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중 최고, 박태종 기수  
50전 치른 ‘궁궐’, 16전 새내기에게 첫 우승 선사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갓 첫 승에 도전하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그 어느 경주보다 기억이 남다를 것이다.
이번 호에는 국민기수로 각광받고 있는 박태종 기수의 첫 승에 대한 기억을 들어보자. 〈편집자 주〉

하루하루 한국경마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외로운 독주(?)를 하고 있는 박태종 기수. 그가 기승하는 마필은 마필능력에 비해 반밖에 되지 않는 배당을 기록하는 현상이 대변하듯 그에 대한 경마팬의 믿음은 확고하다.
그러나 그에게도 첫 승에 목말라 하던 때가 존재했다.
1년 재수 끝에 기수후보생 시절을 마친 그가 처음 인연을 맺았던 것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광호 조교사의 26조다.
살다보면 시련을 피해갈 수는 없다. 신인시절의 박태종은 좋은 성적을 보이는 동기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애를 태워야 했다.
그런 그에게 첫 승을 안겨준 말은 소속조 마필인 ‘궁궐’이다. 그가 첫 승을 할 당시 50전을 치른 마필로 그에게는 16전째가 된다.
1000m 경주에 나서 그저 ‘궁궐’의 질주습성대로 선행에 나서 경주로를 한바퀴 돌고 들어온 것이 첫 승에 대한 기억의 전부다. 물론 기분만큼은 하늘을 찌를 듯 좋았었다. 그 뒤에도 몇 번 그 마필에 기승을 하긴 했지만 첫 승을 거둔 그때가 ‘궁궐’이 거둔 마지막 우승이었다.
신인시절의 박태종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죽하면 선배로부터 말은 많이 타면서 우승을 못하느냐는 얘기를 들었으랴. 당시는 선배의 말이 너무나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계기가 되어 오늘의 그가 있게 한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
선배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은 박은 당시 숙소 2층에 있던 헬스장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체력단련을 하는 것으로 기초를 만들었다. 일부 선배는 헬스를 너무 많이 하면 둔해진다고 했지만, 그는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어야 라스트에서 제대로 추진력을 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때 시작한 체력단련은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박은 최고의 명성에 걸맞게 많은 명마를 섭렵(?)해 왔다. 그런 그의 뇌리에 깊이 새겨진 명마로는 ‘보은’과 ‘대견’이다.  ‘보은’은 92년 무궁화배 우승을 그에게 안겨주며 무궁화배와 잊을 수 없는 인연을 맺게 해주었다. 힘과 지구력이 뛰어났던 ‘보은’은 10전만에 1등급에 올랐고, 비록 김명국 선배(현 조교사)가 기승했지만 11전째 마사회장배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에게 최고의 기억으로 남는 것은 2회 코리안더비 우승을 안겨준 ‘만석꾼’이다. ‘자당’이란 명마를 이겼다는 것도 그렇지만 첫딸 수정이가 처음 경마장을 찾은 날이며, 시상대에 함께 했기 때문이다.
올해 박태종은 현재까지 11개 경마대회에 출전해 우승 3번, 2위 2번를 기록했다. 특히 뚝섬배 2위 이후 경마대회에서 모두 입상하는 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너무 홀로 독주하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그는 자신을 믿어주는 경마팬과 조교사 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경주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