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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취월장(日就月將), 실감나네!!
― 김정진 조교사 지도하에 기승술 쑥쑥 커간다
지금 서울경마공원은 ‘아름다운 청년’ 문세영의 열풍이 불고 있다.
문세영 기수는 지난해 8월 데뷔한 막내 기수.
데뷔부터 높은 기대치로 신인같지 않은 인기를 모았던 문은 그러나 주위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데뷔 3개월만인 10월 30전만에 ‘샛빛나라’로 마수걸이 첫 승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후 또다시 우승은 깜깜 무소식이었다.
하지만 기대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올해들어 1월에 2승을 올리더니, 2월에는 한발 더나아가 3승을 거두면서 다승순위도 명함을 내밀 정도로 기염을 토해내며, ‘제2의 박태종’ 후보로 강력히 거론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가는 문기수의 변화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시작단계에 있는 그가 목표로 하는 것에 대해 들어본다. 【권순옥기자 margo@krj.co.kr】
높아가던 기대치, 누적된 부담감
20기 문세영은 후보생시절부터 주목을 받고 있었다. 본인은 느끼지 못했지만 실습을 받으러 갔던 10조의 김정진 조교사가 그의 우수한 자질을 보고 주위사람들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면서 데뷔도 하기전에 유명인사(?)가 된 것이다.
그에 대한 높은 평가는 새벽훈련을 관찰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는데, 후보생으로 10조 마필을 훈련했던 것이 입상으로 이어지며 높은 배당을 선사했고, 그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경마공원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실전에 나선 문기수는 첫 기승마였던 ‘샛빛나라’로 4위를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고 두 번째 기승마인 ‘그린홀’로 2위 입상을 하면서 경마팬 사이에도 신인 문세영를 깊이 인식시켰다.
그러나 주위의 기대치가 높아갈수록 문기수 본인은 부담감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입상은 동기중 가장 많았지만 정작 우승의 문턱에서 번번이 씁쓸한 고배를 마셔야 했던 그는 자신에게 기대를 걸고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조교사에게 가장 미안했다.
10월 첫 우승을 기록했지만 첫 해는 그렇게 아쉬운 1승만을 남긴채 저물어 갔다.
‘실전을 연습삼아 …’
아쉬움이 남는 첫 해를 보내고 김정진 조교사는 2002년 시작을 즈음하여 그에게 3개월 정도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자고 얘기를 했다.
그리고 시작한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김조교사가 주문한 것은 한달에 한가지씩 기승술을 확실하게 익히는 것이었다.
첫 달인 1월에는 경주중 구간별 자세를 잡는 것. 출발과 중반 그리고 4코너로 구간을 나누고 매경주 기승자세를 교정하는데 주력했다.
문세영 자신이 지금도 가장 큰 단점으로 꼽는 것이 바로 기승자세가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교사의 충고대로 구간별로 기승자세에 신경쓰다보니 어느새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스스로는 20%정도 교정이 됐다며 아직 멀었다고 얘기하지만 말투에서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신인들이 느끼는 어려움중 하나가 바로 발주기 부근이다. 출발은 물론이고 초반 자리잡기가 단거리에선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데, 경험이 적은 신인으로는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기승자세 교정을 통해 얻은 자신감은 또다른 것에 도전할 수 있는 활력이 되었고 즐거운 마음으로 경주에 임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문기수에게 주어진 숙제는 출발후 마필의 탄력을 붙이는 것과 채찍을 바꾸는 것이다. 기승자세를 연습할 때는 자세가 흐트러지기 때문에 채찍을 전혀 쓰지 않았다. 물론 타조 기승을 할 때는 예외였다.
요즘 문에게는 숙제잔치가 벌어졌다. 처음에는 경주에 대해 선배들에게 물어보면서 배웠는데, 최근에는 기수대기실에서 많은 선배들이 그의 경주를 보고 이런저런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물론 싫지는 않다. 그만큼 자신에게서 가능성을 보고 기대를 갖는다는 뜻임을 알기에.
앞으로도 숙제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도 인정하는 지기 싫어하는 성격의 문은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이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보인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
“우승이 많은 대근이가 신인상을 받는게 당연해요”라고 말하지만 동기중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로서는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것이 당연지사다.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은 조교사에게 미안함을 느끼지만 자신에겐 도움이 되었다고 밝힌다. 자칫 자만을 가져다줄 수 있었는데, 투지를 주었다는 것이다.
최근 문은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주던 김동균 선배의 어려움이 빨리 해결되길 바램한다.
경주가 끝나고 바로바로 잘못을 지적하는 조교사의 꾸지람이 지금은 좋아져 어려움은 덜하지만 그래도 항상 곁에서 이런저런 충고와 격려를 해주던 선배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은 김선배가 어려운 와중에도 전화를 걸어 주는 것이다. 지난 주 깜짝 입상을 했던 ‘그린트리’ 기승을 앞두고 선배에게 훈련방법을 전수(?)받았다.
현재 문이 기수로서 세운 최종목표는 어쩌면 단순할 수도 있는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기수생활을 하자’다. 그러나 기수생활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어려운 목표치인가를 잘 알 것이다.
몇승을 하겠다는 목표는 종착점이 명확하지만 자신을 만족시킨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스스로도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세영 기수 스스로가 만족한다고 말할 때 우리는 한국경마에 거대한 족적을 남길 수 있는 명기수를 볼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