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이고 있는 조교사협회노조(이하 관리사노조)의 행보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관리사노조는 지난 2000년 작성한 제도전환합의서 파기 이행각서와 관련해 22일(금) 수원지방법원에 한국마사회와 조교사협회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관리사노조에 따르면 2000년 경마중단사태 후 작성된 제도전환합의서 파기 이행각서는 관리사노조에 상당히 불합리한 상태에서 체결됐으며, 더욱이 이행각서 자체는 노동법상 영향을 받지 않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있어온 임금교섭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주장이다.
관리사노조는 아직까지 앙금이 남아있는 경마중단사태를 이번 기회에 말끔히 정리하고 새로운 노사 관계 정립을 바란다며 이번 소송 제기의 배경을 밝혔다.
여기에 조교사협회와 관리사노조의 2002년 임금협상까지 남아있어 소송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마사회와 조교사협회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한 차례 경마중단사태를 겪은 경마관계자들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
이미 확정된 2002년도 경마상금을 두고 조교사협회와 노조가 어떻게 임금협상을 벌일지는 예측키 어려우나 관리사노조는 일단 근무시간의 조정을 강력히 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현재 경주마 새벽훈련으로 인해 5시부터 시작되는 근무 시간을 일반 사업장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주마 훈련시간도 부득이하게 조정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시행체와 사용자인 조교사협회는 갑작스럽게 경주마 훈련시간을 조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시작부터 엇갈리는 셈이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는 임금협상을 놓고 이렇다 저렇다 논하기에는 이른감이 있지만 조교사나 기수, 관리사 등 경마종사자들이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정상적인 경마시행과 이를 통한 경마팬 서비스라는 점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마팬이나 경마시행이 볼모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무엇이 경마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2000년 일어난 경마중단사태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경마단체간 이익 충돌로 인해 인위적인 경마중단이라는 불상사가 발생했고 이로인해 얼마나 많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따랐는지, 또한 서로간의 신뢰 회복과 후유증 극복을 위해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지금 마사회를 비롯한 경마계 전반은 폭발적인 매출액 증가와 신기록 작성으로 한껏 고무되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살생부’ 문건 파문, 소송 제기, 임금 교섭 등 갑자기 불거져 나온 암초들로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분위기다.
모두가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입장차를 좁혀나간다면 매번 발생하는 경마단체들 간의 의견 대립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기형적인 태동으로 출발한 한국경마가 질곡과 어두운 역사의 긴 터널을 지나왔다면 이제는 미래에 대한 준비와 청사진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야 할 때다.
그 주역은 물론 한국마사회와 조교사, 기수, 관리사, 경주마 생산자, 경마관계자, 그리고 경마팬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해 모두의 지혜가 한 곳에 모아지길 바란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