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인기 속에 펼쳐진 야간경마가 막을 내렸다.
이 땅에 야간경마가 처음 실시된 것은 경마장이 과천으로 이사오고 나흘째(1989년 9월 8일) 되는 날이다. 어둠이 짙게 깔리며 비가 조금씩 내리는 속에서 91개의 찬란한 불빛을 받으며 야간경마 첫 경주가 실시되었는데 ‘땡비’(기수 김영룡)가 우승하는 영광을 안았다.(야간경마 첫 날부터 비가 내렸다)
매년 실시되던 야간경마는 새벽 훈련 시에 경주로에 조명불이 켜 있는 것조차 여론에 씹혔었기에(?) 절전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난 93년부터는 폐지되었다가 지난 98년부터 지속적으로 시행되어 오고 있다. 올해 4주간의 경마를 볼 때 2주간의 야간경마는 비가 쏟아지는 폭우 속에 치러 지다보니 기수들에게는 경주가 아니라 폭우·어둠과의 한판 전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수에게 있어 야간경마는 조명이 아무리 밝아도 어두운 사각지대도 있고, 불빛에 의해 거리감각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주간보다는 모든 것이 불리하기에 그만큼 경주를 펼치기가 어렵다. 그런데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오니 경주를 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비가 오니 기수들이 쓰고 있는 보안경에 성애가 끼어서 앞을 볼 수가 없었다. (경마팬들도 차를 몰고 가는데 유리에 성애가 기여서 앞이 보이지 않을 때를 생각하면 된다)
주간에도 경주 때 비가 오면 안경을 3-4개씩 끼고 나가서 경주를 펼치면서 보안경에 흙이 튀어 앞이 보이지 않으면 경주 중에 보안경을 하나씩 벗으면서 어렵게 경주를 펼치는데 야간경마 때 비가 오면 끼고 있는 모든 안경에 성애가 끼므로 안경을 벗어봐야 다른 안경도 성애가 끼었기에 어떻게 하질 못하며 암담해 한다. 그렇다고 안경을 벗고 경주를 펼칠 수도 없고 하니 비가 쏟아질 때의 야간경주는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저 동물적인 감각으로 하는 것이다.
발주기에 들어가 스타트하려고 하는데 비가 내리며 안경에 성애가 끼여서 앞이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하랴,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주를 중지시킬 수도 없고 야간경마 기간 중에 큰 사고가 없었으니 다행이지 이것은 경주가 아니라 빗속에 치러지는, 목숨을 담보로 한 치열한 전쟁이었다. 정말로 위험한 곡예를 한 것이다. 라스트에 들어와서도 주로에 고인 물에 조명불빛이 반사되어 말들조차 뛰면서 놀라고 어리둥절하여 기수들은 말을 다루기가 어려웠기에 기수나 말 모두가 한편의 전쟁을 한 것이다.
또 늦게까지 야간경마를 했다고 마사회직원들 마냥 다음날 쉬는 것이 아니고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 훈련을 해야 되기에 기수들에게는 이래저래 야간경마는 피곤하다. 단 하나 좋은 점이 있다면 무더위를 잊고 조금은 시원하게 말을 탄다는 것이다.
야간경마 기간 동안에 경마팬들이 더 많이 구경을 왔나보다. 나도 기수가 아니라면 더운 날씨에 저녁을 먹고 관람대에서 가족과 같이 경마를 즐길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관전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야간경마의 운치가 너무나 멋있을 것 같다. 기수들이 전쟁을 치르듯 이렇게 힘든 경주를 펼치면서도 말을 타는 것은 경마장을 가득 메우는 경마팬이 있기 때문이다...

P·S 야간경마 기간 중에 가장 고생을 많이 한 기수는 박태종이다.(?) 왜냐하면 태종이는 저녁 9시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는데 잠잘 시간에 경주를 펼치니 졸려서 앞이 제대로 보이겠나... 그렇지 않아도 경주 때 앞이 보이지 않아 부딪힐 뻔 하는데 기수대기실에 들어온 태종이를 보고 기수들이 졸다가 부딪힐 뻔 했냐고 놀린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