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방어운전을 한다고 마음대로 되나...

드디어 20기 신인 기수들이 데뷔한다. 후배들이 데뷔할 때마다 선배들은 진정으로 축하해 주면서도 한동안 레이스에서 겪을 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걱정을 한다. 신인들이 데뷔해 어느 정도 경주감각을 배울 때까지 선배들은 경주 중 “방어운전”을 한다. 경마팬들은 갑자기 경주에 무슨 “방어운전”이냐고 하며 어리둥절하겠지만 신인이 데뷔하면 경험 미숙에서 오는 사고가 많기 때문에 그 만큼 경주 때 주의하고 긴장한다는 것이다.
경마팬들도 초보 운전 시절을 생각해 보라! 면허를 따기 위해 운전 연습을 하고서 면허를 취득했는데 막상 차를 몰고 거리에 나가려고 하니 그때의 마음이 어떠하였는가,,, 얼마나 떨리고 긴장되고 또 거리에 나오니 담을 뻘뻘 흘리며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찬찬히 간다고 빵빵거리지요, 좌우회전을 하려고 차선을 바꾸려고 하면 다른 차들이 옆으로 쌩쌩 지나가기에 차선 한번 바꾸는데 얼마나 진땀을 흘렸나... 이런 시절을 지나고 나니 지금은 차를 자유자재로 몰고 다니지 않는가.
신인 기수들도 초보운전 시절과 똑 같다고 보면 된다. 선행을 가는 기수는 어느 정도 레이스 흐름을 맞추어 주어야 되는데 신인들은 경주 감각이 부족하다 보니 말이 지금 어느 정도 스피드로 달리는지를 모르고 간다. 또 말을 제대로 유도하지 못해 똑바로 가지 않고 삐뚤삐뚤 가기에 신인이 기승한 말의 움직임에 따라 뒤따라가는 기수도 부딪히지 않으려고 앞말에 따라 삐뚤삐뚤 간다. 똑바로 가라고 소리 지르면 어쩔 줄을 몰라서 더 왔다갔다하며 방황한다. 그러기에 신인과 같이 경주를 타면 언제 어디로 튈지 몰라 신인 기수 뒤에 바짝 붙지 못하고 순간적인 상황에 대처할 준비를 하면서 레이스를 펼칠 수밖에 없다.
신인들이 데뷔할 때마다 경주로에는 비상이 걸린다, 그러나 비상이 걸려도 사고는 피할 수 없나보다. 19기 기수들이 데뷔할 때도 레이스 중에 한창민의 진로방해로 우리의 호프 박태종이 낙마하여 요추에 금이 가는 중경상을 입고 몇 개월 간 입원했던 사고가 있었다. 20기가 데뷔하는 올해는 사고가 없었으면 하였는데 또 다시 경주중 신인기수의 진로방해로 3명의 기수가 낙마하여 병원에 실려 가는 사고가 났다.
병원에 실려간 기수들을 보며 부상이 심한 최봉주의 몸을 보니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의사는 폐에 공기가 들어가고 피가 고여 있으니 즉시 수술을 하여야 된다고 하며 수술을 한다. 옆에서는 태종이 부인과 봉주 부인이 울고 있다. 나 또한 어떻게 위로하여 줄지를 모르기에 “이 정도 부상이어서 천만 다행”이라는 말만했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수술이 끝나고 병실에서 봉주가 아프다고 한다. 그런데 의사가 밥을 먹어도 된다고 하니 밥을 달라고 하는데 늦은 밤에 갑자기 밥이 어디 있나, 옆에 있던 태종이 부부가 밖으로 밥을 사러 나간다. 조금 후, 봉주 왈 “사고가 났다고 진로방해를 한 후배들이 너무 기죽지 말고 말탔으면 좋겠다”고 한다. “기수에게 있어 사고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며,,,,,,,,
오늘도 4명의 기수가 부상을 당하여 입원을 했다. 경주중 사고로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수는 빨리 완쾌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고를 일으킨 후배 기수 또한 너무 의기소침하지 말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기수가 되길 바란다. 기수로 생활하는 동안은 사고에 따른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