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전만의 첫승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 느꼈죠”

‘동기중 첫 번째  입상, 첫 승은 늦깎이’
흙탕물 속을 질주한 끝에 결승선을 제일 먼저 통과한 순간 유상완 기수는 가슴을 억누르던 모든 것이 없어지고 후련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입상기록은 결코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앞에서 누군가가 지난 자리를 따르던 때와 자신이 처음으로 발자욱을 남기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기분이 이렇듯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우승마인 ‘철의여인’에는 4번째 기승이었는데, 항상 비슷한 컨디션을 보였다. 다만 우승이 가능했던 것은 조교사의 주문대로 최대한 마필에 맞게 리듬을 맞춰주고 편하게 탄 것과 선행마에 유리한 주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무난히 경주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결승선 50여m를 남겨두고 발걸음이 무뎌지는 것을 느끼면서 불안했지만 다행이 1위로 통과할 수 있었다.
첫 우승을 한 유기수에게 가장 큰 기쁨은 바로 아버님이 남기신 축하메시지였다. 대전에서 홀로 직장생활을 하고 계신 아버님이 그의 첫 승 소식을 들으시고 전화를 하신 것이다.
경주가 모든 끝난 후에야 전화통화를 했지만 비로소 기수가 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작은 키로 인해 축구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던 유상완은 군제대후 ‘질주’라는 드라마로 기수에 도전하게 되었고. 후보생시절 부상으로 인해 자칫 수료를 늦춰야 하는 고난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 본격적인 기수로서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는 입상기록이 많은 편이지만 아직 자신이 한 것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으며, 그저 조교사의 작전에 충실했다고 한다.
처음 기수데뷔를 할 당시는 쉽게 생각했던 경향이 있는데, 지금은 선배 기수들이 그렇게 존경스러울 수 없다고 한다. 너무나 힘든 기수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것이 한없이 드높게만 보이는 것이다.
앞으로도 유기수는 선배기수, 조교사, 관리사 등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더 배울점을 찾아 좋은 점을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항상 내일을 위해 준비해라’
유상완 기수가 가슴속 깊이 새기고 있는 말이다. 인기가 높았던 소속조 마필인 ‘불비지혜’에 기승하게 됐을 때, 같은 숙소를 쓰고 있는 선배기수가 그를 보고 아직 첫 승을 할 준비가 안돼 있다면서 들려준 얘기라고 한다.
선배의 말에 감명을 받은 그는 기수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금 단련한 자신의 기승술 등이 언젠가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옛말을 생각하면서 모든 것에서 배울 점을 찾는 유상완 기수야말로 앞으로의 한국경마를 짊어지고 나갈 대들보로 성장할 것이다.
시작은 미비하지만 결과는 창대한 그의 미래를 지켜보도록 하자.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