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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경마의 선두에 서고 싶다”
선구자라 불리는 사람은 뒤따르는 모든 이의 목표점이자 길을 안내하는 등불이지만, 그 자신은 한없이 외롭고 끝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하는 쓸쓸한 위치가 불가피하다.
한국경마가 현재의 위치에 서기까지 적지 않은 선구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현역 조교사로 한국경마의 산증인이자 명장(明匠)으로 불리는 신우철 조교사 또한 경마의 선구자로 불리울 수 있을 것이다.
1983년 조교사에 데뷔한 이래 현재까지 28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신우철 조교사는 3월 첫 주 1,000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신우철 조교사의 이번 쾌거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다승뿐만 아니라, 여타 기록에서도 독보적이라는 점이다. 다른 조교사들의 정년까지의 기간을 고려하면, 향후 20년 이내에는 신우철 조교사의 대기록을 깨기가 어렵다는 것이 경마계의 중론이다.
신 조교사는 1000승 달성은 사실 철저하게 계획된 작품이다. 이미 2월 셋째주 999승을 달성했기에 2월말 1000승을 달성할 수도 있었지만, 34조에서 성장한 조경호 기수와 ‘터프윈’이라는 우수마와 1000승을 함께 하기 위해 달성시기를 늦췄다고 한다. 당시 조경호 기수가 기승정지로 인해 경주 기승이 어려웠기 때문.
총전적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신우철 조교사, 지난해 연간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고 올해 다승 1위를 이어가는 조경호 기수, 서울경마공원 최강마로 우뚝 선 ‘터프윈’은 조합은 누가 뭐래도 최강의 조합임이 틀림없다.
1000승을 달성한 순간 신 조교사는 ‘터프윈’을 힘껏 끌어안고 “내가 쌓은 1,000 승은 아버지가 선물해 주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역사적인 순간에 아버지를 떠올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우철 조교사는 2대 경마인으로도 유명하다. 바로 기수·조교사로 한국경마에 지대한 공헌을 한 부친(故 신현태)으로 인해 신 조교사는 마방 옆 숙소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대부분을 경마장에서 생활했다.
운동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던 그는 초등학교 육상선수를 거쳐 중학교부터 축구를 시작해 고려대에 특기생으로 진학했다. 이후 부상으로 인해 축구를 그만둬야 했고, 무역회사에서 샐러리맨 생활을 하며 경마와의 인연이 단절되는 듯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국마사회에서 부친의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그에게 특채를 제의하고, 그는 주저 없이 승낙했다. 경마과 발주위원으로 입사한 그는 1년 후 기수양성소 교관으로 발령을 받고 5년 동안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한다. 김점오, 김문갑, 김명국 등 최고의 기수로 활약했던 인물들이 그의 제자들. 이후 83년 조교사로 데뷔했다.
조교사 생활을 하면서 잘 뛰는 말을 아껴본 적이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는 단 한번도 순위권내 들어오지 못한 경주마라도 한달에 1번 이상 쓰지 않는다는 자신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즉 욕심을 부리기보다 말을 제대로 만들어서 경주에 내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이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면서 꾸준한 성적으로 이어졌고, 28년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무려 10회 이상 연간 최다승을 차지하고, 다승 2위내 진입은 무려 20여회에 달한다.
명장(明匠)이라는 불리는 신우철 조교사는 과연 명마를 만났을까? 수많은 우수마를 배출한 그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진정한 명마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첫 경마대회 우승을 안겨준 ‘쇼파라’라고 말하지만, 명마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한다. 그나마 자신이 생각하는 명마에 근접한 말이 바로 ‘터프윈’이라고 한다. 그래서 1000승이라는 영광의 순간을 같이할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리라.
모든 조교사가 꿈꾸듯 그도 조교사로서 남은 기간 역사에 남을 명마를 자신의 손으로 키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1000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운 그는 ‘홀가분하다’는 말로 현재의 심정을 밝히고, 현역 경마인으로 ‘좋은 경마’를 위한 선두에 서고 싶다고 밝힌다. 경마인 각자가 제 자리에서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좋은 경마다. 평소 신 조교사의 지론이 함축된 얘기가 바로 ‘말도 상품이다’라는 얘기다.
경마팬에게 상품을 선보이는데 있어 결코 하자가 있는, 준비가 덜 되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주마를 내놓는다는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조교사를 트레이너라고 지칭하는 그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백전노장의 김응룡 야구감독이 가장 잘 치는 4번타자라고 하더라도 때에 따라 선수교체를 하듯 경마에서도 경주전반을 체크하고 최대한 이길 수 있는 경주를 고르는 것도 조교사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현재 한국경마의 발전상중 가장 큰 것은 바로 경마팬의 수준 향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신 조교사는 시행체나 경마관계자의 눈높이가 현 경마팬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경마팬 수준 향상은 팬들 스스로의 승리라고 단언한다. 앞으로 시행체나 경마관계자가 높아진 경마팬 수준을 따라가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그는 여성팬과 가족단위 팬이 증가하는 만큼 한국경마가 꾸준히 발전해갈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사람에게선 향기가 난다고 한다. 일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시기를 경마와 함께 했던 신우철 조교사는 아직은 다소 이르다면서도 장기적인 인생의 목표점을 경마발전을 위해 획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두에 서겠다는 얘기를 꺼낸다.
과거 명기수를 배출했던 교관출신답게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후학양성의 꿈을 얘기했던 그는 경마 현역인으로서 세계 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일본 기수들은 따라 잡아 동양 최고기수를 만들고 싶다는 꿈에 이어, 퇴직 후에는 꼭 마주가 되고 싶고 경주마 트레이닝 센터나 독립된 기수학교가 설립돼 작으나마 도움을 줄 수 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램이다.
〈신우철 조교사 프로필〉
소 속 조 : 34조
생년월일 : 1952/08/12(58세)
데뷔일자 : 1983/06/05
통산전적 : 7442전(1002/886/763/735/701) 승률: 13.5% 복승률: 25.4% 연승률: 35.6%
최근 1년 : 273전 (62/38/29/25/19) 승률: 22.7% 복승률: 36.6% 연승률: 47.3%
주요대회 우승 : 농협중앙회장배 ‘동방로즈’(2010), KRA 컵 Classic(GⅢ) ‘터프윈’(2010), 부산광역시장배(GⅢ) ‘터프윈’(2010), 스포츠서울배‘핵심전력’(2006), 동아일보배 ‘순항함대’(2005), 중앙일보배 ‘꿈이커’(2005), 새해맞이 ‘위캔드글로리’(2004), 네티즌의날기념 ‘위캔드글로리’(2003), 코리안더비(GⅠ) ‘하비동주’(2003), 스포츠투데이배 ‘삼매경’(2003), 세계일보배 ‘하비동주’(2003), 패케남컵 ‘통소문’(1994), 마주협회장배(GⅢ) ‘쇼파라’(1993), 일간스포츠배 ‘쇼파라’(1993)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