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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훈련시키다 보면 예상하고 있지 않던 상황이 일어나곤 한다. 그런 상황은 훈련을 시키는 말이 기승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움직임을 보인다거나 기승자가 원하지 않는 움직임을 할 때 잘 나타난다. 기승자와 훈련받는 말 중 어느 한 부분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지치고 힘들 때, 그리고 또 기승자가 너무나 높은 난도의 동작을 바랄 때 등 아주 다양한 부분에 걸쳐 훈련시키는 말과 대치를 하게 되는 경우가 필연적으로 생긴다. 만일 이러한 미래 지향적인 대립이 없다면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훈련의 효과는 더디게 나타나고 훈련시키는 말의 잠재능력을 모두 찾아내지 못해 그 말에게서 기대 가능한 최대의 훈련 성과를 보지 못하게 된다.
체벌의 딜레마
이런 대립이 일어났을 때 기승자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격렬한 대립을 해서 마침내 이겨야 하는가?’ ‘아니면 양보를 해야 하는가?’ ‘격렬한 대립에서 이길 수 있다면 당연히 대립을 해야 하지만 그것마저 확신이 없으니 이일을 어쩐다?’ 이때는 당연히 조금의 양보가 필요하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일으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하지만 만약 기대하는 기대치를 조금 낮춰서 시도해 본다면 이는 권장하고 싶다. 무조건적인 양보는 포기를 의미한다.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대립이 없고 평화로움만 공존 한다면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고 정체된다고 생각한다. 대립에서 체벌이 꼭 필요하다면 그 체벌은 인정하고 싶다.
체벌은 정확하고 예리하게
단 체벌을 할 때에는 기승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말에게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체벌의 순간을 정확하게 판단하여 적절한 체벌을 한다면 아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오랫동안 훈련해온 것을 한동안 다시 뒤로 돌려놓거나 이미 어느 정도 이루어놓은 좋은 동작에 긴장 즉 Tense를 덤으로 더하게 돼 훈련이 뒤죽박죽 뒤엉켜 버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체벌을 할 때에는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말에게 무리한 요구로 인해 가해지는 체벌은 체벌이 아니라 말에게는 폭력으로 다가간다. 만약 훈련받는 말이 체벌에 굴하지 않겠다는 느낌이 든다면 기승자가 요구하는 난이도가 높던 그렇지 않든 간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만약 CG에게 Passage를 훈련시키면서 내가 무리한 요구를(체벌과 흡사한 과도한 부조의 사용) 계속했다면 올바른 Passage를 하지도 못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정신적인 압박감으로 인해 급하게 움직이거나 부조를 받아들이는데 조급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로 인해서 Passage를 시작하거나 수행하는 중간에 Rhythm을 잃게 되어 올바른 훈련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좋지 않은 습관이 생길 수 있는 훈련을 예로 들 수 있다. CG를 훈련시킬 때 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치고 들어갈 때와 적당히 요구를 하고 빠져나올 때를 잘 조절했던 것 같다. 연애할 때는 눈치가 없어서 밀당(?) 조절을 지지리도 못했는데, 말에게는 누구보다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돼 그나마 다행이다. 매 순간순간의 판단이 아주 중요하다. 말의 신체적 훈련 상태와 정신적 안정감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예리한 판단력을 갖추고 있는 것 역시 훈련을 시키는 기승자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무시하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말의 변화에 대해 기승자가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감정 기복이 들쭉날쭉하다면 훈련의 결과는 기대하는 것만큼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양보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그렇다면 양보는 어떤 때 해야 할까?
- 격렬한 대결에서 승산이 없을 때.
- 정복하려는 산이 너무 높거나 정복에 필요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 정복할 산에 오르는 길을 정확히 모를 때.
- 훈련시키는 말의 근육의 발달이 충분치 않거나 체력이 충분치 않을 때.
- 기승자나 훈련받는 말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 이유 없이 막무가내로 반항할 때.
양보를 해야 할 더욱 많은 상황들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양보를 해야 할 때와 대립을 해야 할 때를 잘 구분해 적절한 체벌을 가해야 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랑하고 싶어!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 나 혼자만의 비밀을 간직하기 힘들어지고 좋은 것이 있으면 자랑하고 싶어지니 말이다.
어린 시절 자랑하고 싶었던 추억
어릴 적 나는 시골 농촌 마을에서 자랐다. 그래서 날 비롯한 내 주위 친구들 모두는 뒤늦게 문명(?)의 혜택을 받았다. 아마도 중학교 2학년 초였던 걸로 기억한다. 수학여행을 며칠 앞두고 학교를 무슨 정신으로 다니는지 모를 정도로 들떠 있었다. 온 신경은 수학여행에 맞춰져 있었다. 그렇게 들떠있는 내게 옆집에 사는 외사촌 형이 진품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많은 청소년이 즐겨서 신고 다니는 세 개의 흰색 줄이 있는 운동화를 수학여행 갈 때 빌려주겠다고 했다. 사촌 형도 아껴서 신고 다니는 운동화를 빌려주겠다니 하니 그런 횡제가 없었다. 당시만 해도 교복 자율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학생은 똑같은 모양의 교복과 고무신에 검정 천 몇 개를 붙여놓은 검은 운동화를 사시사철 신고 다녀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운동화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사계절용 타이어였다. 수학여행 전날 밤 보무도 당당한 모습으로 그 멋진 운동화를 신은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니 밤새 한잠도 이루지 못했다.
자랑하고 싶은 CG
어릴 적 내가 가진 소중하고 새로운 물건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오랜만에 다시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특히, 각고의 노력으로 이루어놓은 CG의 경우에는 결코 쉽게 얻은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의미 또한 크다고 생각했다. 대회가 열리는 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이제까지 훈련한 결과를 많은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훈련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이와 비례해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더욱 커져갔다. 이때가 CG와 함께한 시간 중 가장 즐거운 순간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항상 좋을 때만 있는 건 아니었다. 때때로 실망할 때도 많았다. 외국에서 수입해온 아름답고 훌륭한 말들을 볼 때마다 잠시 부럽기도 하고 CG의 부족함이 느낄 때도 있었다. 선배들의 아낌없는 지적이나 심판들의 날카로운 지적에 의기소침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한 발 더 밟고 일어서는 디딤돌이 될 거라고 믿고 있었기에 가감 없이 받아들였고 훈련에 적절히 접목했다.
보는 이가 많으면 더 힘이 난다
대다수 승마선수가 생각하듯이 많은 사람이 보고 있으면 승마가 더욱 즐거워진다. 각고의 노력으로 갈고닦은 승마술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을 때는 훈련의 집중도가 더욱 높아져서 말과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잘 드러난다. 마치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난 이런 때에 종종 스스로 감동을 해 등줄기가 서늘해지면서 소름이 돋기도 한다. 많은 사람 앞에서 승마하는 것을 즐길 줄 알면 더욱 멋진 승마를 할 것이다. 아울러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마저 느껴진다. 나도 그런 선수들 중 하나이며, 즐기기까지 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또 다른 동기를 부여해주는 역할을 한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 많은 관중이 대회에 참관하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찾아온 관중을 위해 선수들은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아름답고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일 것이며, 이는 대한민국 승마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매 순간순간의 판단이 아주 중요하다. 말의 신체적 훈련 상태와 정신적 안정감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예리한 판단력을 갖추고 있는 것 역시 훈련을 시키는 기승자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많은 관중이 대회에 참관하러 오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대회장을 찾아준 관중을 위해 선수들은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아름다운 동작을 선보일 것이다.
교정교열= 황인성 기자
작 성 자 : 황인성 gomtiger@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