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어수선한 세상 인상쓰지 말고 웃으면서 세상살이를 풀어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상쓰는 것보다는 웃는 것이 몸에도 좋은 것이기에 당사자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지만 필자가 경마장에서 겪은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종종 사람들은 무는 말도 있냐고 하는데 실제로 무는 말들도 있다. 사람과 장난을 치며 애교로 무는 말이 있는가 하면 아주 무섭게 또 포악하게 사람을 무는 말도 있다.
수많은 말과 생활하다 보니 필자도 말에 여러 번 물려 봤으며 기수라면 한번쯤 말 등에 안장을 얹다가 물린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경마장에서 가장 무섭고 포악하며 잘 물었던 말은 뚝섬 시절에 ‘중앙호’라는 말로 전해지고 있다. 얼마나 심하게 물고 사람들에게 달려들었으면 사료를 주거나 마방을 청소할 때면 담당 관리사가 감히 접근을 할 수가 없으니 큰 몽둥이를 들고서 ‘중앙호’에 접근했다고 한다. 그러기에 관리사 왈! 사자와 싸워도 이길 수가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들 하였다.
때는 뚝섬 경마장시절!!! 우리 마방에 ‘환호성’이라는 수말이 있었다. 경주마로서 잘 뛰지는 못하지만 말로서는 튼튼하며 불알을 달고 있어서 항상 끙끙거리며 어슬렁거리는 갈색의 예쁘장한 말이었다. 행동 하나 하나가 개구쟁이 미소년 같아서 필자는 ‘환호성’을 무척이나 좋아하였다. 귀엽기도 하지만 필자가 기승 하는 말이다 보니 밖에 외출을 나갔다 오더라도 필자는 마방에 가서 ‘환호성’을 항상 둘러보았다. 그런데 이 말은 사람을 아주 잘 무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하루는 나이 드신 관리사가 장난을 치며 ‘환호성’ 앞으로 지나가다가 코를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순간적으로 발생한 일이지만 관리사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뚝뚝 떨어지는 피를 바라보다가 큰일났다고 생각되어 일단 마방을 황급히 나온 관리사는 길길이 날뛰었다. 콧등의 살은 마굿간 통로 한가운데 나뒹굴고 있었다. ‘횐호성’에게 물려 코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세.상.에..!!! 말에게 코를 물려 코가 떨어져 나갔으니 이 얼마나 황당한 사건인가(?) 즉시 관리사는 한양대병원으로 실려갔다. 코가 떨어져 나갔기에 귀한 엉덩이 살을 떼어 내 접합 수술을 하였다. 다행히 수술이 잘되어 누가 봐도 수술을 하였는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필자는 병문안 가서 이상한 코를 달고 있는 관리사를 볼 때마다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곤욕을 치렀다. 병문안 가는 동료들은 병원에 가서 관리사 이름을 대는 게 아니라 “코 물린 사람”을 찾으면 간호사들이 깔깔대며 한바탕 웃고는 입원실을 자세하게 알려 주는 게 아닌가!
부상당한 관리사 아주머니에게 위로의 말을 하니 아주머니도 기수들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기에 다같이 한참 웃고는,,, 위로의 말을 하였다. 가족이나 동료들이 이렇게 환자를 앞에 두고 웃고 있다보니 병실에 있는 환자들도 깔깔거리며 웃었다. 관리사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말에게 코를 물려서 입원해 있다고 말하며 모두가 파안대소를 하는 것이었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