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컬럼-우리는 수주대토(守株待兎)하고 있지 않은가

마사회가 검토한 바에 의하면 경마 매출액의 손익분기점은 564억 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올 들어 열린 경마일 12일 간의 평균 매출을 보면 480억 원을 밑돌고 있다. 이익은 고사하고 본전도 못 찾고 있는 셈이다.
심각한 상황인데 마사회에서 내놓고 있는 대책이 어느 것 하나 구체적이고 새로운 것이 없어 답답하다. 마사회의 대처방안이라는 것은 ‘실행예산 편성, 이미지개선 프로젝트 추진, 지점 개설, 모바일 베팅 도입, 사설경마 단속, 부산경마장 운영방안 마련, 위기극복 과제 추가 선정’ 등이다.
올 최저 목표 매출매출액 5조6천억 원을 생각하면 이미 목표치에 한참 모자라니 마사회로선 실행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을텐데 이는 매출 회복을 위한 대처방안이라고 할 수 없다.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인터넷·모바일베팅에 대해서는 이제라도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니 다행이지만 “베팅부문만 강조할 순 없다”며 한 발 물러섰던 1·2년 전 상황을 되돌아보면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사설경마 단속만 해도 그렇다. 낮은 환급률과 구매상한선이라는 현 경마제도의 패악적 요소를 등에 업고 사설경마가 야금야금 시장을 잠식했는데도 오히려 보안처의 역할을 축소하는 악수를 둔 것이 마사회였다. 더욱이 현행 관련법의 맹점을 이용해 마권구매대행업까지 등장, 경마팬의 피해를 부추기고 있는데도 마사회는 수수방관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질 않은가. 경륜사업본부가 ‘경륜경정법’을 개정하면서까지 경주권구매대행업에 철퇴를 가하고 있는데 마사회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었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금에야 마사회는 경마일수 확대와 레저세 감면 등을 논하고 있다. 그런데 그나마도 그리 쉬워 보이질 않는다. 지난 2002년 마사회법을 개정하면서 농림부장관 승인 사항이었던 경마일수 확대를 대통령령으로 바꿈으로써 이제는 정해진 경마일수를 뛰어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또 갈수록 드세지고 있는 지자체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이 줄어드는 것을 마냥 좌시하고 있지만은 않을텐데 무슨 수로 레저세를 감면하겠는가 말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 하반기 무렵에는 외부 금융기관에서 돈을 끌어와 경마를 시행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차입경영이 반드시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IMF 이전에는 대다수 기업들이 자본금의 몇 배에 달하는 빚을 내 기업을 꾸려가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경마산업은, 마사회는 그런 일반 사기업들과 상황이 다르다. 생산성이 없기 때문이다. 마사회가 내놓을 수 있는 상품은 결국 경마시행인데 그에 따른 수익이 이미 줄어든 시점에서 무엇을 담보할 수 있단 말인가. 상황이 이렇게 되면 오랜 기간 깊은 후유증을 남겼던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또 다시 불어닥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그럴 수도 없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가.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것들 중 가장 쇼킹하고도 파급력이 큰 것은 무엇일까.
환급률이다. 모든 경마인들의 가장 큰 바람, 바로 환급률 인상이다. 감세를 통한 환급률 인상 못할 것도 없다.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레저세 감면을 고려하고 있다면 궁극적으로 시장 확대를 위해 목적세와 기타소득세 폐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얼마전 경마장, 카지노 등 사행성산업에서 고용창출하면 세금을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했다.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경영상태가 호전돼야 하고 그러려면 고객들의 발을 붙잡아야 한다. 법인세 감면처럼 한 다리 건너 지원할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직접 돌려질 수 있는 레저세 인하, 목적세 폐지가 먼저여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경마시행으로 오히려 손해를 보느니 차라리 박리다매라도 하는 것이 낫질 않겠는가. 위기에 처한 경마산업을 향해 정부도 국회도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칼을 대는 게 더 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마사회와 경마관계자들이 먼저 자구책을 마련해야한다. 지금 시점에서 환급률 인상이 왜 절실한지 농림부와 국회 농수산위, 필요하면 청와대에까지 설득하고 호소하는 것이 옳다.
마사회 한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전반적인 직원성향이 ‘나토’(No Action Talk Only 말만하고 행동은 없다)식으로 흐른다며 개탄한다. 사기업 같으면 어림도 없을 일이다. 외형지표가 하루가 다르게 떨어져 불과 1년 만에 ‘반토막’나는 사태를 수수방관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직도 일부 경마관계자들 중에는 막연하게 경기불황만을 탓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 곧 회복될 것이라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