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이라니?”

허사장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장지점장은 물론 테이블을 빙-둘러 선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더 높은 포카 될 카드도 아닌데?”

“포카는 없지? 오픈 된 숫자들 다 빠졌는데!”

“그럼 뭐라는 거야?”

“설마 스티플?”

“뭐? 스티플?”

종원이 천천히 카드를 오픈시켰다. 허사장이 다시 미간을 움찔하며

“뭐야? 정말 스티플이야?”

하고 흘낏 종원을 한번 바라보더니 종원이 오픈 시킨 카드 앞으로 바싹 고개를 들이밀었다. 둘러섰던 사람들이 다시

“뭐야? 진짜 스티플이잖아?”

“그러네? 34567! 마지막카드 받기 전에 이미 메이드 되어 있었네?”

하고 탄성들을 질러댔다.

“스티플?”

하고 허사장이 비명을 질러대며 종원의 카드를 순서대로 다시 확인했고 종원은 어색한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날의 게임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단 한 번의 승부로 테이블 한가운데로 가득 쌓였던 칩들이 종원 앞으로 밀려왔다. 종원은

“미안합니다. 운이 좋았네요.”

하고 애써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어쩌시겠습니까? 더 하시겠습니까?”

하며 테이블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거 어디 더 할 맛 나겠어?”

장지점장이 허탈한 손짓을 해보이자

“포카잡고도 스티플한테 밟힌 놈이 뭘 더 바라고 해?”

하며 허사장이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종원은 다시 특유의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럼 내일 다시 하시죠 뭐.”

하고 칩을 테이블에 그대로 두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년들이 재빨리 칩들을 주워 담았다. 마동식이 고개를 숙여 몇 개 남지 않은 칩을 거둬들이며 밖으로 나가는 종원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종원은 방을 나와 아까 정교수와 은밀한 대화를 나누었던 복도 끝 창가에 서서 어두운 창밖을 내려다보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방안에서는 아직도

“타에 포카에 스티플이 한판에 다나오는 건 처음 봤네.”

“그러게. 영화에서나 나오는 희한한 판 다 구경 해보네.”

“누가 손장난을 해도 이렇게는 못하겠다.”

“정말 큰판이었으면 누구하나 완전히 거덜 나는 거였네.”

하며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한 시간쯤 전, 정교수는 자신이 서있는 창가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며

“박형 들어오고 두세 시간 지났으니 이제 게임 끝낼까 하는데요...?”

했었다. 종원이 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면서도

“무슨 말이신지...?”

하고 특유의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자 정교수는 이내

“박형이 하실래요? 아니면 내가 할까요?”

하고 자신을 보았었다. 종원은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인 후

“내가 하죠.”

했었다. 정교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게임 끝나고 보죠.”

했었다. 

종원은 조금 전의 게임을 정교수가 만들어 낸 게임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종원은 담뱃불을 붙이고 정교수를 기다렸다. 그러나 정교수는 종원을 뒤따라 나오지 않았다. 아직 방안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듯 했다. 종원은 그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봉주가 있는 앞방으로 갔다. 종원이 들어서자 청년들과 함께 소파에 앉아있던 봉주가 벌써 얘기를 들었는지

“큰 판 한번 쓸었다먼서라우?”

하며 씩 웃어보였다. 종원은 그저 특유의 어색한 미소를 힐끗 지어보이고는

“여기 있을 거야?”

했다. 봉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종원에게 다가오며

“왜라우? 어디 가게라우?”

했다.

“응. 좀 쉬고 싶어서.”

종원이 조금 지친 표정을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