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세형 앞으로 경찰들에 끌려나오는 장동일과 이석태가 보였다. 두 사람은 세형 앞을 지나치다가 잠시 멈칫하더니 세형의 주위에 서성이고 있던 다른 경찰들의 눈치를 살피고는 그냥 지나쳐가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세형을 보았다. 세형은 체포되어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뻥한 표정으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세형의 곁에서 객장안의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짧은 머리를 한 남자가 세형에게 바싹 다가서며
"아는 사람요?"
하고 물었다. 세형이 남자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남자는 의심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며 세형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잘 아는 것 같던데요?"
했다. 세형은 남자가 경찰이며 자신을 저들과 한패로 짐작하고 묻는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런데서 눈 마주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입니까?"
하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남자는 다시 한 번 세형의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짧은 머리를 하고 있는 그들의 일행에게로 되돌아갔다. 경찰들은 여전히 객장 8층의 곳곳을 헤집고 다니며 맞대기 꾼들과 한 패들이거나 그들과 거래를 했던 사람들을 찾아내 체포해내고 있었는데, 경찰들이 맞대기 꾼들이나 그들과 거래를 한 사람들을 일순간에 체포해낼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주 혹은 훨씬 그 이전부터 이곳 장외지점의 객장8층에서 경마맞대기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제각기 조들을 나누어 객장 곳곳에 흩어져 예상지와 싸인펜을 들고 마치 자신들도 경마를 하는 사람들처럼 행세를 하며 첫 경주가 시작될 때부터 객장안의 동정을 살피고 있다가 그들과 한패이거나 거래를 하는 사람들을 한사람씩 파악해내고는 지휘자의 신호에 맞추어 일순간에 그들을 검거했던 것이었다. 그들 중에 장동일과 이석태가 포함되어 있었다.
세형에게서 장외지점의 맞대기패들의 검거상황을 전해들은 종원은 한동안 말없이 핸드폰을 든 채 망연한 시선으로 여전히 심의 중 불빛을 깜박이고 있는 착순게시대를 바라보고만 있다.
"어떻게 해야 한 거냐?"
종원이 한동안 말이 없자 세형이 기다리기 지친 듯 묻는다. 종원은 여전히 눈만 껌벅인 채 착순게시대를 바라보고만 있다. 마침내 착순 게시대에 2번, 7번, 9번, 4번, 1번순의 착순과, 1/2, 2, 머리, 1/3라는 착차가 표시되고 확정불빛이 반짝인다. 관람대 곳곳에서 와- 하는 함성과 야유와 비아냥거리는 외침들이 터져 나온다. 곧이어 대형전광판의 화면에 결승선을 통과해가는 2번마의 질주모습과 2번마의 마주성명과 조교사성명과 기수성명이 떠오르고 장내아나운서의 우승축하메시지가 들려온다.
"지랄들 허네."
"돈 돌려줘 개새끼들아!"
"개새끼들아! 이런 것도 경마냐?"
다시 곳곳에서 야유들과 비아냥거리는 소리들이 터져 나온다. 다시 대형화면에서 착순과 단승식의 84.7, 복승식의 1355, 쌍승식의 7482, 연승식의 18.3과 14.8과 22.7, 연복승식의 32.5와 24.3과 14.6의 배당내용이 보이자 또다시 와- 하는 탄성과 함께
"이거 말판이 아니라 개판이네."
"어떤 놈 졸지에 횡재했겄네."
"니기미! 분석이고 예상이고 나발이고 뭔 소용 있어? 전광판 놓고 아무렇게나 줄그어버리는 놈이나 맞을 것을!"
하는 원성과 비아냥거리는 외침들이 터져 나온다. 종원이 어금니를 꽉 깨문다.
"말을 해 봐."
세형이 다시 재촉을 한다. 종원이 여전히 핸드폰을 든 채 망연히 있다가
"씹헐! 이런 경주에 때렸어야 했는데 말야."
하고 푸념처럼 말끝을 흐린다. 세형이
"뭐라고?"
하고 묻자
"이런 경주에 때렸어야 했다고!"
하고 종원은 다시 신음과 함께 어금니를 꽉 깨문다.
"이런 경주를 어떻게 알아 내냐?"
세형의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종원이 괜스레 고개를 끄덕인다.
"그쪽으로 가?"
"얼마나 걸리겠어?"
"지금은 안 막힐 테니까 한두 시간이면 가겠지."
"알았어. 와!"
하고 종원이 핸드폰 폴더를 닫는다. 관람대 곳곳에서는 여전히 들뜬 표정의 사람들이 3경주의 경주전개와 결과를 놓고 저마다 소리를 높여가며 떠들어들 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