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인터뷰 ― 천창기 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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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인터뷰 ― 천창기 기수
‘미러클윈’, “복덩이예요!”
꾸준한 성적 올리며 만개한 기승술 활짝

천창기 기수는 2002년 첫 경마대회를 거머쥐며 생애 첫 경마대회 우승이라는 감격을 안았다.
그동안 16년의 기수생활을 하며 꾸준하게 상위권에 해당하는 성적을 올렸지만 유독 경마대회와의 인연은 없었다.
하지만 기회는 언제나 찾아오는 법. 또다시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는 마수걸이 경마대회 우승을 발판삼아 더 큰 목표를 향해 질주를 한다는 결심을 다지고 있다.

찾아온 기회 ‘미러클윈’
결코 적지않은 기수생활을 하면서 천창기 기수에게 경마대회 우승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잔뜩 기대를 가지고 코리안더비에 나섰던 ‘단심’의 목차 2위다. 기대도 기대지만 이후 ‘단심’이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하향세를 그리게 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번의 아쉬운 기억은 97년 문화일보배에서 ‘당대제일’로 2위를 한 것. 전반적인 레이스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부담중량으로 인해 능력에 걸맞는 성적을 못낸 것이 안타까운 점이란다. 이후로 ‘당대제일’과 몇차례 경마대회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인연이 맞지 않았던 것이리라.
천기수에게 있어 ‘미러클윈’은 그야말로 복덩이다. 자신이 16년의 기수생활을 하면서 못내 아쉽게 생각했던 경마대회의 마수걸이 우승이 가능하게 한 것은 물론이고, 올해초 3백승을 달성한 것도 바로 ‘미러클윈’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만 기쁨을 준 것은 아니다. 소속조의 후임인 윤대근 기수에게 첫 승을 안겨준 것은 물론 평생에 한번뿐인 신인기수상을 수상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미러클윈’과 앞으로 함께할 날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5연승과 경마대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둘은 이제 중반기에 펼쳐질 경마대회 준비에 돌입할 것이라는 귀띔이다.

1번 게이트 마음이 포근해진다
경주가 있기 전이면 천기수는 항상 남들에게 자신의 컨디션이 최상이며, 경주일에 1백프로의 몸상태를 만들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친다.
물론 기계가 아닌 이상 언제나 최고의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이렇듯 자신의 컨디션에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최면을 거는 것이다.
천기수가 1번 게이트에 출전할 때는 출전마의 인기도에 상관없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참과 신인을 막론하고 80명의 기수들마다 가진 경주에서의 노하우가 천치만별이겠지만 유난히 1번 게이트에서 강세를 보이는 기수중 하나가 바로 천기수다.
그 스스로도 1번 게이트에 섰을 때 자신감이 더욱 생긴다고 밝힌다.
굳이 선행마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엇비슷한 전력마들끼리 경합이 있거나 처음 기승하는 말의 경우 1번 게이트에서 의외의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그 스스로 인정한다.
통상적으로 선행마하면 다른 마필보다 빠르게 출발하고 초반 무리하면 직선주로에서 걸음이 무뎌진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소 차이가 있다.
마필의 질주습성을 규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마필마다 고유한 질주습성이 있지만 경주편성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질주습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선행마가 스타트에서 조금 밀어줬다고 직선주로에서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아무리 편하게 선행을 나가도 4코너만 가면 서버리는 말도 있는 것이다.
자신의 노하우를 모두 공개할 수는 없다고 웃음을 짓는 그는 자신만이 가진 1번 게이트에 대한 노하우로 계속된 공세를 펴겠다고 한다.

이제 시작이다
지난해 소속조를 옮기면서 천기수는 기수MVP를 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해 11월 드디어 시상대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 신년을 맞이하여 3백승 돌파와 경마대회 우승이라는 계획을 밝혔는데, 얼마되지 않아 달성했다.
마치 족집게처럼 그가 생각한 것이 이뤄지고 있다.
언뜻 보자면 운이 좋은 한해라고 하겠지만, 그 이면에는 본인의 노력과 마방식구들의 도움, 그리고 운이 복합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기수출신의 곽영효 조교사의 뛰어난 마방관리와 통솔력, 그리고 스스로 일을 찾는 마방식구들의 부지런함이 소속조 마필들을 최상으로 만들었고, 천기수의 부지런함이 아우러지며 최상의 성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천기수가 바라보는 19조의 상승세는 무궁무진하다. 현재 보이는 성적도 좋지만 이제 상승세의 초입단계라고 한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외치는 만개한 기승술의 천창기 기수는 봄날의 서울경마공원을 힘차게 질주할 것이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