 짧다.
새벽 3시 50분에 일어나 4시부터 마방 훈련을 시키다가 5시 30분이 되면 주로로 나온다. 10시까지 새벽훈련이 끝나면 잠시 쉴 틈도 없이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까지 또 경주마 놀이 운동이다. 그리고 나면 어느덧 하루 해가 저물고 다음날을 위해 하늘이 두쪽 나도 8시에는 잠이 든다는데…
“다른 조에 있을 때보다 몸은 배 이상 힘들어요. 그치만 마음만은 그렇게 편할 수가 없죠”
지난해 5월, 소속조 기수들이 모두 병가와 개인사정으로 자리를 비우자, 지용철 조교사는 김동철 기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평소 그의 성실성을 눈여겨봐 왔기 때문이다.
기수로서 정체성에 혼란을 느껴왔던 김동철은 3개월 간 한시적으로 49조에 있기로 하고 가계약을 체결했다.
그곳에서의 출발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기수로서 인기마를 가지고 연거푸 입상에 실패했을 때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어영부영 3개월을 보내고 난 후, 미련 없이 다른 조를 찾으려 했던 그에게 지용철 조교사는 이런 말을 하더란다.
“웬만하면 그냥 내보내려고 했는데… (말을)너무 못타니까 이대로 보낼 수가 없다. 여기서 좀 배워라”고.
얼른 쫓아내고 다른 기수를 데려올 거라 생각했던 그 순간에 뜻밖의 제안을 받자, 김동철은 눈물이 찔끔 솟았단다.
열심히 하자… 다른 생각은 하지 말자…
그리고 지금까지 왔다.
숙소와 마방을 오가며 1년 가까이 생활한 그에게 지금의 결과는 결코 초라하지 않다.
3년 여간 그를 지켜봤지만 지금처럼 안정된 모습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리라.
후배인 김훈까지 가세한 49조는 지금, 천하무적이다. 욕심과 성실하면 남에게 지지 않을 이들이라 지켜보는 주변 사람 마저 흐뭇해진다.
가끔 인터넷 경마문화의 김훈 기수 팬클럽을 들러 보기도 한다는 김동철은 김훈을 성원하는 팬들을 보면서 부러운 한편, 더 많은 기회가 그(김훈)에게 주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동철은 이번 달에 ‘통일천하’로 일간스포츠배에 도전한다. 한창 물이 올라 절정으로 향하는 그가 경마대회를 제패하고 시상대에서 활짝 웃는 날, 힘찬 축하의 박수를 보내야겠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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