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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선수와 팬이 공존하게 된다. 선수와 팬이 공존을 하는 과정에선 스타가 탄생되게 마련이다. 국내는 인구와 국토의 크기에 크지 않지만 스포츠강국으로 통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스타가 많다. 국내를 대표하고 주목을 받고 있는 스타로는 박태환, 김연아, 박인비, 김동현, 류현진, 이대호 선수 등을 들 수 있다. 박태환 선수와 김연아 선수는 국내에선 불모지로 평가되는 수영과 피겨스케이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고, 과거 IMF 시절 박세리 선수가 골프선수로 활약을 펼쳤다면 최근엔 박인비 선수가 세계적인 골프선수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외 UFC에서는 김동현 선수, 프로야구 부문에선 류현진, 이대호, 오승환 선수 등이 한국 선수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스포츠 분야에선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럼 경마는 어떨까. 경마는 스포츠일까. 경마 부문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마와 스타가 많다. 우선 영화를 통해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탄 경주마는 ‘씨비스킷’과 ‘시크릿테리엇’이다. 2003년에 제작된 게리로스 감독의 미국영화 「씨비스킷(Seabiscuit)’」은 경주마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고, 미국 박스오피스 추산으로 1억 2천만 불 이상을 벌어들인 명작으로 꼽힌다. 영화 「씨비스킷」이 흥행을 한 이유는 당시 미국의 사회적인 분위기에 맞물린다. 1929년 아메리카대륙은 대공황이 일어나면서 그야말로 암흑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내수경기가 극도로 침체되면서 시장경제가 붕괴되고 가족이 해체되는 절망의 시기였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시비스킷’이 태어났다. 부마 ‘하드텍’과 모마 ‘스윙온’ 사이에서 태어난 ‘시비스킷’은 발육부진의 볼품없는 망아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명문혈통의 ‘씨비스킷’은 마주 찰스 하워드, 조교사 톰 스미스, 기수 레드폴라드를 만나면서 인생역전이 시작되었다. 1930년대 말까지 10여년 동안 5만마일(8만km=지구 두바퀴를 횡단하는 거리)이라는 거리를 기차로 이동하면서 당대 최고의 경주마들을 모두 물리쳤다. 특히 1938년 전년도의 3관왕 경주마 ‘워에드미럴’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것은 미국 경마사상 최고의 대결로 인정받고 있다. 당시 미국인들은 ‘씨비스킷’의 활약을 통해 좌절과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즉 경마를 통한 베팅이 아닌 경마라는 스포츠를 통해 국민들이 힘을 얻은 셈이다. 이는 1990년대 초반 IMF 시절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 준 박찬호 선수와도 비교된다. 당시 박찬호 선수는 대학교를 중퇴 후 미국 LA 다저스로 스카우트됐고, 이후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등 국내 뿐이 아닌 미국에서 최고의 스포츠스타로 군림한바 있다. 당시 국내는 IMF로 인해 국민들의 시름이 컸다는 점에서 박찬호 선수가 국내에 던져준 희망의 메시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영화 「씨비스킷」에 이어 주목을 받은 영화는 2010년 랜달 웰러스가 제작한 「시크릿테리엇(Secretariat)」을 들 수 있다. 1973년 삼관경주의 마지막 관문 <벨몬트 스테익스>에서 역대 최다 마신차(31마신)라는 대기록으로 삼관마에 오르며 그해 북미 연도대표마에 선정된 바 있는 ‘시크릿테리엇’은 당대 최고의 명마로 평가를 받았고, 동전던지기로 인해 주인이 결정됐다는 점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당시 ‘시크릿테리엇’의 마주이자 ‘시크릿테리엇 기금(fund)’의 창설자인 페니 체너리 씨는 “시크릿테리엇의 등장은 당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경마가 대중화되고 세계적인 스포츠로 발돋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우리의 감동적이고 따뜻한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한 디즈니사에 감사를 전한다”라고 영화 제작 전 소감을 밝힌바 있다. 그렇다. 그가 말한 것처럼 당시 경마는 세계 스포츠로 발돋음 하는 단계였고, 감동적인 한편의 드라마였던 셈이다.
파트I 국가로 아시아에선 경마 선진국으로 통하는 일본 또한 경마와 관련된 이들 중 스타가 많다.
일본 기수 중 유명스타로는 국민기수로 통하는 다케 유타카 기수를 들 수 있다. 지난 1987년 이후 매년 최다승 및 최다 상금 획득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다케 유타카 기수는 통산 3600승 이상(일본 JRA통산 최다승), GⅠ경주 우승 100회, 일본더비 최다 우승, 리딩쟈키 최다 수상 등의 기록이 그의 화려한 성적으로 대변한다. 일본 최고의 기수인 다케 유타카 기수는 프랑스, 영국 등 해외 경주에 출전해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쳐 일본 내에서는 국민 영웅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
현재의 일본경마를 있게 한 ‘선데이사일런스’ 또한 유명한 스타마다. 1989년 미국 연도대표마인 ‘선데이사일런스’는 1000만달러에 일본으로 건너가 씨수말로서 활동을 시작했고, 이는 일본경마가 현재 수준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2014년 일본경마의 상반기 리딩사이어에 오른 씨수말 중 상위 랭킹 10위권 내에 7두가 ‘선데이사일런스’의 피를 이어받은 씨수말로 구성되어 있을 정도다. 이외 ‘선데이사일런스’의 자마 중 대표마인 ‘딥임팩트’는 현역시절 무려 1280만 달러의 상금을 벌어들였고, 현재는 단 한 번의 교배료만 해도 무려 1억 5천만원에 달해 세계적인 씨수말로 거듭나고 있다.
앞서 살펴본 우수 유전자와는 달리 성적면에서 보잘 것 없는 경주마들 또한 스타가 있다. 대표적인 경주마는 일본의 ‘하루우라라’를 들 수 있다. 1996년 호카이도 미쯔이시지역의 조그만 목장에서 태어난 ‘하루우라라’는 113연패라는 기록을 남긴채 경주마로 은퇴를 한바 있다. 그럼 성적면에서 보잘 것 없었던 ‘하루우라라’가 일본 국민들에게 스타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하루우라라’가 경주마로 활동할 당시 일본은 경제 불황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런 시기에 ‘하루우라라’가 매번 열심히 달리는 모습에 일본국민들은 감동했고, 결국 그는 스타마로 둔갑해 그의 출전여부에 따라 경마장의 입장인원이 변동이 올 정도가 됐다. 특히 일본의 경제 신문 니혼게이자이는 ‘하루우라라’를 《2004년 상반기 히트상품》 5위에 선정할 정도로 그의 인기는 당시 최고를 구가했다.
스포츠가 무엇인가. 스포츠는 종목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전해주는 감동을 뜻한다. 영화가 미리 준비된 시나리오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다면, 스포츠는 각복 없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다. 앞서 언급한 ‘씨비스킷’, ‘시크릿테리엇’ 등은 최고의 성적으로 팬들에게 감동을 줬고, ‘하루우라라’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줬다. 이들은 성적에선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단 하나, 국민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감동과 용기를 준 공통점이 있다. 이런 감동이 있는 경마를 누가 스포츠로 보지 않을 수 있는가.
국내에도 경마와 관련된 스타가 많다. 단지 국민들의 관심이 적었을 뿐, ‘씨비스킷’, ‘시크릿테리엇’, ‘다케 유타카’, ‘하루우라라’와 비유될 수 있는 경주마와 기수가 있다. 국내 경주마 부문 역대 최다 연승은 ‘미스터파크’가 보유하고 있다. 2009년 11월 27일 첫 데뷔전에서 3위에 그친 ‘미스터파크’는 이후에는 승승장구를 거듭해 17연승을 기록, 국내 최다 연승의 신기록을 작성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과거 국내 최고의 경주마인 ‘포경선’과 ‘새강자’가 기록한 15연승을 넘어서는 대기록으로 ‘미스터파크’는 최다연승의 기록만으로도 국내 경마 역사상 최고의 경주마임을 입증한 셈이다. 이후 ‘미스터파크’는 아쉽게도 부상으로 인해 안락사됐으나 49재 추모식을 비롯해 그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 발간되기도 했고, 렛츠런파크 부경에는 그의 동상을 세워 현역 시절 활약을 기리고 있다. ‘미스터파크’ 이전에는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가 기존 자기 몸값의 70배가 넘는 상금을 벌어들여 이슈가 됐고, 이는 영화 ‘챔프’로 팬들에게 널리 이름을 알린바 있다.
일본에서 ‘하루우라라’가 있었다면 국내는 ‘차밍걸’이라는 스타마가 있다. 101전 전패로 한국경마 최다연패기록을 세우고 2013년 9월 은퇴했던 경주마 ‘차밍걸’은 끈기의 상징으로 재평가를 받으면서 국내에선 이슈가 됐고, 이후 그의 내용이 책으로 발간돼 주목을 받은바 있다. 현재 ‘차밍걸’은 경주마에서 승용마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고, 2014년 7월 19일 <전국 국산마승마대회 장애물경기>에 경기용 승용마로 첫 데뷔전을 가진바 있다.
기수 부문에선 일본의 다케 유타카 기수와 비교되는 한국 박태종 기수가 현재 통산 1881승으로 국민기수로서 활약을 하고 있고, 국내 문세영 기수도 통산 999승을 기록해 새로운 기록 도전 및 한국을 대표하는 리딩쟈키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스포츠스타들이 벌어들이는 외화는 상당하다. 이들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국내 경제 발전에 있어서 영향을 미쳐 애국자로 분류된다.
경마는 단순히 언론에서만 거론되는 가십거리가 아닌 실질적으로 국내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대산업 중 하나다. 이를 발전하고 얼마나 유용한 산업으로 성장 시킬 수 있을지는 우리의 몫이다. 우리 모두가 경마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좀 더 폭 넓은 시선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유망한 산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국가로서의 손실이 될 수 있다. 경마를 확실한 개념과 관념을 통해 스포츠로 인식한다면 경마산업, 말산업의 발전은 당연이 이뤄질 수 밖에 없고, 국가 경쟁력 또한 높일 수 있다.
스토리가 있는 스포츠, 감동이 있는 스포츠, 경마는 스포츠다.
심호근 기자 keunee120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