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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효 조교사, 데뷔 이후 꾸준한 성적 향상... 올 해 최정점 기대
-윤대근 기수, 배우고 또 배워... 신인티 벗고 진짜기수로 거듭난다.
-임오(壬午)년 새해가 밝았다. 지켜보는 이들의 새로운 각오와 희망처럼 빨갛게 불타오른 새해. 모든 사람들이 벅찬 기대와 바램을 갖고 밝아오는 밝은 새해를 맞았겠지만 여기 유독 임오의 새해를 반기는 사나이들이 있다. 19조 곽영효 조교사와 윤대근 기수. 데뷔 이후 꾸준히 향상되는 성적을 보여줬던 곽 조교사는 소속마방 유망주들을 등에 업고 상승세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며, 제20기 신인기수 중 최고의 성적을 보이고 있는 윤 기수는 이제 신인티를 벗고 진정한 기수로 발돋움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올해는 다승 1위 한번 해봐야죠” - 곽영효 조교사〉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
85년 제11기 기수로 데뷔, 12년의 기수생활을 접고 97년 조교사 데뷔, 남들이 보기에는 탄탄대로를 달려온 것처럼 보이지만, 곽 조교사의 행로에도 부침(浮沈)이 많았다. 평화시장에서 옷장사도 해보고, 농사도 지어보고, 우연히 기수 모집광고를 보고 24세 늦깍이로 기수양성소에 입사해 나이 어린 선배, 동기 사이에서 숱한 마음고생을 했다. 기수생활도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남들은 낙마해도 툭툭 털고 일어났지만, 그는 낙마만 했다하면 어딘가가 부러졌다. 골반뼈가 부러져 6개월, 뒷머리에 금이 가서 또 6개월... 병원에서 보낸 시간만도 몇 해였다. 결국 그는 기수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 일찌감치 조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1997년 텅텅 비어있던 19조 마방을 대부 받았다. 전임자가 없어 마방은 말 한 마리 없었다. 그런 사정을 안 권광세 마주가 휴양마 ‘베스트키’를 맡겨 데뷔 후 3달 동안은 그 한 마리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후 하나둘 마주들이 말을 맡기면서 그럭저럭 하반기에는 10마리가 넘어가 마방다운 모습을 갖추게 됐다. 9월 ‘과천왕자’로 첫 승을 거둔 후부터는 성적도 괜찮아졌다. 10월에는 ‘연승환호’로 문화일보배를 우승하며 첫 경마대회 우승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무서운 상승세!... 해마다 성적 향상
그의 성적은 해가 바뀔수록 향상되고 있다.(표 참조) 하지만 올해 그의 가능성이 단순히 이런 수치만으로 전망된 것은 아니다. 바로 마방에 가득한 유망주가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는 신마 훈련에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 훈련은 5∼10분 더 시키는 대신, 절대 무리시키지 않는다는 것. 속보의 경우 기본이 두 바퀴이고, 적어도 남들보다는 반 바퀴 더 뛰게 한다. 그 다음이 구보. 하지만 빠르게 뛰지는 못하게 한다. 습보도 직선주로에서 잠깐 모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시키지 않는다. 근육이나 폐활량에서 아직 궤도에 오르지 않은 신마의 경우 무리하면 역효과가 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신마는 말 그대로 그냥 다져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노하우 때문일까 그의 마방에는 특히 눈에 띄는 유망주들이 많다. 3세가 된 ‘흑돌풍’, ‘주상’, ‘해맞이’, ‘삼봉산’, ‘비천봉’ 등에 미국산 ‘미러클윈’까지... 그는 아직 1000, 1200m에서 이긴 말들이라 검증됐다고는 하기 힘들지만 희망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더욱이 공들이고 있는 7두 정도의 2세마까지 올해 입사해, 승수사냥에 가세해준다면 “다승 1위도 한 번 도전해볼만 하지 않겠냐”며 내심 자신감을 나타냈다.
〈표〉 곽영효 조교사 연도별 성적
년도 성적(1위/2위)
1997 51전(5/6)
1998 162전(14/14)
1999 192전(23/16)
2000 245전(24/25)
2001 250전(29/27)
※통산 900전(95/88)
〈“아직도 배울게 태산입니다.” - 윤대근 기수〉
-동기 중 최고 성적... “좋은 말 많이 탔으니까 그렇죠!”
19조의 최고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소속조의 어린 준족들이 아니라, 바로 윤대근 기수다. 곽영효 조교사나 선임 천창기 기수는 윤 기수를 후배 기수 이전에 어린 동생을 대하듯 사랑으로 대한다. 조교사와 선임 기수의 이런 사랑덕분일까? 윤 기수는 동기 중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20기 선두의 자리에 그가 선 것이다. 데뷔 반년, 아직은 그의 말대로 알 수 없지만 그 반년 사이 조교사와 선임 기수의 기대와 평가처럼 튀는 성적과 잠재성을 보여준 것만은 사실이다. 윤 기수는 그저 “좋은 말을 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의 성적을 평가하지만, 주위에선 신세대답지 않은 성실함과 외모에 걸맞지 않은 우직함과 승부근성이 느껴진다고들 한다.
홀아버지를 모시고 얼마전에야 준마아파트에서 이삿짐을 풀었다는 그는 여느 신세대들과 달리 놀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동료들이 밖에서 달콤한 휴식을 즐기는 시간에도 그는 숙소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기자가 보기에 좀 심심해 보이는 그 생활이 그래도 그는 한없이 편하기만 하다. 양성소 시절 얽매인 생활에서 이제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맘껏 한다고 해서 어떤 일탈이나 탈선이 아니다. 그저 음악 듣고 싶을 때 음악 듣고 운동하고 싶을 때 운동하는 정도다. ‘맘껏 해서 좋은 행동’이 음악과 운동일 정도로 윤 기수는 순수하고 성실하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조교사와 마방 식구들이 그를 좋아한다.
-올 하반기쯤 입대할 생각... “가기 전에 뭔가 보여주겠다.”
훈련과 실전을 반복하며 많은 말을 타면서 말에 대해 알게되고, 말을 알게 되면서 말 타는 것도 한결 수월해졌다. 그러다보니 재미도 붙었다. 마필 제어능력이나 자리다툼도 이제 서서히 요령을 터득해 가고 있다. 윤 기수는 조교사의 지시대로 타기 위해 노력한다. 아직 경험이 없다보니 조교사의 작전대로 레이스가 풀리지 않을 때는 적잖게 당황스럽기도 하다. 임기응변에 약한 것은 그가 꼽는 단점. 인기마를 탔을 때 부담이 되고, 비인기마는 편하게 탈 수 있다는 것은 그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그는 올해 안에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어차피 갔다 올 거라면 빨리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미 한 번 연기를 했고, 최대한 더 말을 타고 입대하고 싶지만 올해를 넘기지는 않을 생각이다. 숙소를 잘 벗어나지 않는 관계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아버지가 손수 빨래며 설거지를 하는데, 입대하면 아버지를 돌보기가 훨씬 수월해지지 않겠냐며 담담하게 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활기가 넘쳐나는 우리 마방... “19조 지켜봐 주세요”〉
-마주부터 관리사까지, 조교사와 기수... 똘똘 뭉친 우리 마방
윤 기수는 후보생 시절 12조에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교육이 끝나고 12조 서범석 조교사는 윤 기수의 장래를 위해서는 19조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 윤 기수를 곽 조교사에게 추천했다. 곽 조교사는 운동도 잘 하고 성격도 좋다는 천창기 기수의 말을 듣고 흔쾌히 제의를 수락했다.
“아직은 신인이라 과감성이 부족하지만 자세가 이쁘고 말을 참 편안하게 탄다”며 신인기수를 칭찬하는 곽 조교사. 윤 기수도 그런 조교사의 기대에 “조교사님이 시키는대로 말을 타려고 노력한다”며 전적인 믿음으로 보답한다.
곽 조교사는 마방 운영에서 인화(人和)를 강조한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고사는 그가 철썩 같이 따르는 일종의 신조와도 같다. “말간이 어수선하면 말이 잘 뛸 수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소속 마주들은 상금의 일부를 모아 마방 유지를 위해 쓰고, 소속 관리사들은 누구랄 것 없이 스스로 제일을 찾아서 하고... 또한 곽 조교사로부터 ‘리딩자키급’이라고 평가받는 선임 천창기 기수는 후배에게 많은 기승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 마방 분위기가 나쁠 수가 없다. 신인인 윤 기수에게 이런 활기찬 마방 분위기는 보다 편안하게 말을 탈 수 있게 해줬고, 이것은 곧바로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2002년 한 해, ‘지켜봐 주세요’
해마다 향상되는 성적, 마방의 미래를 짊어진 신예 준족들, 거기에 그를 든든히 받치고 있는 마방 식구들... 천군만마(千軍萬馬)를 등에 업은 곽 조교사의 2002년 전망은 희망에 차 있다. 2001년 10월, 11월 두 달 연속 마사회에서 조교사 MVP로 선정돼, 신사년 한 해를 화려하게 마무리했던 곽 조교사. 목장에서 그를 기다리는 2세마들이 하나둘 경마장에 입사해 경주로를 달릴 때면 그의 희망은 꽃을 피울 전망이다. 인터넷으로 혈통을 뒤지고, 직접 목장을 발로 뛰며 땀흘린 대가다. ‘출전한 이상, 사생결단의 각오로 최선을 다한다’는 그는 내심 ‘다승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굳이 승수에 집착할 생각은 없다. 집착과 후회가 없다는 것은 최선을 다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 것이다.
2001년 마사회 선정 최고의 신인기수에 뽑혔던 윤대근 기수도 2002년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군 입대라는 큰산을 앞에 두고 있지만 그는 그것을 장애물로 여기지 않는다. 기수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계기로 생각한다. 다만 언제가 될지 모르는 입대 전에 기수로서 확실하게 자리잡고 떠나길 바라고 있다.
다소 나태하고 헤이해질 수 있는 새해벽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담담히 말과 함께 새벽을 맞는 곽영효 조교사의 눈매는 여전히 날카롭고, 고삐를 잡은 윤대규 기수의 손은 야무지기만 하다. 새벽을 여는 두 사나이의 차가운 입김이 2002년 과천벌 하늘을 뒤덮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