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원이 다시
"혹시 갱영화 자주보십니까?"
하고는 긴장과 의혹이 가득 찬 음성으로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하고 되묻는 마동식에게
"이태리갱단을 배경으로 한 갱영화에서는 말이죠. 상대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뜻으로 생선을 포장해서 보내죠. 가끔은 머릴 잘라낸 채로 말입니다. 피자를 보낸 영화도 있긴 했었습니다. 피자와 원격 조정 장치에 의해 폭파되게 조정되어있는 폭탄을 함께 포장해서 말입니다."
했었다. 종원의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마동식은 내던지 듯 황급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조사실 밖으로 뛰쳐나가며
"조심해! 폭탄이야!"
하고 소리를 질렀었다. 마동식이 소리를 질러대며 뛰쳐나오자 둘러서서 피자를 나눠먹고 있던 형사들은 뻥 하는 표정들로 마동식을 바라보았었다.
"폭탄이라뇨? 무슨 소립니까?"
피자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있던 형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며 물었다. 마동식은 대답대신 조각난 피자들과 포장지를 이리저리 들춰보며
"폭탄이라구... 원격조정장치가 되어있는..."
했었다. 다른 형사도 히죽 웃으며
"맛만 좋은데 무슨 엉뚱한 소리에요?"
하자 마동식은 맥이 풀렸었다.
"어떤 놈이야?"
누군가의 장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버리고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겨버리기엔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가 수사3과이고 지금 전화 받으시는 분이 마동식반장님이라는 거 잘 압니다."
상대는 자신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닙니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던 쇳소리 같이 날카로운 남자의 음성을 기억해냈다.
"누구야?"
마동식은 다시 이따위 어처구니없는 장난 짓을 할 만한 사람이 누굴까 생각해내려 애를 쓰다가 자신이 연루 된 크고 작은 비리사건을 내사하고 있다는 감찰반의 누군가가 미리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닐까하고 생각을 하다가 한순간 온몸이 짜릿해지며 닭살이 돋아나는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
"혹시 김규태하고..."
하며 규태를 생각해내고는 굳은 얼굴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었다.
"김규태는 이미 죽었어. 그러니 김규태의 짓은 아닐 테고... 놈의 애인인 조영숙이란 여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게 틀림없었어."
마동식은 가뜩이나 작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었다.
"그렇다면 김규태란 놈과 한패였던 놈 중에 누군가의 짓일지도 모른다..."
하는 생각을 하다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었다.
"만약에 규태란 놈이 누군가에게 자신과의 밀약과 거래내용을 말했다면..."
하고는 
"그래.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또 누군가가 이 일을 알고 있어."
하는 확신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났었다. 둘러서서 피자들을 나눠먹던 형사들이 손과 입들을 닦아내며 피자포장을 치워내고 있다가 마동식이 다시 나오는 것을 보고 멋쩍은 미소들을 지어보였다. 형사들이 저마다
"반장님!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이런 기회 자주 있었으면 좋겠네요."
하고 한마디씩 하는데도 마동식은 형사들을 흘낏 한번 쳐다보고는 대꾸도 없이 허둥대는 걸음으로 수사과를 빠져나갔었다.
종원은 경찰서입구 공중전화박스 안에서 경찰서쪽을 바라보고 있다가 마동식이 허둥대는 모습으로 경찰서건물을 나와 주차장 쪽으로 가는 것을 발견하고 황급히 횡단보도를 건너와 마동식이 차를 몰고 나오자 택시를 잡아타고 마동식의 차를 뒤쫓았다. 신촌을 지나쳐 한참을 달리던 마동식의 차는 남가좌동으로 접어들더니 주택가의 골목을 헤집고 다니다 어느 3층짜리 다세대주택 앞에 멈춰 섰다. 주차장이 있는데도 길가에 차를 세워둔 채 차에서 나와 다시 허둥대는 모습으로 현관을 밀치고 들어가는 마동식을 훨씬 뒤에서 정차한 택시 안에서 지켜보던 종원은 택시에서 내렸다. 마동식이 다시나올 게 틀림없었다. 마동식이 다시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뒤쫓으려면 택시보다는 승용차가 낫다는 판단을 했다. 종원은 골목에 주차되어있던 차중에서 눈에 티지 않아 다른 차를 뒤쫓기에 적당한 차 하나를 찾아내고는 맥가이버나이프를 꺼내 차문을 열어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는 준비를 해두고 다시 차에서 나와 몸을 숨긴 채 마동식이 다시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 오래지않아 종원이 짐작대로 옷을 갈아입은 마동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