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한 경주마다 항상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던 추입형 ‘뷔로라’. 화려한 연승행진보다는, 결승선 근처에서 한발 닿을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한 추입곡예를 펼치며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던 뉴질랜드산 암말이다. 상반기 최고의 경마대회로 불리는 무궁화배까지 차지한 준족으로 오랜 기간 C1급 레이스의 강호로 군림했지만, ‘뷔로라’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여느 명마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질곡이 있다. 데뷔 초반 오랜 부진 후에 1백배 이상의 고배당을 터트리며 첫 승을 기록했고, 그후 입상했던 경주마다 만만찮은 배당을 선사하며 승급을 거듭했다. 최상위 등급까지 올라서야 비로소 능력이 만개된 듯 강자로서의 입지를 굳혔고, 곧 경마대회 우승의 영광까지 누릴 수 있었다. ‘뷔로라’의 전성기 시절 모습을 간직하고있는 제15회 무궁화배 경마대회를 소개한다.

상반기 최고의 경마대회
연말의 그랑프리와 함께 최장거리 2300m 레이스로 치러졌던 그 당시 무궁화배는 상반기 최강자를 가리는 성격에 걸맞게, C1급 외산마들의 내노라하는 강호들이 출전한 대회였다. 500Kg대의 힘 좋은 거세마로 연승기세 몰아 출전한 ‘군주’가 최고의 인기를 모았고, 94그랑프리 우승 이후 고부담 중량에 풀이 꺾인 모습이었지만 관록의 ‘지구력’, 그리고 차세대 강자 ‘금맥’, ‘거창’, ‘뷔로라’등이 우승을 다툴 후보로 지목됐다. 경주의 양상은 다소 느리게 전개됐는데, 7번 ‘경지’를 제외하면 발빠른 선행형 마필이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경지’의 뒤를 추입형 마필 7∼8두가 포진하며 주파기록과는 무관한, 우승을 위한 막판 힘 겨루기로 이어졌다. 5번 ‘군주’와 9번 ‘거창’ 등 거대마 속에 파묻혀 있던 10번 ‘뷔로라’가 4코너를 돌면서 추입을 시작했고, 이후부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거 선두권을 노리는 아전투구 양상으로 치달았다. 결국 ‘뷔로라’의 추입력이 맹위를 떨치며, ‘군주’를 1마신 차이로 누르고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하재흥 조교사
당시 조기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었던 35조 하재흥 조교사는 83년 조교사 데뷔 후 13년만에 경마대회 첫 우승을 기록했고, 그 기쁨을 시상식에서의 환한 웃음으로 답례했다. 그 해 ‘햇빛바람’의 10월 페케남컵 우승으로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졌고, 소위 35조의 전성시대라 부를 만큼 감격스런 한해를 보냈다.

박태종 기수
96년 초에 3연속 월간 MVP에 오르며 쾌조의 한해를 출발했던 박태종 기수는 결승주로에서 파워 넘치는 추입 기승술을 구사하며 무궁화배 우승이라는 값진 수확을 챙겼다. 그리고 96년 한해동안 개인통산 400승 달성, 그리고 한해 102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족적과 함께, 여러모로 뜻깊은 한해를 보내게 됐다.                  


작 성 자 : 손성호 ssh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