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과 끈기의 대명사, 정평수 기수  
첫 승보다 아련한 기억, 첫 입상‘영월호’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 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경주로에 갓 데뷔한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언제나 변함없는 성실과 끈기로 인정받고 있는 정평수 기수를 만나 그의 첫 승과 첫 승보다 기억에 남는 첫 경주에 대한 추억을 들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정평수 기수에게 첫 승을 안겨준 마필은 ‘금광’이다. ‘금광’은 정기수가 신인기수로 첫 인연을 맺었던 25조(당시 김봉수 조교사) 마필로 두 번째 호흡을 맞추면서 22전만에 우승을 안겨준 마필이다. 엷은 갈색계통의 ‘금광’은 평소 날카로운 성질로 무척이나 예민했던 말로 기억한다. 당시 선행에 나서면서 비교적 여유있는 우승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첫 승에 대한 기쁨은 그리 크지 않았다. 바로 첫 기승시 우승을 놓쳤던 기억으로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문제의 경주는 그가 처음으로 실경주에 나섰던 ‘영월호’와의 헤프닝을 탄생시켰다. 첫 경주에 대한 기대감과 온 신경을 집중시켰던 경주에서 추입을 발휘하면서 김동철 선배(8기)와 경합을 펼치며 결승선을 통과했고, 정기수가 판단하기엔 자신의 우승이 확실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기수대기실로 돌아와 이겼다는 기쁨과 첫 승에 대한 기분을 한껏 내고 있었는데, 사진판정 결과 2위로 확정되는 순간 허탈감과 아쉬움이 교차하고 말았다.  
첫 기승에서의 아쉬움은 이후 첫 우승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했고, 결국 22전만에 첫 승을 차지했을 때도 기쁨을 반감시킨 것이다.
끈기있는 성실이 풀풀 묻어나는 정기수에겐 남부럽지 않은 경주마 복이 따르는 것 같다. 우선 경마대회 우승을 안겨준 ‘이화령’을 비롯해, 최근 아픔을 느끼게 했던 ‘차령장군’이 그의 이름곁에 선 명마들이다. 물론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나는 마필들이지만 그래도 한시대를 수놓았던 명마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뚝섬부터 서울경마공원 초기에 뛰었던 전형적인 추입마 ‘중강진’등이 기억에 남는 마필이다. 다른 말들이 4코너를 돌 때에서야 3코너를 진입했던 ‘중강진’이 결승선을 먼저 통과할 때면 모든 경마팬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던 모습은 잊지못할 장관을 연출했었다고 한다.
지난해 좋은 상승세를 이어가던 정평수 기수와 48조는 최근 다소 주춤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대해 정기수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말하며, 일시적인 슬럼프 상태지만 조만간 상승세를 기대해 달라고 얘기한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