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석은 그런 종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종원은 씩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보였었다. 오명석은 종원이 진심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내 지숙의 신변보호 임무는 다른 조직원에게 맡겨졌었다. 지숙의 아버지 나일환이 추진했던 개발사업은, 많은 사람들을 그동안의 삶의 터전으로부터 밖으로 몰아냈고 또 많은 사람들의 재산상손실을 야기 시켰기 때문에, 그만큼 원성도 많았고 실제로 나일환의 염려대로 그에게는 몇 차례의 피습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었다. 그때마다 김팔봉의 조직원들은 몸을 던지며 나일환을 보호했었고 나일환의 사업이익에 눈독을 들이고 달려드는 다른 조직들의 개입도 철저하게 막아냈었다. 그때마다 김팔봉의 조직으로는 나일환으로부터 약정보다 더 큰돈들이 입금되었고 그중 일부는 다시 조직원들의 활동비들로 뿌려졌는데 조직원들의 사기진작과 수고의 대가라는 명분이었다.

“아직도 그 앨 좋아할 것 같냐?”

조직원들과 이차삼차에 걸쳐 벌인 술자리가 끝난 후 규태와 함께 차에 오른 오명석이 불쑥 물었었다. 종원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었다.

“무슨 소리야?”

규태가 궁금하다는 얼굴로 둘을 번갈아보았었다.

“저 놈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데.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좋아하게 될 여자가 생겼다는 게 맞겠네.”

하고 오명석이 씩 미소를 지었었다. 규태가 흘낏 종원을 보며 

“누구야?”

하고 물었었다. 종원이 규태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얘기는 해봤어?”

오명석이 다시 물었었다. 종원은 어깨를 으쓱했었다.

“임마! 좋아한다는 것은 상대와 서로 교감이 있어야 되는 거지. 저 혼자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게 아냐. 그건 지랄하는 거지.”

오명석이 핀잔 투로 얘기하자

“안 그래도 말 할 참이야.”

하고 종원이 단호하게 대답하며 눈을 치켜떠보였었다. 오명석은 고개를 끄덕였고 규태는 그런 오명석과 종원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했었다. 그리고 그 후로도 오명석은 틈틈이 종원에게 지숙과의 진전에 대해 물었었고 종원은 그때마다 사실대로 털어놨었다. 그만큼 오명석은 종원을 보살피고 감싸주었었고 종원은 오명석을 의지했었다. 오명석은, 어쩌다 둘이거나 규태 정도가 함께 한 술자리에서 조금 취기가 돌 때면 종원의 머리카락을 한손으로 마구 흐트러트려 쓸어 쥐고는

“이놈! 이 바닥에 끌어들이는 게 아닌데 말야. 더 공부하게 했어야 했는데”

하고 슬픈 눈으로 종원을 바라보다가

“내가 네놈한테 죄 많이 짓는다.”

하고는 머리카락을 쓸어 쥐었던 손을 펴서 종원의 두 볼을 톡톡 때리곤 했었다. 규태와 함께 물건을 건네주고 돈가방을 받아오는 일을 시켰던 그날도

“별일 아니다. 약속장소로 물건 싫은 차 가져다 놓고 저쪽에서 준비해둔 차로 옮겨 타서 그냥 오기만 하면 돼. 갔다 와서 형하고 찐하게 한잔 하자. 내가 새로 좋은데 하나 개척해 놨다.”

했었다. 오명석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던 그 별일 아니란 것이 이렇게까지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결국 경찰들의 급습으로 물건을 압수당하고 백태삼의 조직원들이 체포되고 돈가방도 없어지고 규태가 죽고 두 조직이 일촉즉발의 전쟁직전 상태까지 가게 될 줄은 오명석도 종원도 짐작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돈은 그대로냐?”

한참동안을 종원을 쏘아보던 오명석이 탁자 아래에 놓아둔 돈가방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예.”

종원이 나직이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곧바로 나한테 알리지 않았었어?”

오명석이 나직하면서도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종원이 잠시 두 눈만 껌벅이자 오상구가 얼른

“돈부터 찾으려고 한 거죠. 돈 찾아서 이렇게 형님한테...”

하는데 오명석이

“그 얘긴 아까 들었잖아?”

하고 오상구의 말을 잘랐다.

“아... 예...”

오상구는 이내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움츠렸다.

“내가 뭘 묻는지 몰라?”

오명석이 다시 종원을 보고 물었다. 종원은 다시 두 눈을 껌벅이다가

“죄송해요.”

했다. 종원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그것뿐이었다.

“넌... 나에게만큼은 일이 생기자마자 바로 연락을 했어야 했어. 너 혼자 뒷일을 수습하려 했다는 것은 네 마음에 내가 없었다는 거나 같아. 안 그래?”

오명석이 야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