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인기마로 꼴찌를 오냐! 에구!!

출마표를 보니 필자가 기승하는 ‘자주’가 출전하는 경주가 약한 편성인 것 같다. 조교사도 약한 말들과 붙었기에 잘 타서 우승하라고 한다. 여기저기 실린 예상을 보니 ‘자주’가 인기마다.
인기마를 타는 기수들은 두 가지의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된다. 첫째는 인기마일 경우 우승할 가능성이 많기에 우승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을 갖게 되고... 둘째는 인기마로 우승하지 못했을 때 주위로부터 받아야 하는 따가운 시선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승하면 잘된 것이지만 우승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몹시 침울하다. 경주에 패하는 것도 패하는 것이지만 레이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레이스 자체를 불리하게 전개하다 패했을 경우에 기수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이상하게 레이스가 잘 풀리지 않았을 때는 기수 자신이 봐도 오해받게끔 레이스를 펼쳤기에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어떻게 이해를 하겠나 생각하면 괴롭다. 그저 마음은 이기려고 탔는데 레이스가 잘 풀리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을 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은 사실이니까. 그런데 이러한 때 기수가 가장 곤욕을 치르는 것은 팬도 아니고 당장 대면해야 하는 조교사와 심판과의 문제가 있다. 심판은 불리하게 전개한 부분을 고의냐,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냐, 따지는데 고의가 아니라고 하며 벌어지는 서로의 논쟁에 대한 문제는 기수입장에서 뭐라고 할말을 잃는다.
또한 조교사와의 문제에 있어서는 조교사가 말을 기승시키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갈 수도 있다. 경주 결과에 따라 극과 극을 갈 수도 있기에 인기마에 기승하는 기수의 마음은 어느 말에 탈 때 보다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자주’는 능력도 그리 좋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악벽(나쁜 버릇)도 있는 말이다. 구보로 갈 때에 우구보를 쓰면 우측으로 기대어 훈련 중에도 빠른 구보로 가다보면 다리가 엉키며 바깥으로 나가기에 곤욕을 치르는 경향이 있고, 또 발주기에 들어가서 문이 열릴 쯤이면 발주기안에서 앞발을 드는 악벽이 있다보니 경주에 두 번 출전하면서 매번 늦발주를 했던 말이다.
이러한 악벽이 있다보니 필자는 이번 경주에 출전하기 전에 발주기에서 앞발을 들지 못하게 연습도 하고 말이 사행을 하지 않게끔 충분히 훈련시킨 뒤 출전하게 됐다. 그것도 모자라 경주에 나가 발주기에 들어가기 전에는 노련한 발주위원보고 특별히 잡아 달라는 부탁까지 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발주기문이 열리려는 순간에 앞발을 들고야 말았다.
다른 말은 뛰쳐나갔는데 나는 이제 앞발을 내려놓고 있으니, 그래도 앞발을 내려놓자마자 늦발주더라도 박차고 나오면 될텐데 이런,, 어찌,,, 말이 앞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은근히 바깥으로 기대며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말을 안으로 밀어 넣으며 바깥 채찍을 몇 대 때리는데도 말은 계속해서 바깥으로 기대더니 코너를 돌아 라스트에서는 관람대 관중 앞으로 뛰는 것이다.
다른 말들은 멀리 앞에 갔는데 인기마가 꼴찌를 오면서 관중 앞으로 가고 있으니 ‘자주’에게 베팅한 팬들의 마음이 오죽 열 받겠냐... 내가 경마팬이라도 열받겠다. 관중석 앞에서 몰고 가는데 결승선은 멀고 쌍소리가 계속해서 귓전을 때리고 있다. 죽을 맛이었다!!!. 엄청난 쌍소리를 들으며 결승선을 골인 하였다.
결승선에 골인하고 대기실에 와서는 팬들을 볼 수가 없기에 더 이상 귀에 쌍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다음 경주에 나가면 또 팬들의 야유를 받을 것을 생각하니 몹시 찜찜했다. 자존심도 상하고,,, 그러나 어쩌랴 맞을 매는 맞아야지,,, 다음 경주에 ‘총선제일’을 타고 잔뜩 긴장하며 예시장에서 윤승을 하는데 어찌 팬들의 야유가 없다. 요즘 성적이 좋지 않은 필자를 가엽게 여겨 쌍소리를 하지 않는가 보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자주’에 베팅한 팬 여러분 정말 정말 미안합니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