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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과 격려 아끼지 않은 경마팬들께 큰절
―말의 해 맞아 “임오년(壬午)도 나의 해로∼” 각오 대단
언제 어떤 자리에서건 “최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이들이 있다.
기수 시절 ‘당나귀도 몰고 들어왔다’던 김명국과 천하의 박태종이 그렇다.
이들은 모두 ‘마이더스의 채찍’을 쥐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으며, 한 사람은 조교사로, 또 한 사람은 기수로 각각 최고라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2001년을 최고의 해로 만든 김명국과 박태종, 두 히어로를 한 자리에서 만났다.
―2001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뜻깊은 한 해를 보냈을텐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김명국 조교사, 이하 김) :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는 항상 미련이 남기 마련이죠. 매년 새해를 맞이할 때는 “올 해야 말로!”하는 결심을 하곤 하지만 2001년은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런 한 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은 계속 생기는군요! 제게 많은 기쁨을 안겨준 ‘포트오먼’이 그랑프리 출전을 하지 못했다는 점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박태종 기수, 이하 박) : 저는 그야말로 대만족스런 한 해였습니다. 8백승 돌파나 경마대회 3관왕, 한 해 최다승 기록 도전 등 당장 드러나는 결과도 만족스러웠지만 무엇보다 부상없이 한 해 동안 꾸준히 기승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흡족합니다.
―기수 시절 항상 최고로 대접받아 왔던 김명국 조교사께서는 조교사 개업 후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야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라선 것 같은데, 최근 근황은 어떻습니까
▲(김) 지난 2∼3년간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만, 기수 시절에도 어려움은 많았기 때문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기수가 됐을 때가 생각나는군요! 워낙 술 좋아하고, 또 다혈질인 성격 탓에 여러 선배 기수나 조교사들과 충돌도 많았죠. 오죽했으면 절 기피하는 조교사까지 있었겠습니까!(웃음) 조교사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는 조금씩 다져나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기수 때 그랬던 것처럼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은 항상 있었구요.
―박태종 기수는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의 리딩자키지만 올해는 유난히 좋은 모습 보인 것 같습니다.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 겁니까
▲ 최근 몇 년간 70승 이상씩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했지만, 그와 더불어 부상도 항상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가벼운 어깨 부상으로 3주 쉰 것 외에는 1년을 거의 풀 가동한 셈이죠. 부상에 대한 공포 없이 경주에 임할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성적도 부쩍 좋아진 것 같습니다.
―‘포트오먼’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군요. 직접 관리하고 곁에서 지켜보는 조교사로서, 또 경주에서 함께 호흡 해본 기수로서 ‘포트오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 조교사님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그 말은 힘이 대단한 말입니다. 특히 힘이 좋다고 하면 기수로서는 제어가 어렵다는 뜻도 될 수 있겠는데, ‘포트오먼’은 그렇지가 않아요. 부드러우면서도 경주에서는 폭발적인 파워를 과시하는, 한 마디로 최고의 경주마라 할 수 있죠.
▲(김) 근 2년을 함께 하면서 정도 많이 들었지만 그만큼 애정에 많은 보답을 해준 제 자식같은 말이죠. 훈련량에 따라 능력이 무한정으로 나오는 말입니다. 저는 아직도 능력의 끝을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죠. 처음엔 이 정도로 뛰어줄지 몰랐는데, 하루하루 훈련을 직접 시켜보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포트오먼’이라는 말을 만났기에, 조교사로서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포트오먼’이 그랑프리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많은 팬들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상태는 어떻습니까
▲(김) 원래 건이 조금 약한 편인데, 지난번 SBS배에서 무리했던 탓인지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현재 치료 중인데, 5개월쯤 푹 쉬고 나면 다시 여러분들 앞에 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그랑프리에 대한 기대가 참 많았는데… 제 스스로도 아쉬운 부분이 많죠.
―지난해 박태종 기수가 김조교사의 기수 시절 최다승 기록을 깼습니다. 경마인으로서 기쁜 마음 한켠에는 자신의 기록을 넘어섰다는 섭섭함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땠습니까
▲(김) 나 그런 사람 아니에요!!(웃음) 기록이란 원래 깨지기 위해 있는 것 아닙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더욱이 우리 ‘박스타’(김명국 조교사는 인터뷰 내내 박태종 기수를 ‘박스타’라고 불렀다!)가 기록을 깨주어서 더 영광입니다. 언젠가는 이 기록도 깰 수 있는 스타가 나오겠죠.
―지난주에는 기수협회와 본사 주최로 ‘경마팬과 기수와의 만남’ 행사가 있었습니다. 평소 기수나 조교사를 가까이에서 접하기 어려운 경마팬들로서는 유익한 대화의 장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반면, 경마관계자들에게는 이같은 자리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텐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저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사회 각 분야가 개방화 물결을 타고 있는데, 경마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더욱 오픈되고, 자연스런 정보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기수에 비해 조교사들은 팬들과의 접촉이 사실 어려운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사소한 오해가 생겨도 풀길이 없고, 그냥 넘기는 편이죠. 저는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팬들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이제 팬 많아졌어요!(웃음)
▲(박) 팬들의 직접적인 응원을 받고 있는 기수들로서는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조교사님들에 비해 많은 편이죠. 저만해도 1년에 2∼3번 정도 팬과의 만남을 갖곤 하는데, 이제는 초기에 비해 많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서로간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또 경마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있다는 걸 의미하겠죠.
저 역시 인터넷을 통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팬들에게 정확히 설명하면서 명확히 짚고 넘어가는 편인데, 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팬들이 있어 많은 힘이 됩니다.
―두 분다 기수로서나 조교사로서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셈인데요, 그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진실’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어디서든 진실은 통하는 법이죠. 제가 조교사 개업 후 이만큼이나마 될 수 있었던 것도 매사 진실된 마음으로 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승부의 세계에서는 ‘근성’도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죠. 솔직히 전 성실한 편은 못되지만 근성 하나는 인정해줄만 하다고 자부합니다.
▲(박)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조교사님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체력 관리를 해온 것도 좋은 성적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외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최선을 다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은 기수로서 선후배이자 지금은 조교사와 기수의 관계인데, 서로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 우리 ‘박스타’는 정직하고 성실하면서 스스로의 관리도 철저한 진짜 프로에요. 물론 여러분들이 아시겠지만, 술·담배는 물론 저녁 8시 반만 되면 다음날을 위해 반드시 취침에 들 정도죠. 이제는 어느 정도 고참급이고, 또 그 정도 성적이면 흐트러질 법도 한데, 지금도 1년에 3백일은 숙소에서 지낸다고 합니다. 인간적인 면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어요. 하다보니 좋은 말만 한 것 같은데, 우리 ‘박스타’는 단점도 없네요.(웃음)
▲(박) 제가 초짜 신인이었을 때 명국이 형은 그야말로 톱스타였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승부욕과 체력, 기수로서의 감각, 기술 등은 변함없이 최고죠. 물론 순간적인 판단력도 최상이구요. 다만 술을 너무 많이 드셔서 그게 걱정이지만요.
―내년은 말의 해인 임오(壬午)년입니다. 두분 다 각오가 남다를텐데요, 계획하고 있는 바는 무엇입니까
▲(김) 올해보다 나은 한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포트오먼’으로 경마문화에서 주는 최고 경주마상을 받아서, 사실 올해는 마사회상을 욕심 냈었죠. 비록 결과는 이렇게 됐지만 최선을 다했던 만큼 이만큼의 성적에 만족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더 내실있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랄 뿐이죠. 아참! 그리고 우리 ‘포트오먼’을 아껴주신 팬들께는 감사의 말씀과 죄송한 마음을 함께 전하며 내년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임을 약속하겠습니다.
▲(박) 저는 올해만큼만 되면 좋겠어요.(웃음) 기수로서 이 정도 캐리어를 쌓다보면 어느새 부상에의 두려움이 커지곤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 그 때문에 경주 중에 나도 모르게 움츠러 들 때가 있어요. 모쪼록 내년에도 부상 없이 꾸준한 성적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항상 성원 보내주시는 팬들께는 감사의 말씀 올리면서, 성적으로 보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