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페이지 - ‘내가 거둔 첫 승’
추입의 승부사, 우창구 기수  
첫 데뷔 승 안겨준 선행마 ‘청자기’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8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짜릿한 추입승으로 경마팬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갔던 추입의 승부사 우창구 기수의 첫 우승을 들어보자. 〈편집자 주〉

84년 꼬마기수로 경주로에 데뷔해 19년이란 세월을 경주로에서 보낸 왕고참으로 5백승을 넘어서면서 영예기수의 조건을 갖춘 ‘우창구’기수에게도 신인시절이 존재한다.
지금은 선행마들의 득세로 추입마의 불꽃같은 레이스를 보기가 쉽지 않지만 아직도 우창구 기수를 좋아하는 경마팬의 그가 예전에 보여줬던 짜릿한 추입력을 결코 잊지 못한다.
84년 처음으로 경주로를 밟은 우기수가 첫 기승했던 말은 ‘청자기’라는 말이다. 그리 크지 않은 체구에 선행형 질주습성을 가졌던 ‘청자기’는 왕초보인 그를 태우고 바람처럼 경주로를 질주하며 첫 우승이라는 어려운 단계(?)를 너무나 쉽게 뛰어넘게 했다.
얼떨결에 데뷔전에서 첫 승을 달성한 그는 자신이 어떻게 말을 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한참후에 얻은 결론은 그 경주에서 최고 인기를 모았던 김명국 선배가 왕초보 후배에게 양보를 했다는 것이다. 물론 선배에게서 직접 얘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
20년이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데뷔전에 우승을 안겨준 ‘청자기’에 대한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추입마하면 우창구 기수를 떠올리듯 그와 함께 경주로를 주름잡던 명마들이 무수히 많다. 누구나 알고 있는 ‘울프사일런서’,‘공로자’,‘삼각’,‘도롱이’등이 있지만, 그에게 잊지못할 말이 잊으니 바로 ‘곰돌이’라는 말이다.
32조에서 망아지로 받은 ‘곰돌이’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것은 새벽훈련중 낙마를 하면서 말에게 부딪히며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의 기억이 있어서다. 결코 잊지못할 뼈아픈(?) 추억을 안겨줬던 ‘곰돌이’는 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제 밥벌이를 톡톡히 했고, 뚝섬뿐 아니라 과천으로 옮긴 이후에도 곧잘 뛰면서 무궁화배 경마대회 우승까지 기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장 아쉬웠던 말을 꼽으라면 ‘군주’다. 퇴역을 할 때까지 세 번에 한번꼴로 우승을 했지만 경마대회 우승운이 따르지 않아 항상 순위권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던 기억이 있다.
5백승 고지를 넘어선 우기수는 여전히 농익은 기승술로 우수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현재 소망하는 것은 압도적인 승이 아니다. 아무 부상없이 꾸준히 자신의 천직인 말타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