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럼 볼일 다 끝내는 대로 다시 와. 네 자리 하나는 마련해 둘 테니까."
오상봉이 종원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라쇼. 저녁에 한잔도 하고 성님야그도 좀 듣고 허게 꼭 오시오."
봉주가 거들었다. 종원은 나직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그러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상봉과 봉주도 뒤따라 일어났다.
"그래. 봉주 말대로 네 얘기도 좀 더 듣게 저녁에 다시 와라."
오상봉이 다시 종원의 어깨를 토닥이자
"예."
하며 종원은 앞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잠시 멈칫하고는
"여기 다 입주 끝났나요?"
하고 물었다.
"아니 아직 빈 곳 많은 것 같던데 왜?"
오상봉이 되물었다.
"성님 일루 들어오실라요?"
봉주가 흘러내리지도 않는 바지의 혁대를 추켜올리며 작은 눈을 크게 떠보였다.
"그건 아니고..."
종원이 멋쩍은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는데
"그래라. 여기 잠시 잠수하기에는 딱 좋다. 와! 네 방 하나 따로 마련해 줄 테니까. 가끔 손님들 상대나 해주면서 말야."
하고 오상봉이 종원의 어깨를 툭 밀쳤다.
"아무튼 다시 올게요."
종원은 특유의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으로 즉답을 대신했다. 오상봉도 더 이상 채근하지 않고
"그래. 네놈이 어디 누가 시킨다고 할 놈이냐?"
하고는 과장스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종원이 청년들의 허리를 꺾는 인사를 받으며 오상봉에게 다시 오마고 약속을 하고 복도로 나서자 봉주가 종원 앞에 나섰다.
"그만 들어가."
종원이 부담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여도 상봉은
"아이고! 엘리베타까지는 안내를 해드려야지라."
하고 건달걸음을 하며 앞서 걸었다. 둘이 코너를 돌아 엘리베이터쪽으로 가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마동식이 나왔다. 마동식은 마치 화가 잔뜩 난 사람처럼 얼굴을 붉힌 채 굳은 표정으로 요란스레 구둣발 소리를 내며 바쁜 걸음으로 둘 앞으로 다가왔다.
"오십니까?"
봉주가 마동식에게 허리를 굽혔다. 마동식이 봉주를 흘낏 보더니
"응!"
하고 건성으로 끄덕여보였다. 종원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신을 흘낏 살피는 마동식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았다. 종원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시작들 했어?"
하고 마동식이 다시 봉주에게 건성으로 내던지며 둘 앞을 스쳐 지나쳤다.
"예. 전에 멤바 고대로구만요."
봉주가 마동식의 뒷모습을 향해 비굴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맨 날 똑같은 멤버가 뭐가 재밌어? 사람이 바뀌어야 레이스 땡기는 재미도 달라지지."
하고 툭 내뱉으며 마동식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바쁜 걸음으로 멀어져갔다. 봉주가 그런 마동식의 뒷모습에 대고 손가락으로 ''퍽 유!''를 해보였다. 마동식이 복도 끝 방으로 다가가자 앞쪽 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청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그를 맞이하는 모습이 보였다.
"씹새끼! 증말 좆나게 싸가지 없어! 성질대로 할 것 같아선 벌써 어디 끌고 가서 콱 묻어버렸을 틴디."
봉주가 입술을 일그러트리자 종원은 마동식을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야?"
하고 물었다. 봉주는
"상봉형 손님잉께 나야 잘은 모르지만 짭새같은디 돈 엄청나게 밝혀요!"
하며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짭새들도 이런 델 와?"
"저놈 말고도 오는 놈들 또 있소. 어디 짭새뿐이요? 벨직업 가진 놈들 모다 있소. 하기사 대한민국국민치고 놀음잡기 안 좋아하는 사람 어딨소?"
봉주가 과장되게 얼굴을 씰룩거리더니 다시 건달걸음으로 엘리베이터 쪽으로 앞서 걸었다.
"성님 꼭 오시오 잉? 주엽역 뒤에 후배놈이 허는 좋은디다가 미리 전화 넣어둘팅께 오늘밤 한잔 쫙 찌그려버립시다."
엘리베이터버튼을 누른 채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종원을 보며 봉주가 다짐하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