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코너 이후의 승부사 ‘미금호’

90년대 중반 힘 좋은 추입형 암말로 인기가 높았던 호주산 경주마 ‘미금호’. 힘으로 뛴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스태미너 출중한 암말로, 기복 없는 꾸준한 성적이 많은 경마팬들의 사랑을 받게 했다. 95년 7월 데뷔 후 99년 계인대염이 악화되어 경주로를 떠날 때까지, 경주막판 질풍같이 몰아치는 추입력으로 순위권 밖의 성적을 기록한 경주가 손에 꼽을 정도로 대단한 근성을 지녔다. 경주에 나서면 항상 최선을 다한 박빙의 승부를 펼치며, 결승선 근처에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던 ‘미금호’. 현재는 경주마 시절부터 자신의 마주가 운영했던 생산목장에서 씨암말로 활동중이다. 올해 5월 ‘퓨처퀘스트’의 자마를 순산하며 국산마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미금호’의 최전성기로 불리는 제14회 일간스포츠배를 되돌아본다.

C3등급 최강신예들의 경연장
올해 19회에 접어들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일간스포츠배는 한때 1군 오픈 오픈 경주로 치러지기도 했지만, 전통적으로 능력 있는 신예 발굴의 경연장으로 명성이 높다. 1996년에 열린 제14회 일간스포츠배는 그 당시 연승을 거듭하며 최강마로 두각을 나타내던 C3 등급 14두가 일제히 출사표를 던진 대회였다. 일대 혼전이 불가피한 편성으로 경주 전부터 팬들의 열기는 뜨거웠고, 그날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운집하며 관심을 고조시켰다. 출전마 가운데는 4연승의 신예 ‘용두산’, 5전 4승 2위 1회로 연대율 100%의 ‘프리웨이’, 그리고 이날 대회 이후 기량이 일취월장하여 그랑프리까지 차지한 ‘훌라밍고’, 기타 ‘능소능대’, ‘철마산’, ‘미금호’, 등의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신예들이 출동했다. 경주 초반은 6번 ‘용두산’과 10번 ‘은하수’가 이끌었고, 7번 ‘미금호’는 인코스에서 3위권으로 따라 붙었다. 그후 경주 내내 4번 ‘프리웨이’, 9번 ‘천둥울림’이 선두권을 위협하는 레이스가 펼쳐졌고, 우승마 ‘미금호’는 결승주로 진입시점까지 시종일관 3위를 사수하는 노련한 경주운영을 보였다. 결국 ‘미금호’의 막판 역주가 불을 뿜으며 ‘천둥울림’을 2마신 차로 누르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용훈 조교사
이날 ‘미금호’로 우승을 차지한 지용훈 조교사는 불과 일주일 전에 치러진 뚝섬배 ‘이화령’의 우승감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였다. 한달 사이에 두 번씩이나 시상식에 오르게 된 지용훈 조교사는 주위의 많은 부러움을 샀으며, 그해 9월이 결코 잊혀지지 않는 가을로 남게됐다.  

김효섭 기수
침착한 경주운영을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한 김효섭 기수 역시, 그해 AJC트로피 경마대회에서 ‘흥부’로 시상식에 참가한지 몇 달 안된 시점이었다. 직전 스포츠서울배에서 3위로 아쉬움이 많았던 ‘미금호’를 결승선까지 체력안배 시키며 우승으로 이끌었던 김효섭 기수는 90년대 중반 박태종 기수와 함께 쌍벽을 이뤘던 베테랑 기수였다.                                                                              

【손성호 기자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