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원은 사내를 바라보고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종원형 아냐?"
사내 중의 하나가 눈을 동그랗게 떠 보이며 다가왔다. 다른 사내도 주춤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잘 지냈냐?"
종원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된 거야? 형 찾아 난리가 났던 모양이던데?"
앞서 온 사내가 종원 앞의 플라스틱의자를 끌어당겨 앉았고 뒤따르던 사내는 엉거주춤한 표정으로 그 뒤에 섰다.
"일이 좀 우습게 됐어."
종원이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규태형 얘긴 들었어. 좋은 형이었는데..."
사내가 말끝을 흐리고는 쓴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 좋은 형이었지."
종원도 쓴 미소를 지어보였다.
"형하고 함께 일하면서 생긴 일이라던데...?"
봉주가 조심스럽게 물으며 종원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
종원은 간단하게 대답을 하고는 
"그런데 봉주 넌 여기 웬일이야?"
하고 물었다.
"하우스 봐주고 있어요. 참! 모르죠? 함께 있는 후배에요."
봉주라는 사내가 자신의 뒤에 서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 다른 사내를 가리켰다. 종원이 사내를 바라보고 어색한미소를 지어보이자 사내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어깨를 딱 벌리고는
"최영홉니다."
하고 허리를 꺾어 인사를 했다.
"몸 좋네."
하고 종원이 손을 내밀었다.
"운동이란 운동은 안 해본 게 없는 애에요."
봉주가 영호라는 사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앉아."
종원이 플라스틱의자를 가리켰다. 영호는 다시 한 번 허리를 꺾고는 조심스레 플라스틱의자를 당겨 앉았다.
"하우스라니?"
종원이 물었다.
"예. 상봉형이 독립하면서 일산에 하우스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애들 몇 명 데리고 상봉형 따라 일산으로 들어왔습니다."
봉주가 대답했다. 종원은 잠시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여기 애들하고 마찰은 없어?"
하고 물었다. 봉주는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그건 여기조직들하고 상봉형이 사전에 다 얘기를 맞췄었나 봐요."
했다.
"잘됐네."
종원이 다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형은 여기 웬일이에요?"
봉주가 새삼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누굴 좀 따라왔어."
종원이 그렇게 말하자 봉주가 흘낏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 오피스텔로 들어갔어."
종원이 턱 끝으로 오피스텔을 가리켰다.
"여자에요?"
봉주가 히죽 미소를 지어보이며 물었다.
"내가 여자 뒤쫓아 일산까지 들어올 놈이냐?"
"왜 한창 쫓아다닌 여자 있었잖아요?"
봉주가 다시 히죽거렸다.
"아!"
하고 종원은 과장스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종원은 봉주가 지숙을 말하는 것을 깨달았다.
"아냐."
종원이 쓴 미소를 지어보였다. 봉주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이럴게 아니라 들어갑시다. 상봉형도 만나 보고요."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호라는 사내도 뒤따라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했다. 종원은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짓더니
"그럴까?"
하고는 뒤따라 일어나며 오피스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