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복승률 100%요? 별다른 느낌 없던데요”
신들린 모습이 그러할까?
지난 주 지하주 기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신들렸다는 표현이 생각났다.
토, 일요일 5회 기승으로 그다지 많은 출전은 아니었지만 우승 3회, 2위 2회로 경주로에 나섰다 하면 입상을 했다.
경주전 오직 인기 1위가 확실했던 ‘인리스티드’만이 자신있었다고 하는 그의 말처럼 그가 기승했던 마필은 오히려 이변으로 볼 수도 있을 정도였다.
이틀간에 걸쳐 24개 경주가 펼쳐졌고, 60여명의 기수들이 경주로를 질주했지만 단연 돋보인 것은 바로 복승률 100%를 지켜내며 선전한 지하주 기수일 것이다.
화려했던 이틀간의 경주를 마치고 안식이 기다리는 월요일 오후에 만난 지하주 기수는 그저 평범한 모습(?)으로 주말에 펼쳐보인 대활약에 대해 “복승률 100%요? 별다른 느낌 없던데요”라며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경주전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성적이고, 경주마다 레이스가 잘 풀렸다는 이유와 열심히 탄 것 밖에 없어요”라고 말하는 지하주 기수에게서 복승률 100%를 기록했다는 자랑도 없고, 우쭐거림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맘에 꼭 드는 경주는 마지막 기승’
지난 주 출전마중 가장 자신이 있었다는 ‘인리스티드’에 기승해 산뜻한 출발을 한 지하주 기수는 그러나 만족할 수 있는 경주는 아니었다고 얘기한다. 우승을 차지했지만 데뷔전에서 늦은 출발이후 마필이 보여준 발걸음에서 큰 기대를 걸었는데, 자신이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곧이어 기승한 ‘황금룡’은 경주전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못했지만 윤승을 하면서 기승해본 가운데 마필상태가 가장 낫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이런 느낌은 현실로 이어져 결승주로에서 막판 추입에 나서며 해당마필과 첫 입상을 기록했다. 토요일 마지막 기승을 한 ‘한류’와 우승을 차지하며 ‘한류’에 기승해 100%의 복승률을 지켜냈다.
일요일 첫 기승한 ‘늘빛나’는 선행을 가면 좀 낫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큰 기대는 없던 마필이다. 하지만 선두는 결승선까지 이어졌다. 스스로 가장 맘에 드는 경주라고 평가하는 9경주(‘캐니맥’)는 레이스 전개상 가장 좋았다고 한다.
‘매경주 최선을 다한다’
기수로 데뷔한 이후 9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하주 기수는 ‘매경주 최선을 다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한 남이 어떻게 타던 내가 잘타서 우승을 하면 된다는 원론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과거 견습기수로 경마대회 우승을 차지할 때 보여준 외곽 추입에 대한 인식이 강해선지 아직도 추입이 어울린다는 기자의 우문에 지 기수는 얼마전까지 안쪽 게이트만을 노린다는 지적을 받았음을 상기시키면서 자신은 레이스에 맞춰 경주에 임하고, 특별히 내외측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주부터 야간경마가 시행되면서 기수들은 어둠이 내리는 야간 환경에 적응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지 기수는 오히려 평경주보다 야간경마가 좋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바로 새벽 훈련을 마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한결 낫다는 것이다.
보통 새벽훈련시 6-7두의 경주마를 훈련하고 있는 그는 평일에는 그 정도가 적정량이라고 하지만 기승을 해야하는 경마일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체질적으로 체중이 그다지 불지 않기 때문에 체중조절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지만, 최근에는 약간의 식사조절을 하는 중이란다.
그 스스로 말을 탈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마음가짐이란다. 모든 기수들이 실수를 할 수 있겠지만 두세번씩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기수가 아니라고 단언을 한다. 같은 실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과 아쉬움이 남더라도 다음 경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자신을 추스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경마팬 여러분! 응원 부탁해요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들을 것 같지 않은 기수가 바로 지하주 기수다. 그 또한 남에게 싫은 소리 안하고 마냥 사람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매경주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야 하는 기수들 입장에서 사람 좋다는 평은 어찌보면 칭찬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하주 기수는 주위의 평가에 흔들림 없이 자신의 마음이 가는대로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30살의 나이로 혼기가 꽉찬 그는 아직 맘에 드는 짝을 만나지 못한 듯 하다. 아직 결혼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그가 “공개구혼이라고 해야겠다”고 농담반 진담반 얘기를 한다.
기수로서 매우 이상적인 체구와 적절한 경주마 힘 안배, 레이스를 읽고 최적의 승부타이밍을 잡아 나가는 천부적인 감각을 구비하고 있는 지하주 기수의 상승세는 앞으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매경주 최선을 다하면서 열심히 탈테니 항상 지켜봐 주시고, 응원을 부탁드립니다”며 경마팬에게 각오를 밝히는 지하주 기수의 욱일승천(旭日昇天)하는 내일을 기대해 본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