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원은 특유의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봉주는 손을 들어보이고는 누르고 있던 엘리베이터버튼을 놓았다. 종원은 1층의 버튼을 누르려다가 지하1층의 버튼을 눌렀다. 지하주차장에 주차해두었을 마동식의 차를 뒤져보면 규태형과 연관 된 것 하나쯤은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마동식의 차는 지하2층의 구석진 곳에 있었다. 종원은 CC-TV카메라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마동식의 차로 다가가 맥가이버나이프로 차문을 열고 차안으로 들어갔다. 차안은 온갖 서류들과 음료수병과 캔들로 잔뜩 어지럽혀져있었다.
"개자식! 지저분하게도 다니네. 완전히 몸만 쏙 들어왔다가 빠져나가고 했구만."     
종원이 투덜대며 잔뜩 어지럽혀진 것들을 하나씩 들춰내고 햇빛가리개와 다시박스와 콘솔박스들을 뒤지고 발판들을 들춰봐도 규태와 연관되었을만한 것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종원은 다시 차 밖으로 나와 트렁크를 열었다. 트렁크 안도 온갖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트렁크에서도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
"씹새끼가 어딘가에 숨겨뒀을 텐데."
종원은 맥 풀린 얼굴로 트렁크를 닫았다.
종원은 다시 오피스텔건너편의 편의점으로 가 음료수 하나를 사들고 플라스틱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마동식을 뒤쫓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마동식이 오상봉의 하우스에 출입을 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은 큰 수확이었다. 필요하다면 아무 때고 마동식과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종원이 오상봉의 오피스텔로 다시 되돌아 간 때는 저녁시간이 훨씬 지나서였다. 누군가를 뒤쫓아 왔다고 했었기에 곧바로 되돌아 올라가기 뭣하기도 했지만 마동식과 테이블에 마주앉으려면 베팅을 할 돈이 필요했다. 오상봉에게 밀어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밀어주기도 하겠지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세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 마동식 그놈이 상봉형 하우스에 있다고?"
"그래. 지금 한창 게임하고 있을 거야."
"어떻게 할 건데?"
종원은 돈을 송금해달라고 했다.
"당장에 그만한 돈이 어딨어?"
"만들어 봐."
한 시간쯤 지나서 입금시켰다는 세형의 핸드폰이 걸려왔다.
"야! 돈은 부쳤다만 어떻게 할 건데? 그놈하고 카드만 치면서 시간 보낼 거야?"
"규태형이 목숨하고 바꾼 돈부터 찾아내야지."
"카드 쳐서 언제 그 돈 찾아 내냐?"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종원은 세형이 송금한 돈을 모두 수표로 인출해낸 후에도 이곳저곳을 옮겨가며 시간을 보내다가 오상봉의 오피스텔로 되돌아갔다.
"갑시다. 후배놈한테 깔쌈한 애들 준비해두라고 전화 해뒀응께. 다 알아서 준비해놨을 거요."
들어서는 종원을 맞으며 봉주가 설쳐댔다.
"술은 나중에 하고..."
하며 종원이 봉주의 어깨를 감싸듯 하고선
"아까 복도에서 마주쳤던 놈 있지?"
하고 나직이 물었다.
"누구요? 짭새놈요?"
봉주도 소리를 낮췄다.
"그놈 테이블에 자리 비었어?"
"왜? 한 게임 할라구라?"
봉주가 가는 눈을 똥그랗게 떠보였다. 종원은 눈을 찡긋해보였다. 봉주는 이내 오상봉에게로 갔고 오상봉이 내려왔다.
"돈 없지?"
하며 오상봉이 최영호에게 눈짓을 해보이자 최영호는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허리를 꺾었다.
"돈 있습니다."
하고 종원이 몸을 돌리는 최영호를 제지하며 지갑을 열어보였다.
"그냥. 손님들하고 똑같이 대해 주세요. 그게 편합니다."
종원이 특유의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이자 오상봉은 그런 종원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너 편한 대로 해라."
하고 종원의 어깨를 툭 쳤다. 종원은 다시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이고 봉주를 따라 복도의 맨 끝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갔다.