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기 오리 한 쌍

                    윤 한 로


구멍 숭숭 뚫린  
곰보 돌오리 한 쌍
꼬라박힐 듯
머리를 맞댔다
뭉툭하게 잘린 똥방뎅이만
디립다 치켜들곤
두 놈 한창
끌러진 뉘 신들메 바라보는 게다
틀어진 부리 시뿌듬하니
큰 놈은 그저 띨빵한데
좀 작은, 암놈인갑다
휘둥그레
마치 밥 숟가락 같은 눈
어쩜 그래들 맑나
떨거지들, 더군다나  
날갯죽지 선낫끔 올려붙인 등짝 위론
그릇인지 술잔 옹배기인지
한 개씩 걸머지고설랑



시작 메모
요즘처럼 책 읽기가 따분해질 때가 없다. 서양 그림처럼 정밀하고 기기묘묘하고 복잡무쌍한 발상과 표현들로 숨 막힐 듯하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서’를 자주 들여다본다. 우리나라 옛날 그림, 조각, 집, 이런 문화 예술이 지닌 아름다움을 주욱 얘기한 책인데, 장독, 장판 이런 것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쉽고 정겨움이 물씬 묻어난다. 학생 애들더러 꼭 읽으라고 부탁하는 책이다. 거기에서 그릇인지 술을 따르던 잔인지로 쓰던 가야 돌오리 한 쌍 사진과 설명을 다시 보고 시로 썼다. 그 책 얘기처럼 더 부릴 욕심이 있어도 부리지 않고, 더 꾸밀 재주가 있어도 꾸미지 않고 본대로 있는대로 쓰고자 했는데 여간 힘드는 노릇이 아닌지라. 아무튼 좋지 않은 시지만 쉽게 읽혔으면 한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