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사 며칠 제대로 잠도 못 잤을 텐디 피곤도 허겄소. 갑시다. 내가 깨끗하고 조용한 모텔 알고 있응게 모셔다 드리께라우. 낼 낮에 가서 깨울 때꺼정 푹 자부시오.”

하며 앞서 나설 채비를 하다가는 종원에게 바싹 다가서서 나직이

“참! 칩 환불 헌 돈은 어떡허까라우? 한 이천은 되는 모양이든디라우?”

했다. 종원은

“정교순가 하는 사람에게 건네줘. 알아서 하겠지.”

했다. 봉주는 이내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파에서 일어나 부동자세로 서있는 청년들을 향해

“나갔다 올팅게 잘들 허고 있어라!”

하고는 앞서 방안을 나섰다. 종원이 봉주를 뒤따라 방을 나서자 청년들이 일제히 방문 앞 복도까지 뒤따라 나오더니

“다녀오십시오.”

하며 일제히 허리를 꺾었다. 종원은 청년들에게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앞서가는 봉주를 따라 복도를 돌아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 섰다.

“돈은 잘 잠수시켜뒀소?”

봉주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물었다. 종원은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참말로 경마로 돈을 불릴라고 허요?”

봉주가 조금은 걱정되는 표정으로 물었다. 종원은 다시 고개만 끄덕여보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어디 쏘스받을디는 있소?”

봉주는 앞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종원이 봉주를 뒤따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며 대답했다.

“쏘스도 없이 으찌케 큰 게임을 헐라그라요?”

봉주는 다시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종원을 보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겼다. 종원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한번 알아봐.”

종원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가네들이 아직 있을랑가 모르겄네.”

봉주가 고개를 까닥해보였다.

“누구?”

“그냥 좀 아는 동생들인디 여그 장외지점에서 쏘스경마헌다고 헙디다만...”

“어디 쏘슨데?”

“마주한테서 받았다느니 조교사가 한 건 할라고 짜놓은 경주를 빼냈다느니 예상지 관계자들 헌티서 체크되어 날라오는 확실헌 거라느니... 경마 쏘스라는 거이 어디 한두군데겄소?”

“한번 감당해낼 만큼만 베팅해보면 알게 되겠지.”

“알아보까라우?”

종원이 다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딩동!’하고 지하 1층에 도착한 것을 알리는 벨소리가 들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종원을 모텔로 안내한 봉주는 다시 데리러 올 때까지 잠이나 푹 자두라면서 맥주와 간식거리를 잔뜩 사서 들이밀어 넣고 돌아갔다. 그러나 종원은 봉주가 들이밀어 넣고 간 맥주와 간식거리들은 하나도 입에 대지도 않고 서둘러 샤워를 끝내자마자 며칠째 취하지 못한 숙면을 취하기 위해 침대로 나동그라지듯이 몸을 눕히고는 이내 모처럼 만의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같은 시간에, 오상구의 하우스에서 나와 1538호로 돌아온 마동식은, 아플러시를 잡고도 진 마지막의 제법큰판에서의 패배가 못내 찝찝한 듯 윗옷을 벗어 기다란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내던지고는 의자에 비스듬히 몸을 눕혀 담배를 피워 문 후 길게 담배연기를 뱉어냈다. 하긴 7풀하우스와 2포카드가 깨진 판이었으니 아플러시 정도야 아쉬울 것도 없었다. 오히려 얽혀드는 것 같은 느낌을 감지하고 무리한 베팅을 자제하고 그만큼만 밀어 넣은 게 다행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빌어먹을! 텐을 건졌어야 하는 건데...”

마동식의 눈앞에 A.K,Q,J 다이아몬드들이 순서대로 다시 펼쳐졌다.

“텐만 왔었으면 로티플 아냐? 텐이 왔어야지. 텐만 왔었으면 포카드 거덜 내는 건데 말야. 놈들이 레이스 때리는 대로... 받고 레이스... 또 받고 레이스...카! 카!”

하고 저 혼자 신이 나서 감탄사를 토해내고는

“2포카드 쥔 허사장하고 스티플 쥐었던 어제부터 들랑거리기 시작한 재수 없게 생긴 고놈하고 완전 거덜을 내는 건데...”

하더니 순간 표정이 굳어져

“그런데 어떻게 한 판에 두 사람이나 플러시가 메이드가 되고도 타에 포카드에 스티플이 나올 수 있었지? 더욱이 내 카드는 로티플에서 딱 한 장이 모자라고 말야.”

하는 생각에 이르자 마치 눕기라도 하듯 잔뜩 늘어뜨린 채 앉아있던 자세를 고쳐 앉으며

“누가 손장난 한 것 아냐?”

하고는 가뜩이나 가는 두 눈을 연신 껌벅여대며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