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기승정지를 당한 기수들 때문에 한 주 내내 경마계가 시끄럽다. 특히 결승선상 방심패로 10일의 기승정지를 당한 기수에 대해서는 일체의 동정론 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날 경주 후 만난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기수는 결승선 직선주로 진입 후 뒷말들과의 거리 차가 충분히 벌어진 듯 해 여유승을 거둘 줄 알고 페이스를 늦춘 것 같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거기서 기수가 추진동작을 했다한들 선행마로서 이미 페이스가 떨어진 상태라 추격하고 있던 다른 마필들의 추입 탄력을 고려하면 우승이 어려웠을 지 모른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정말 그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승 기수의 태도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4코너 진입 지점에서 느닷없이 뒤를 돌아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또 7마신 차 이상 앞서 있던 상황에서 별다른 추진 동작을 하지 않다가 추격을 허용한 이유는 무엇인지, 자신의 마필이 단승식 1.1배 짜리 초저배당 인기마였다는 것을 알고나 있었는지 하는 의문과 불만이 더 큰 비난을 초래했다.
어쨌든 2위 내 입상했는데 무슨 문젠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겠다. 그런데 단승식 1.1배, 쌍승식 1.5배를 생각하면 해당 마권에 돈을 건 경마팬들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이날 해당 마필의 단승식 매출액은 1,400여 만 원이고(단승식 총 매출 2,000여 만 원) 쌍승식 매출액은 해당마권 총 매출의 50%에 육박하는 2억3천여 만 원이었다. 믿고 구매한 마필이 2위로 전락하면서 졸지에 수억 원이 휴지조각으로 둔갑했음은 물론이다. 단승식과 쌍승식 마권을 구매한 경마팬이라면 “기수만 제대로 탔어도”하는 불만이 생기지 않겠는가.
혹 일부 기수나 관계자라면 마필 능력이 그것 밖에 안 되는데 추진을 하든 안 하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은 변명거리가 되지 않는다. 말을 타는 기수 입장에서 할 소리가 아니다. 기수는 그저 경주에서 최선을 다 해주기만 하면 된다. 내가 탄 말이 많이 팔리든 인기가 없든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사명감만 갖고 거기에 충실하기만 하면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해당 기수가 애초에 왜 이런 비난의 빌미를 제공했는지, 왜 좀더 패기만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는지 그저 아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박태종이 최고로 인정받는 이유는 그의 성적이 월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저 그런 말을 타든 인기마를 타든 항상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추진 동작을 보이기 때문에 간혹 인기마로 입상에 실패하더라도 남들보다 덜 지탄받고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며 경마팬들 조차 스스로 위안 삼는 것이다.
‘갔느니, 안 갔느니’ 이런 문제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또 이번 케이스만을 염두에 두고 하는 소리도 아니다. 날고 긴다는 베테랑 기수도 방심패를 당했던 적이 불과 얼마 전이질 않은가. 번번이 발생하는 기수들의 경주전개부적절이나 방심패, 이런 것들이 문제다. 어떻게 수십억의 판돈이 걸린 승부에서 방심패, 추진동작불량 등의 오명을 쓰고 제재를 당할 수 있을까. 프로라는 직업의식도 없다는 소린가.
경마팬들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수와 마필 관계자가 정상 승부를, 최선을 다 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경주를 분석하고 레이스를 추리하며 우승마와 입상마를 가려낸다. 이런 종합적인 과정이 잘 맞아 떨어져도 미세한 차이로 적중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데 하물며 경험이 적어서,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한다면 누가 납득하고 이해하려 들겠는가.
“애초에 승부가 없었다, 조교사나 마주가 시킨 것이다” 이런 루머들은 괜히 돌아다니는 게 아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불신과 오해의 골만 더욱 깊어진 결과다.
최선을 다 할 자신이 없거든, 최선을 다 할 생각이 없거든 떠나는 게 옳다. 여러 사람에게 민폐 끼칠 의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아직까지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어쨌든 해당 기수는 길고 긴 기수생활 동안 다시 못 할 큰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그에게는 이번 일이 자양분이고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어제의 실수를 거울삼아 내일은 달라질 수 있기를, 눈과 귀를 꼭꼭 걸어 잠글 게 아니라 열린 사고와 마음으로 팬들 앞에 다시 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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