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식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듯 연신 핸드폰을 귀 볼에 붙인 채 한참동안을 뭐라고 떠들어대더니 씩씩대며 차문을 열었다. 마동식의 차가 출발을 하자 종원도 황급히 출발준비를 해둔 차에 올라 마동식의 차를 뒤쫓기 시작했다. 

착순게시대에는 아직 심의 중임을 알리는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 3경주는 8번마가 발주대 진입을 완강하게 거부하면서 결국 8번마의 발주제외가 결정되었고, 8번마가 발주제외 된 상태에서 경주가 시작 된 후 선행마로 분류되던 5번, 6번, 12번마가 선행을 해나갔는데 이러한 경주전개는 누구나가 예상을 했던 것이었다. 내측주로에 자리 잡고 반마신 쯤 앞서 6번 12번등의 선행마들을 이끌며 경주전개를 하던 5번마가 갑자기 경주로 바깥쪽으로 저 혼자 뛰쳐나가면서 6번, 12번마의 질주에 영향을 주게 되었고, 6번마의 기수가 5번마의 갑작스런 외측사행으로 인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경주마를 제어하자 6번마가 온몸을 비틀어대며 경주로로 나동그라지고 그 바람에 기승기수까지 낙마를 하며 경주로로 곤두박질 쳤으며, 6번마의 뒤를 바싹 뒤따르던 선입마들 중에 2번마와 3번마가 나뒹구는 기수와 6번마를 피하려다가 다시 서로 추돌을 하면서 벌어진 경주사고와, 이러한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해 강력한 입상후보였던 경주마들이 질주감각과 페이스를 잃는 등 모든 경주마들이 경주감각을 상실한 채 어이없는 경주속행으로 결승선상을 통과해 간 경주결과를 놓고 벌써 10여분 넘게 재결위가 심의를 벌이고 있었다. 관람대 곳곳에서는 사람들이 3경주의 경주예상과 전개와 결과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었다. 더러는 이러한 결과가 몇몇 기수와 조교사에 의해, 심지어는 마사회가 고의적으로 짜고 벌인 결과라며 흥분을 해댔다. 종원은 관람대복도를 서성이며 그런 모습들을 망연한 시선으로 바라고만 있다. 다시 양복속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요란스레 진동을 해댄다. 종원이 핸드폰을 꺼내 세형의 핸드폰번호임을 확인하고 핸드폰폴더를 연다.
"나야."
세형이 한숨과 함께 목쉰 소리를 내뱉는다.
"아직 연락 없어?"
종원이 핏기 오른 목소리로 묻는다.
"일이 꼬였어."
"꼬이다니?"
"개자식들이 끌려갔어."
"끌려가다니?"
종원이 뻥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는데 다시 세형의 한숨소리가 터져 나온다.
"무슨 일이야?"
종원이 다시 다그쳐 묻자 세형이
"조금 전에 8층에서 맞대기 하던 놈들이 끌려갔는데 그놈들도 함께 끌려갔어."
하며 맥 풀린 소리를 한다.
세형이 장동일과 이석태를 만나기 위해 장외지점의 8층에 도착했을 때는 2경주가 끝나고 착순이 확정이 된, 이미 모든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8층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세형이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나서는데 짧은 머리를 하고 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자들이 엘리베이터 앞에 잔뜩 몰려있었다. 그들은 사색이 된 표정의 사내 셋을 양팔을 꽉 붙잡아 뒤로 꺾은채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들을 지었다. 순간 다시 한 무리의 짧은 머리를 한 남자들이 또 다른 한 사내의 양팔을 꽉 붙잡아 뒤로 꺾은채 8층 입구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앞 다퉈 붙잡힌 사내들을 끌다시피 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랐고 붙잡힌 사내들은 저마다 체념의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세형은 짧은 머리를 한 남자들 틈을 비집고 8층 객장 안으로 들어섰다. 8층 안은 사람들의 동요와 웅성거림으로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짧은 머리를 한 남자들이 부산스레 객장 안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그들에 의해 끌려나오는 다른 사내들의 모습들이 보였고 한곳에서는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며 완강하게 저항을 하는 한 사내를 진압하는 또 다른 무리의 짧은 머리를 한 남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짧은 머리를 한 남자들은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서로 싸인들을 주고받으며 넋 나간 듯 서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다녔다. 카메라를 휴대한 남자가 연신 이러저러한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세형이 곁에 선 남자에게 묻자 남자는 마치 좋은 구경거리라도 생겼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맞대기 하던 사람들 잡혀가는 거지 뭐."
하며 연신 눈을 이리저리 돌렸다. 짧은 머리를 한 남자들은 경찰이었고 끌려 나가는 사람들은 맞대기 조직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